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혜은 기자] 국민들의 방역 수칙 준수와 자영업자 등의 경제적 희생 등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규모가 약 보름만에 100명대 초반까지 감소했다.
하루 200~400명 확진자 급증으로 역학조사 등에 한계에 도달했던 방역체계와 겨우 치료 병상 확보에 나선 의료체계 모두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감염 경로 미분류 환자나 무증상·잠복기 상태 등 방역당국이 파악하지 못해 집단감염의 불씨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추석이 3주 앞으로 다가와 안심하기는 이르다. 앞선 5월 이태원 클럽과 7월 말~8월 초 여름 휴가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대규모 인구 이동이 이뤄지고 무엇보다 고령자 중심 유행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8일 정부의 이동 자제 권고가 강제력이 없는 만큼 추석 연휴 이후 환자 증가는 불가피하다며 3주 전까지 환자 규모는 물론 감염 경로 미분류 환자 수를 줄이는 등 통제력을 회복하느냐에 방역 성패가 달렸다고 진단했다.
지난 7일 국내발생 신규 확진자는 108명이다. 수도권 대유행이 시작단계에 접어들던 지난달 14일 85명을 기록한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통상 월요일에는 주말인 일요일 검사량이 반영돼 다른 날보다 신규 확진자가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난다. 그러나 최근 5일간 신규 확진자 규모가 100명대를 유지하고 있고, 비슷한 검사량을 보였던 지난달 21일, 6683건의 검사 중 197건이 양성으로 판정됐던 것과 비교하면 확진자 수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8월 국내 유행을 주도했던 수도권에서 신규 확진자가 8월27일 313명까지 급증했다가 8월31일엔 183명, 9월7일엔 78명까지 줄어들었다. 수도권 신규 확진자가 100명 아래로 나타난 것도 지난 8월14일 이후 처음이다.
전체 확진자 규모가 감소하면서 방역당국의 역학조사도 속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 방역당국은 하루 신규 확진자가 두자릿수는 돼야 역학조사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5일간 국내발생 신규 확진자가 100명대를 유지하면서 감염경로 미파악자는 7일 807명으로 줄었다. 지난 1일 1076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약 일주일 사이 200여명의 감염경로를 파악해낸 셈이다.
관건은 3주 앞으로 다가온 추석이다. 방역당국은 이번 추석에 이동을 자제하고 집에 머물 것을 당부하고 있지만 국민 정서와 상황에 따라 모두가 이를 준수하기는 쉽지 않다.
천은미 이화여자대학교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현실적으로 부모님이 지방에 계시는데 안 내려갈 수는 없다. 가족들끼리 만나서 대화를 하고 음식을 먹고 활동을 하면 감염이 된다"며 "정부가 추석 대이동을 준비해 방역을 하더라도 확진자는 분명히 늘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에서는 첫 대유행이 어느 정도 안정화된 4월 이후 연휴를 거칠 때마다 산발적인 집단감염이 발생한 바 있다. 부처님 오신 날과 근로자의 날, 어린이날 등이 겹쳤던 4월말~5월초 직후에는 이태원 클럽 관련 집단감염을 시작으로 물류센터, 종교 소모임, 방문판매 업체 등을 통해 수도권에 연이은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이 집단감염은 대전·충청권과 광주·호남권 등 비수도권 지역으로까지 번졌다.
휴가철인 7월말~8월초에는 캠핑 모임을 통한 집단감염이 보고됐고 대체공휴일이 있었던 8월 중순에는 사랑제일교회, 서울도심집회 등으로 확진자가 급증했다. 특히 사랑제일교회와 서울도심집회 관련 집단감염은 교인과 방문자, 참가자 등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전파가 확산됐다.
이에 따라 앞선 연휴보다 인구 이동 규모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되는 추석이 오기 전,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방역망에 잠시나마 숨통이 트인 사이 얼마나 집단감염의 연결고리를 끊어낼 수 있느냐가 유행 규모를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본부장은 지난 7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유지를 위해서는 50명 미만의 신규 확진자 발생과 감염경로 불명 5% 미만이라는 참고지료를 갖고 있다"며 "이 지표들을 목표로 갖고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염경로 미파악자는 1일 1076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2일 1010명, 3일 1049명, 4일 971명, 5일 899명, 6일 812명, 7일 807명으로 감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추석이 오기 전에 이 같은 방역망 회복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우주 고려대학교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규 확진자가 감소하는 것에 비해 감염경로 조사중 비율은 여전히 22%로 높다는 게 아직 안심할 단계가 아니라는 증거"라며 "추석 대이동, 가을철 기후로 감소 추세가 다시 역전돼 증가할 우려가 있다. 빠르게 감소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