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의 코로나 상황이 미술전시 문화도 바꾸고 있다. 대규모 공공미술전시들이 기존의 오프라인 전시 외에 온라인 중심의 온-오프라인 콘텐츠를 준비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가장 눈에 크게 띄는 것이 9월 ‘비엔날레의 계절’을 맞은 각종 비엔날레들의 변신이다.
올해처럼 짝수 해에는 광주비엔날레,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 대구사진비엔날레, 대전비엔날레, 창원조각비엔날레,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등이 열려 왔다.
비엔날레(Biennale)란 2년마다 열리는 대규모 국제 전시회를 일컫는다. 1895년 시작된 베네스 비엔날레가 유명세를 타면서 최근에는 각양각색의 비엔날레가 지자체마다 열릴 정도가 됐다. 그러나 광주비엔날레를 비롯해 서울미디어시티바엔날레와 대구사진비엔날레,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등은 개최를 포기하고 내년으로 행사를 연기했다.
하지만 2년마다 열려야 하는 비엔날레의 정체성을 위해 부산비엔날레, 창원조각비엔날레, 대전비엔날레,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등은 용감하게 올해 전시를 이미 열었거나 곧 연다. 이들은 비대면이 강화된 최근의 심각한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야외 전시를 제외한 실내 전시와 컨퍼런스는 ‘온라인’용으로 다시 제작하는 상황에 처해 어려운 국면을 돌파하고 있다.
당장 참여 작가들이 해외에서 내한하기가 어려워 작품만 공수해오는 경우가 많았고, 컨퍼런스 참가자들도 직접 참가 대신 온라인으로 자료를 전송하기도 했다. 또 장기화된 불경기 속에 온라인 콘텐츠 제작으로 경비는 한층 늘어나 고충은 더 커졌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창원조각비엔날레처럼 역대 최고 숫자의 참가국과 최다 지역 출신 작가 참여, 지역 협력 큐레이터 및 신진 작가 발굴 육성과 문제점 해결, 지역 기업 후원 등 뜨거운 열기를 뿜는 비엔날레도 있다.
2020부산비엔날레, 개막식부터 온라인으로
5일 개막한 2020부산비엔날레는 개막식부터 온라인으로 바꿨다. 참가 관객을 인솔해 작품 앞에서 행하던 작품 설명은 처음으로 예술감독(야콥 파브리시우스)이 참여하는 ‘온라인 전시투어’ 영상으로 대체했다. 또 작가와의 대화도 온라인 프로그램으로 전환했다. 부산비엔날레 개막식은 5일 부산비엔날레 유투브 공식채널(http://www.youtube.com/user/bsbiennale)에서 라이브 스트리밍됐다.
비엔날레 참여 작가는 34개국 90명 ‘열 장의 이야기와 다섯 편의 시’를 주제로 소설가, 시인, 시각예술가, 사운드아티스트들이 문학, 미술, 음악 등 장르를 가로지르는 작품을 내놓았다.
야콥 파브리시우스 전시감독은 “현 상황이 안타깝지만 시민의 안전이 우선되어야 하고, 이번 전시를 통해 비대면 시대의 비엔날레로서의 새로운 가능성과 논의들이 모색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성연 집행위원장은 “당장 전시장 개방은 힘들지만, 온라인을 통해라도 다각도로 전시를 접할 수 있도록 준비를 했다”면서 “상황이 하루빨리 호전되어 시민들이 즐겁게 관람할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전비엔날레2020, 인공지능과 예술의 초융합
‘인공지능’을 주제로 한 대전비엔날레2020은 과학과 예술의 만남이란 특성을 강조한다. 인공지능(AI)과 예술에 초점을 맞춘 ‘AI: 햇살은 유리창을 잃고’를 주제로 9월8일~12월6일 대전시립미술관·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다. ‘햇살은 유리창을 잃고’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샤오빙’의 시집 이름이다. 대전시립미술관이 기획한 전시는 예술적 도구로 AI를 활용, 예술적 표현의 확장을 추구하는 6개국 16명(팀) 작가가 참여한다. AI의 면면과 AI기술을 이용한 인간 감각의 확장 가능성, AI의 사회·윤리적 관점, AI의 허점과 진화 등을 살펴본다.
대전비엔날레 2020 ‘AI : 햇살은 유리창을 잃고’는 대전비엔날레는 총 4가지 키워드‘인지(AI-dentity), 태도(AI-ttitude), 모순(AI-though), 도구(AI-gent)’로 구성했다. 6개국 16작가(팀)의 작가가 인간과 인공지능, 그리고 그 관계를 조망하는 다양한 시각을 제시한다.
1부 ‘인공지능 + 예술, 인공과 인지 사이’는 요나스 룬드(Jonas Lund), 마리오 클링게만(Mario Klingemann), 알베르트 바르케 듀란(Albert Barque-Duran), 마크 마르제닛(Marc Marzenit), 신승백&김용훈이 참여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작가는 신승백과 김용훈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화기술대학원 출신의 두 작가는 인공지능의 시각을 담당하는 컴퓨터 시각기술이 인류의 삶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과학예술센터인 오스트리아 아르스일렉트로니카에서 그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미디어아티스트로 호평 받고 있다.
