[시사뉴스 박상현 기자] 《베란다나 옥상에 빨래도 널 수 없고, 소나무가 울창한 산과 정겨운 새소리는 이제 꿈도 꿀 수 없다. 그것은 꿈이라고 하자. 무서운 건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현실이다. 들여다볼수록 참담한 오포물류단지 공사 현장을 탐사했다.》
오포읍 문형3리 물류단지 공사 현장에 처음 도착했을 때 건너편 산 하나가 한입 크게 베어 문 사과의 단면처럼 깍여 있었다.
원래 형체를 머릿속으로 복원하면 꽤 멋진 산이라 짐작됐다.
20년 넘게 온전했던 산을 바라보며 살아온 한 주민의 얼굴엔 상실감이 그대로 묻어났다.
“지금은 공사장에서 날아오는 먼지 때문에 창문도 마음대로 열지 못하고 바닥은 매일 닦아도 시커먼 흙먼지가 금세 덮어버립니다.”
발파 진동 때문에 옥상에 설치한 식수 탱크가 쓰러졌을 때도 주민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뉴스에서나 보던 큰 사고가 우리 마을에서 난 줄 알고 엄청 놀랐어요.”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번지는 굉음과 먼지는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건강이 나빠져 살기 위해 피난하듯 이사를 간 주민도 있다.
주민 L씨는 공사 이후를 더 두려워했다.
“이미 정체가 심각한 도로 옆에 아무런 대책 없이 하루 수천 대의 대형트럭이 다니는 물류단지를 조성하는 게 말이 됩니까?"
지금도 마을 앞 도로는 횡단보도가 거의 없고 먼지를 뿜어대며 달리는 육중한 공사차량들 때문에 아찔하다.
43번과 57번 국도 옆에 도로를 확장할 부지도 없어 보인다.
참다 못한 주민들은 광주시청으로 몰려갔다.
지금도 "사업 허가 취소"를 외치고 있다.
돌아오는 건 깎인 돌산 단면에서 반사된 메아리뿐이었다.
급기야 "이주 대책을 세워 달라"는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지자체가 자신들을 주민으로도 여기지 않는다는 배신감이 들어 정든 고향을 떠날 생각까지 하게 된 것이다.
물류는 물자의 흐름이다.
사람 건강과 안전보다 물건이 중요한 세상이 됐다.
물류에 밀리는 인류의 시대다.
사후 수습보단 사전에 막는 것이 중요하다.
사전에 막지 못해 사후에라도 수습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