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들의 가장 중요한 사망원인은 악성종양(암)으로 가장 왕성한 생산활동 연령층인 40세-59세 사이에서 암 사망원인 1위는 간암이다. 우리나라에서 간암으로 인한 사망자 숫자는 OECD 주요국가들 중에서 압도적으로 1위일 정도다. 간암은 대부분 B형간염으로 인한 간경변증에서 발생하는데, 초기부터 정기적인 진료와 꾸준한 치료를 하면 완치까지 가능하다는 것이 관련 전문의들의 주장이다. 본지는 간질환 환자들을 위해 사단법인 간환우협회의 추천을 받아 B형간염전문의를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해 서울아산병원의 임영석교수, 민트병원의 김영선원장을 소개한데 이어 광주 한정렬내과 원장을 소개한다.<편집자 주> |
[시사뉴스 박성태 대기자] “고등학교때부터 제 꿈은 의사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집안에 의사가 없었던 탓에 제가 가족 주치의라도 되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의대에 진학했고 망설임 없이 내과를 전공했습니다. 1984년에 의대를 졸업하고 공중보건의, 순천 중앙병원 내과과장을 거쳐 1992년 광주광역시에 내과병원을 개원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의대를 입학한 날로부터 40년이 훌쩍 넘었지만 의사가 된 것에 대해 한 번도 후회해 본적이 없습니다. 의사로서 안타까운 일은 살릴 수 있는 환자인데 의료장비나 체계 부족으로 눈앞에서 목숨을 잃는 현장을 목격하는 것이었지요. 공중보건의 시절 섬에서 어부들이 복어 독에 중독되어 목숨을 잃었을 때는 정말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일반 질환 특히 간질환의 경우 조기발견하면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데 건강에 무관심하다가 뒤늦게 중증이 되고나서야 발견하는 경우도 안타까운 일입니다.
특히 B형 간염 전문의(자칭 타칭)가 되고 난 뒤로부터 전국 각지에서 내원하는 환자들을 보며 ‘정말 의사가 되기를 잘했다. 나로 인해 환자들과 그 가족들이 건강을 되찾고 웃음을 되찾을 수 있게 하늘이 내게 소명을 주신 것’이라고 생각하며 진료를 보고 있습니다.
저는 진도 팽목항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작은 섬 하조도 섬에서 1년, 완도 노화도 섬에서 1년, 전라남도 영암의 영암병원에서 1년간 내과 공중보건의 생활을 했는데 광주에 있던 아내로부터 둘째 아들이 태어났다는 소식을 들었으나 의사라고는 한 사람 밖에 없는 진도 하조도 섬에서 제가 자리를 비울 수 없어서 태어난 지 60일 만에 둘째 아들을 처음 보았을 정도로 나름 열심이었습니다.
완도 노화도 1년 근무 시에는 토요일 일요일 없이 환자를 돌보아 노화도 주민으로부터 24시간 365일을 근무한 감사패를 받았습니다. 이 감사패는 제 진료실 한 켠에 자랑스럽게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개원 27주년인 2019년 즈음에 개원 1만일을 맞이했을 때 ‘1만시간의 법칙’이 떠올랐습니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1만시간의 훈련이 필요한다는 것으로 하루에 3시간씩 10년간을 어떤 일에 투자하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법칙인데 의사는 1만시간이 아니라 1만일을 투자해도 전문가, 달인이 되기에는 모자람이 많다는 생각을 하며 계속 연구와 공부를 더 하고 있습니다.
1994년 광주에서 일차의료학회를 창립하고 약 15년간 회장으로 학회모임을 꾸준히 해왔었고 이후 월요내과의사회를 창립해서 15년정도 하고 있습니다. 주로 내과에서 진료하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천식 등 매년 바뀌는 진료지침과 새로운 임상연구에 대해서 공부하는 모임입니다.
제가 관심을 가졌던 질환은 특히 골다공증이었는데 1997년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주립대학(UCSF)에서 공부하는 기회가 있었고 그때부터 골다공증은 저의 주 진료 질환이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B형 간염 전문 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B형 간염에 대해서는 언제부터 관심을 가지셨는지요?
만성B형간염은 1999년 만성B형간염치료제 제픽스가 나온 이후로 관심을 갖게 되었고 10년전 서울 내안애내과 김창섭 원장님 주도로 만든 간사랑네트워크에 참여해서 지식을 공유하고 학술모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간사랑네트워크에 참여하면서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간사랑동우회, 만성B형간염 환우회 카페에 들어가서 질문게시판에 답글을 달고 있습니다. 답글을 달면서 환우가 궁금해하는 것과 환우의 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1999년에 출시된 만성B형간염치료제 제픽스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꾼 치료제였고 지금 말하는 게임 체인저였습니다.
