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백순 기자] 이란에서 한 여성이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국에 체포됐다가 의문사한 후 항의 시위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 거주하는 이란인들도 본국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16일 오후 3시께 서울 지하철 2호선 역삼역 인근에서는 재한 이란인 60여명이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이들은 3주째 '히잡 시위'를 억압하는 본국 정부에 대한 규탄 행진을 벌이고 있다.

시위대는 이란 민주주의의 상징인 민중가요 '나의 어릴 적 친구'를 부르며 테헤란로를 행진했다. 부모를 따라 피켓을 들고 시위에 참가한 어린 아이들의 모습도 보였다. 행진 도중 이들은 "여성 인권 자유"라는 구호를 각각 이란어와 한국어로 번갈아 외치기도 했다.
행진 참가자인 이란인 남성 다니엘(44)씨는 "아미니의 사망은 (당국에 의한) 살인과 마찬가지"라며 "히잡 시위라고 하지만 사실 히잡만이 문제가 아니고 여러 문제들에 대한 의사 표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행진에 대해 "전날 에빈 교도소에서 폭발이 일어났고 정부에서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죽이고 있어서 그 부분에 대한 의미를 담았다"며 "경찰이나 혁명 수비대 쪽에서 실탄과 수류탄을 사용해 사람들을 진압하고 있다"고 전했다.
행진에 참가한 20대 이란인 여성도 "이란에서 지금도 시위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아미니) 한 사람을 위한 시위가 아니라 모든 이란 여성들을 위해서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시위가 전 세계에 알려지지 못하도록 정부에서 통제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TV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하는데 사람들은 계속 죽어가고 있다"며 "우리의 목소리를 세상에 알리고 싶은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란 전역에서는 마흐사 아미니의 사망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약 한달 간 번지고 있다.
아미니는 히잡 등 이슬람 율법이 요구하는 복장을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교 경찰에 구금되던 중 의문사했다.
경찰은 아미니가 지병인 심장마비로 자연사했다고 주장하지만 가족들은 고문을 당하고 죽었다며 반박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