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혜은 기자]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시행 일주일이 지나면서 나흘째 200명 아래로 억제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규모가 언제쯤 2단계 조건인 100명 아래로 줄어들지에 관심이 쏠린다.
평균 잠복기 5~7일을 고려할 때 지금이 2단계 효과의 결과라면 더 강화된 조치로 감소 추세가 지금보다는 빠라질 것이란 기대감도 있지만, 수도권에 한정된 2.5단계가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무엇보다 대구·경북 등 특정 지역 대규모 유행 집단을 중심으로 발생했던 2~3월과 달리 이미 전국에서 감염경로를 알 수 없거나, 집단감염이 진행중인 만큼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 때만큼 극적인 효과를 거두긴 어려울 것이란 예측도 있다.
정부도 전국 확산과 고령층 감염 우려가 큰 이번 추석에 국민들에게 이동 자제를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확진자 수와 별개로 감염 확산의 불씨 자체는 적어도 이달 안에는 잡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일주일간 오전 0시 기준 국내 발생 확진자 수는 하루 평균 218.7명이다. 이는 그 전주 일요일부터 토요일까지인 지난달 23일~29일 331명의 3분의 2 수준이다.
정부는 최근 확진자 감소 추세를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적용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전략기획반장은 6일 "전체적인 추세로 환자 발생이 계속 감소하는 추세선이 유지되고 있으며 100명대로 안정적으로 진입하고 있어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상황"이라며 "사회적 거리 두기 노력이 1~2주 시차를 동반하는 점을 고려할 때 현재 상황은 8월16일부터 시작한 수도권 거리 두기 2단계 조치, 23일부터 시작한 전국 2단계 조치 등의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지난달 30일부터 수도권에는 음식점과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등의 매장 내 식사를 제한하고 실내 체육시설 운영을 중단하는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적용 중이다. 나아가 정부는 6일까지로 예고했던 수도권 2.5단계 조치를 프랜차이즈 제과제빵점·아이스크림점·빙수점 등으로 확대해 7일 0시부터 13일까지 일주일 더 연장한다.
확진 환자 수가 100명 중·후반 대에서 억제되고 있지만 아직 추가 감소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는 수도권에 거리 두기 2.5단계 일주일 연장과 함께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의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도 오는 20일까지 2주 더 유지키로 했다. 그러나 거리 두기 2단계에서 참고하는 하루 평균 확진 환자 수는 50~100명 미만이다. 지금과 같은 100명대는 3단계 요건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효과가 나타나는 이번주 국내 확진자 수는 100명대 밑으로 감소할 수 있을까. '알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우선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의 효과 등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각 위험 수준에 따라 서로 다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마련돼 있다. 2단계는 하루 평균 환자 수가 50~100명 미만일 때 의료체계가 통상적으로 감당 가능한 수준까지 환자 발생을 줄이는 게 목표이고 3단계는 하루 100~200명 이상 발생했을 때 급격한 유행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들로 구성돼 있다.
거리두기 2.5단계는 수도권에서만 하루 200~300명으로 지역사회 감염 환자가 발생하자 2단계에 3단계 조치 일부를 더한 것으로, 이번이 첫 적용 사례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3단계 상황에 3단계 수준의 조치가 적용되면 2~3주 안에 상당히 만연되고 커진 전파를 끊어낼 수 있다는 걸 대구·경북에서 경험했고 이러한 점을 고려해 3단계를 결정했다"며 "1단계와 2단계 사이, 2단계와 3단계 사이 어디쯤에서의 대응이 얼마나 효과를 나타내는지에 대해선 알려진 게 없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효과적으로 줄고 있는 건지 예측이 어렵고 따라서 실패할 수도 있다"며 "전파 고리가 끊어지는 건 병원체 잠복기 정보를 토대로 5~7일이 지나서이니까 2.5단계가 효과가 있다면 이번주 지나면서부터는 효과가 나타나줘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환자 수 증감 추이는 빨라도 이번주는 지나야 가늠해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전 사회적 거리 두기 때와 비교하면 확진자 감소 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점과 환자 수와 별개로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는 집단감염 양상을 볼 때 2~3월 사회적 거리 두기 때와 같은 극적인 결과를 얻기란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처음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한 2월29일부터 3월21일까지 22일간 하루 909명(2월29일)이었던 확진 환자 수가 3월1~6일 500~600명대에서 일주일이 지난 7일 400명, 8일 300명, 9~14일 100~200명대까지 감소했다.
서울과 경기 지역에 거리 두기 2단계가 적용된 지난달 16일 이후 상황을 보면 일주일이 지나 감소하는 듯했던(8월23일 397명→24일 266명) 확진자 규모가 오히려 27일 441명까지 더 증가했다.
이후 감소 추세도 국내 지역사회 감염 규모만 봐도 지난달 27일 434명 이후 359명→308명→283명→238명→222명→253명→188명→189명→158명→152명 등 '감소→정체→감소'를 보이며 감소 중이다.
집단감염도 신천지(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신도들과 콜센터 등 특정 집단을 중심으로 폭증했던 2~3월과 달리, 지금은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와 광복절 도심 집회는 물론 직장과 모임, 의료기관까지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집단감염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보고된 각종 집단감염 내 첫 확진 환자(지표환자) 발생 시점은 상당수 8월말이다. 5~7일 잠복기를 거쳐 증상이 발현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 집단감염은 대부분 사회적 거리 두기 시행 직전이나 직후에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즉,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됐을 땐 이미 집단감염이 시작돼 있었거나 확산할 때였다는 뜻이다.
이런 형태의 지역사회 감염이 실내 활동이 늘어나기 시작하는 9월이라는 계절 특성과 맞물리면 확진 환자 억제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 경로 불분명도 여전히 많고 집단발생도 여기저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엔(n)차 감염' 환자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며 "지역사회 감염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어 유행 규모를 통제하기에는 2.5단계 조치로도 부족한 감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2주간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 비중은 3일 24.4% 이후 6일 21.5%까지 감소했다. 1000명대였던 조사 중 확진자 수도 800명대로 줄었지만 여전히 812명 감염이 기존 집단감염과의 연관성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김 교수는 "종기를 빨리 째고 일찍 낫는 게 좋은 만큼 8월에 일찌감치 거리 두기를 강화했어야 했다"며 "추석에 수도권에서 농촌으로 사람들이 이동하면 농촌에서 고령환자가 많이 발생할 수 있다. 더위가 물러가고 추우니까 사람들이 실내로 몰리면서 갈수록 (방역망 내에서 통제하기가) 쉽지 않은 형국"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향후 확진 환자 감소를 기대하면서도 추석 전까지인 앞으로 3주간 무증상·잠복기 감염 차단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정부가 3주 이상 남은 추석 연휴, 국민들에게 고향과 친지 방문 자제를 권고한 것도 그래서다. 확진 환자 수가 그 사이 감소하더라도 언제든 유행과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집단감염 불씨까지 잠재우는 건 어렵다고 본 것이다.
손영래 전략기획반장은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까지 일상생활과 관련된 사회 곳곳의 집단감염, 다시 말해 잠복 감염이라든지 무증상 감염이 완전히 제거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이번 추석에는 이러한 가능성들을 고려할 때 이동 자제를 권고드리고 이는 추석 때까지 변동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