제픽스가 출시되기 전에 내과 수련을 받은 분들은 수련기간 동안에 항바이러스제 치료에 대한 경험이 없어서 제약회사 주관 학술모임, 대한간학회 주관 학술모임에서 경구용항바이러스제에 대한 지식을 얻고 이후 계속해서 발표되었던 장기간 연구에서 좋은 효과를 확인하였고 고혈압, 당뇨병처럼 평생 관리해야하는 만성질환으로 저의 중요한 진료의 한 분야가 되었습니다. 지금 사용 중인 B형간염치료제는 초창기에 사용되었던 제픽스보다 더 효과적이고 더 안전한 약들이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B형간염은 어떤 질환이고 최근 치료 경향은 어떻게 변하였는지요?
우리 병원에 B형간염 때문에 방문한 환우는 2200명 정도입니다. 이중 절반은 치료가 필요한 시기인 e항원 양성, e항원 음성 면역활동기 이고 나머지 절반은 치료하지 않고 관찰을 하는 면역관용기나 면역비활동기입니다.
처음 병원에 오시면 현재 치료가 필요한 상태인지 아니면 6개월 단위로 경과관찰을 하면 될 것인지를 알기 위해서 혈액검사, 초음파, 섬유화스캔을 합니다. 이후로 일반적으로 혈액검사는 3개월, 초음파는 6개월, 섬유화스캔은 1년 간격으로 추적검사를 합니다.
치료는 주로 보험가이드라인에 따라서 치료하는 편이지만 가능하면 항바이러스제를 처방하는 방향으로 합니다. 예를 들어 간경변의 경우 보험기준은 바이러스 양이(HBVDNA) 간기능에 관계없이 만카피(2000IU) 이상이면 치료를 하는데 만카피 이하라 하더라도 항바이러스제 사용을 원하면 처방해드리고 있습니다. 이는 대한간학회에서 치료를 반드시 고려해야하는 등급 B1(should be considered)으로 치료가 필요한 군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만성B형간염의 자연경과 중 4번째 단계인 e항원음성면역활동기(면역탈출기)의 경우 바이러스양은 만카피 이상이지만 간기능검사가 80 이상 오르지 않아서 경과를 보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환우도 의사도 불안합니다. 경과를 관찰하면 간수치는 오르지 않고 바이러스양만 오르락내리락 합니다. 이러한 경우도 보험이 되지 않지만 비보험으로 치료해 드리고 있습니다. 아마도 나중에는 혈액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면 모두 치료 대상이 된다고 치료 지침이 바뀔 수도 있을 것입니다.
최근 B형간염 항바이러스제는 어떤 것들이 있고 복용 효과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국내에서 B형간염 치료에 사용하는 네가지 항바이러스 약제는(상품명으로 바라크루드 비리어드 베믈리디 베시보와 또는 같은 성분의 복제 약) 약제내성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생기지 않으므로 그 효과를 계속 유지할 수 있으며 바이러스 증식억제 효과가 이전 약들에 비해서 더 강하기 때문에 빠르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이들 약제의 임상연구를 보면 질환의 진행을 예방하고 연구대상과 기간에 따라 다르지만 간암예방효과를 50~80%까지 보였습니다.
지금은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하면 간의 조직학적 개선효과가 96% 정도 보이므로(비리어드 3상 조직검사연구) 질환이 진행해서 간염인 상태가 간경변으로 진행하거나 간경변 상태에서 비대상성간경변(복수 황달 식도정맥류출혈 간성혼수가 생기는)으로 진행하는 경우를 볼 수가 없기 때문에 지금 항바이러스제 치료의 목표는 간암예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오래동안 B형간염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수직감염이라 유병기간이 나이와 같다. 우리나라 B형간염 환우의 80%가 40세 이상이다.) B형간염바이러스 DNA가 숙주(나)의 간세포 DNA와 결합해서 유전자교란을 일으키고 이 변이를 일으킨 세포가 분열 증식하면서 간암의 위험성이 증가하는 것입니다.
다행히도 항바이러스제가 간암의 위험도를 많이 낮추므로 간암이 잘 생기는 간경변이 있는 경우에 항바이러스제는 더욱 더 중요합니다.
간염의 상태에서 필요한 시기에 약을 먹으면 질환의 진행을 막을 수 있으므로 간경변이 되지 않고 간암의 80%는 간경변이 있으므로 간경변으로 진행을 막는 항바이러스제는 중요한 약입니다.
