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혜은 기자]
수도권에서 교회를 중심으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확산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비수도권 확진자 규모도 증가 추이를 보이면서 이번 주말이 전국 확산의 중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2주간 하루 평균 국내 발생 확진 환자 수가 120명을 웃돌고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환자 비율도 16%가 넘은 가운데 방역당국도 확산세가 통제되지 않는다면 '이동 중지' 수준에 가까운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거리두기 강화로 인한 경제적 피해보다 확진자 급증에 따른 피해가 더 크고 장기화할 수 있는 만큼 유행의 정점을 낮출 방안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3월초 이후 첫 300명대 확진자 발생
22일 서울시와 경기도 등에 따르면 21일 오전 0시 이후 이 지역 신규 확진 환자는 서울이 오후 6시까지 106명, 경기가 오후 5시 기준 27명이다.
서울에서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18명이며 광화문 집회 관련 환자는 7명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 관련 9명, 다른 시도 확진자 접촉 9명, 용인시 우리제일교회 1명, 해외 접촉 1명 등이다. 소규모 집단감염 등 기타 환자는 35명이며 나머지 26명은 감염 경로 미확인 환자다.
경기 지역에선 사랑제일교회 관련 8명, 광화문 집회 관련 3명, 지역사회 기타 확진자 16명 등이 확인됐다.
앞서 20일 같은 시간 서울은 76명, 경기는 48명이었으나 이후 추가 확진 환자가 늘면서 20일 하루 확진 환자 수는 서울이 126명, 경기가 103명으로 집계됐다. 전날 확진자 수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324명으로 3월8일(367명) 이후 첫 300명대 환자가 보고된 전날,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통계상 전국에서 유일하게 확진자가 보고되지 않았던 제주 지역에서도 이미 20일과 21일 딸과 어머니가 잇따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통상 휴일이라 쉬는 검사 기관이 많은 주말에는 검사량도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그러나 실제 얼마나 많은 확진 환자가 나오느냐는 당시 집단감염 정도의 문제이지 검사량에 따라 좌우되지 않는다. 지난 일주일 사이에도 검사 건수가 가장 적었던 16일이 양성률은 4.30%로 가장 높았다.
하루 신규 환자 300명과 함께 전국 확산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지표 일부는 충족
정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를 생활 방역 수준인 1단계에서 2단계로 16일 오전 0시 서울과 경기 지역에 격상하고 19일부턴 이를 인천까지 수도권으로 확대한 상태다. 21일 부산과 전남, 22일 제주 등이 거리 두기를 2단계로 상향한 데 이어 유흥주점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늘고 있는 광주도 거리 두기 격상을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거리 두기 단계가 2단계로 격상되는 상황에서 하루 확진자가 300명을 넘어서자 3단계 격상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는 지표상 ▲2주간 일일 국내 발생 확진자 수 100~200명 이상, 1주 2회 더블링(확진자 수가 전날 2배 증가) 발생 ▲감염경로 불명 사례 급격한 증가 ▲관리 중인 집단발생 현황 급격한 증가 등일 때다.
지난 8일 0시부터 21일 0시까지 2주간 신고된 국내 발생 확진자 수는 1706명으로 하루 평균 121.8명에 달한다. 15~21일 일주일 사이 세자릿수(155명→267명→188명→235명→283명→315명)로 집계되면서 이미 19일부터 이 수치는 기준치를 초과했다.
신천지 관련 확진 환자가 급증하기 시작한 2월15일~28일 하루 평균 142.4명에 달했던 신규 확진자 수는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 전인 3월8일~21일 145.1명까지 높아지기도 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이전과 비슷한 수준까지 증가한 것이다.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이른바 '깜깜이' 환자 비율은 16.4%로 1단계 목표치인 5%의 3배를 넘긴 지 오래다. 이달 10일 10.4%를 시작으로 12일째 10%대이며 20일 14.7%에 이어 급증하는 추세다. 그 숫자 자체도 이날 353명으로 전날 272명 대비 81명 늘었다.