2부‘인공지능이 태도가 될 때’에는 히토 슈타이얼(Hito Steyerl), 콰욜라(Quayola), 염지혜, 박경근, 팀보이드(Team Void)가 참여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히토 슈타이얼의 ‘깨진 창문들의 도시’가 한국 최초로 공개된다.
3부 ‘데칼코마니의 오류’에는 자크 블라스(Zach Blas), 테레사 라이만 더버스(Theresa Reiman-Dubbers), 김형중, 양민하가 참여한다. 제4부 ‘새 시대의 도구’에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병주 교수 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이주행 박사, 박얼과 함께 인공지능의 향후 방향성을 모색해 눈길을 끈다.
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은 “AI와 예술의 관계, AI가 어떻게 인류와 공존하고 또 진화할 것인가 를 예술로 통찰해 보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팬데믹 시대, 디지털사회로 급속도로 진전하고 있는 현재에 대한 방향제시가 필요한 만큼 과학도시 대전의 지역성을 기반으로 인공지능이 공감미술을 실현하는 도구가 될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2020창원조각비엔날레, 가볍고 유연한 ‘비조각’ 잔치
2020창원조각비엔날레(9.17~11.1)도 온라인을 대폭 강화했다. 조각비엔날레임에도 ‘비조각-가볍거나 유연하거나’를 주제로 삼았다. 이승택, 성동훈, 마이클 요한슨, 미셀 블레이지, 카리나 스미글라-보빈스키, 세인트 머신, 김주리 등 역대 최대 숫자인 34개국 94명(86팀)의 작가를 초대하는 등 야심찬 준비를 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속에 공식개막식도 9월17일에서 10월 21일로 연기하고 온라인으로 공개한다.
야외인 용지공원(포정사)에 설치되는 조각품들은 관객들에게 오픈되어, 조심스럽지만 자유 관람이 가능한 것은 다행이다. 반면 성산아트홀에서 열리는 실내 작품 전시는 오프라인 설치는 그대로 하면서 온라인을 위한 촬영은 따로 하고 있다. 또 국제컨퍼런스는 해외 참가자들의 내한이 힘든 만큼 해외에서 전송한 콘텐츠에 한글 자막을 입힌 영상을 따로 만드는 등 온라인콘텐츠를 강화했다.
역대 최고 어려운 난국이지만, 2020창원조각비엔날레는 최다 참가국가, 지역 출신 작가 최다 참여 그리고 지역 큐레이터 및 신진 작가 발굴 육성과 문제점 해결 등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 한편 올해는 BNK경남은행이 메인 후원사를 맡았고, 경남스틸, 피플앤스토리, 한삼시스템 등 현지 기업들이 창원문화재단 창원조각비엔날레추진팀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총감독인 김성호 미술평론가는 “조각은 딱딱하고 견고하거나 덩치가 큰 것으로 인식돼왔다”며 “이번에는 통념적 조각과는 다른 가볍고 유연한 조각을 거시적으로 조망, 조각의 확장과 조각에 대한 더 깊고 넓은 이해를 도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개막식, 학술회의 등 주요 행사를 온라인으로 전환하고 관객을 위한 가상현실(VR) 등을 크게 늘린다고 설명하고 “이번 기회에 다양한 온라인 프로그램을 시도해 새로운 창원조각비엔날레를 만들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2020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자연과 함께 OPEN
지난달 29일 개막한 2020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는 11월30일까지 충남 공주의 연미산자연미술공원, 금강자연미술센터 일대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기획자인 임수미씨가 총감독을 맡은 올해 주제는 ‘新(신)섞기시대_또 다른 조우’다.
6개국 작가들이 참여한 본전시 ‘新섞기시대 전’과 특별전 ‘자연미술 영상전’, 지난 4월부터 진행 중인 ‘자연미술 상설전’ 등을 통해 인간이 자연과 조화·균형을 이뤄 상생한 신석기시대를 상상하며 자연과 인간의 상생 회복과 희망을 모색한다.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는 공주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사)한국자연미술가협회-야투(野投)가 주관하는 국제자연미술전시다.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도 코로나19 상황으로 외국 작가들의 내한 스케줄이 일정대로 지켜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자연 속에서 작가들이 작품을 만들어 설치하고 관객들도 감상할 수 있는 비엔날레인만큼 제한된 숫자지만 관객을 받고 있다. 온라인 프로그램 보강으로 한계를 보완하는 것은 숙제로 남았다.
임수미 총감독은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가 자연미술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신석기시대’와 같은 또다른 예술문화의 토대를 만들고 그 토대가 새롭게 확장, 발전해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미술 관계자들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는 확연히 다른 전시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면서 “이번 기회에 미술 전시 관계자들은 비대면 시대 미술 전시의 새로운 가능성과 논의, 온라인 콘텐츠 등에 대해 재인식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