항바이러스 약제는 간경변이 있어도 5년 정도 혈액내에서 바이러스가 없는 상태를 유지하면(PCR검사로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음) 5년 후에는 75% 정도 그러니까 4명중 3명은 더 이상 간경변이 아니었습니다. (비리어드 3상 조직검사 연구 중 간경변 만을 대상으로 하위 분석한 결과) 간경변이 되면 예전에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하였으나 이제는 간경변도 좋아지는 병이 된 것입니다.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해서 바이러스 억제가 되면 간경변과 간암으로 진행을 예방하지만 모두 예방하는 것은 아니어서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합니다. 혈액검사 중 중요한 것은 바이러스의 증식을 보는 HBV DNA와 간암표지자인 알파피토단백(알파태아단백=AFP=alpha fetoprotein)이 가장 중요합니다. HBV DNA가 억제되어 있지만 간기능검사(AST, ALT)가 올라있으면 바이러스 증식에 의한 간손상이 아니고 알코올을 마시거나, 지방간이 있거나, 간독성이 있는 식품을 섭취하는 경우입니다.
간암은 어떻게 생기며 예방법과 조기 발견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B형간염바이러스는 DNA바이러스로 간세포내로 들어와서 나의 간세포 핵 속의 DNA와 결합을 하고 이어 유전자 교란을 일으키고 변형된 간세포가 복제를 하기 때문에 간세포암의 위험이 있는데 이러한 위험성의 증가는 B형간염을 가지고 있는 시기(유병기간)와 비례하므로 나이가 들수록 간세포암의 위험이 증가됩니다. 지금은 비대상성간경변은 많이 줄었고 대신 간세포암종이 증가하고 있지만 잘 줄어들지 않는 이유입니다.
간암검진 초음파는 6개월 단위로 검사하는데 이는 종양의 배가시간(두배로 크는 시간)을 고려해서 만들어진 기간입니다. 그리고 알파피토단백(AFP)은 간세포암종에서 생산하는 단백질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면 새롭게 간세포암종이 생겼나 의심합니다. 이 두 가지 검사를 이용해서 간세포암종을 진단할 때 민감도는 80%정도입니다.
우리나라 만성B형간염 유병자는 150만 정도입니다. 이중 18% 정도인 27만명이 치료 중이라고 하니 아직도 많은 분들이 치료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B형간염유병자는 정기적으로 검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B형간염을 치료받는 환우들의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이와 더불어 생기는 많은 질환을 같이 치료해야만 하게 됩니다. 다행히 B형간염치료제는 다른 약과의 상호작용이 아주 적어서 내과의 만성질환 치료제와 같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장기간 치료하는 약제는 효과도 중요하지만 안전성이 중요한데 다행히 지금 사용중인 항바이러스제들은 안전하고 효과적입니다.
저는 제가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공부한 골다공증이 만성B형간염치료제로 인한 이차성골다공증과 연관이 있어서 더 좋은 진료를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아주 멀리서 우리병원을 찾아오시는 분들 중 기억에 남는 분들이 계십니다. 다른 교통수단이 없어서 자가용으로 5시간 이상 걸리는 경상북도 봉화에서 오시고, 제주도에서 오시는 분, 강원도 춘천에서 오시는 분이 계십니다. 특별한 검사나 약이 처방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신 병에 대한 설명을 잘해드리고 있습니다. 병의 진행과정이나 B형간염의 경과 중 어느 시기인지 치료는 언제까지 받아야 하는지 등 잘 설명을 해드립니다. 멀리서 찾아오신 분들께 감사 말씀 드립니다.
제 병원 입구와 실내 커튼에는 “개인적인 경험이 아니라 세계적인 진료지침에 따라서 좋은 의료 장비를 가지고 대학병원 수준의 진료를 제공하겠습니다.” 라고 붙여 놓았습니다. 이것은 개원 후 나의 다짐이고 환자와의 약속이므로 지키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만성B형간염을 치료하고 있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만성C형간염이 100% 가까운 치료성적을 보이고 있듯이 만성B형간염도 좋은 약이 나올 것 입니다. 간경변상태에서 약을 먹고 B형간염바이러스가 완치된다 하더라도 조직학적으로 변형이 온 간경변까지 치료되는 것은 아닙니다.
향후 완치약의 혜택을 받으려면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약으로 질환의 진행을 막아야 합니다. 그래서 오래 살아야 완치약의 혜택을 볼 수 있습니다. 웃고 살다가 3개월에 한번, 약을 먹는 상태가 아니라면 6개월에 한번 병원을 방문하시면 됩니다. 마치 고혈압 당뇨환자분이 혈압 혈당을 재기 위해서 병원을 방문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