방대본이 국내 주요 발생 현황으로 발표한 집단감염 사례만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 집회 포함 교회와 모임, 사무실 등 17건에 달한다.
◇광화문 집회 확진자 늘어날수도 있는 이번 주말, '고비'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의 목표는 급격한 유행 확산 차단과 방역망 통제력 회복이다. 방역당국은 이번 주말이 그 길목에 있다고 보고 있다. 왜 이번 주말일까.
코로나19의 잠복기는 평균 5~7일, 감염 이후 1~14일 안이다.
9일 만에 732명이 확진돼 집단감염을 주도하는 사랑제일교회 감염 노출 시기로 방역당국은 멀게는 7월27일부터 가깝게는 8월7일~13일로 보고 있다. 금요일인 21일은 13일로부터 일주일이 지나는 날로 1차 감염지인 사랑제일교회에선 최소 20일까지 확진 환자가 다수 발생했다는 얘기다.
사랑제일교회 신도 확진자들이 감염이 가능한 시기(증상 발생 이틀 전) 찾은 8월15일 서울 광화문 보수단체 집회도 중요한 변수다. 사랑제일교회와 관련이 없는 확진자는 18일 1명 이후 19일 9명, 20일 8명에 이어 21일까지는 하루 사이 53명이 늘었다. 8월15일 보수단체 집회에서 노출이 발생했다면 확진자는 5~7일째가 되는 날이 이번 주말이 포함된 20~22일이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도 금요일인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주말'을 다섯차례나 언급하며 사회적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 준수를 거듭 당부했다. 정 본부장은 "주말 종교행사, 소모임 등을 통한 추가 전파가 우려되고 있다"면서 "코로나19를 통제할 수 있도록 이번 주말에는 안전한 집에 머물러 주시기를 간절하게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현재 우선순위는 2단계로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제대로 이행되고 실천될 수 있게끔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상황"이라면서도 "그 부분에 대한 게 이행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확산세가 유지가 된다고 하면 3단계 격상도 검토해야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존 대규모 집단감염 관련 환자가 발생하는 시기인 이번 주말 이와 별도 감염원을 통한 집단감염이 맞물린다면 통제 범위를 벗어날 거란 우려로 풀이된다.
◇"정점 낮춰야 환자 수 감소 시간 줄여"
정부는 이미 3단계 검토에 들어갔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전날 "3단계로 강화된 거리 두기를 적용할지에 대해서는 3가지 요건(2주간 일일 평균 확진자 수, '더블링', 전문가 의견 수렴)을 가지고 검토하고 있다"며 "여러 가지 조건을 놓고 봤을 때 3단계로의 변경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논의와 분석,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은 유행이 진행 중인 상황으로, 확산 차단을 위해 가능한 빨리 거리 두기 3단계 등 방역 강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존 집단감염 외에 환자 1명이 집단감염의 지표환자가 될 수 있는 이른바 '깜깜이' 환자 수가 21일 기준으로 2주간 353명에 달했다. 불과 3일 전인 18일 0시 기준 163명의 두배가 훌쩍 넘는 규모다. 이 기간 전체 확진자의 16.4%라는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고치라는 점과 별개로 자칫 추가 집단감염 증폭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피크가 올라가면 떨어지는 데 시간이 점점 더 오래 걸린다"며 "가능한 정점이 낮게 유지됐을 때 전파 연결 고리를 잘라내야 오래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중대본에 따르면 2월 말~3월 중순 140명대였던 하루 확진자 수는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를 통해 4월6일~19일 30.3명까지 감소했고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전환하기 직전인 4월22일~5월5일에는 8.6명으로 한자릿수까지 내려갔다. 신규 발생 건수도 2월15일~28일 45건에서 두달여가 지났을 때 3건까지 감소했다.
140명대였던 3월22일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 시행 이후 일상으로 돌아오는 데 한달이 걸린 것이다.
엄 교수는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를 하려는 궁극적인 목표가 빠르고 강력하게 전파를 차단하려는 것인데 2단계 정도로 차단하기에는 지금 유행이 진행 중"이라며 "가능한 빠르게 효율적으로 전파를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