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백순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잠잠했던 호흡기 감염병들이 3년 만에 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해당 바이러스에 노출된 적 없는 '코로나 베이비' 세대가 위험군으로 지목된다.
정기석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은 지난 24일 정례브리핑에서 "특히 소아·청소년층에서 호흡기 감염병 유행이 증가하고 있다"며 "성인들은 알게 모르게 메타뉴모나 RS바이러스, 독감 바이러스에 노출됐지만 최근 태어난 0~3세 아이들은 노출된 적이 없어 위험성이 높다"고 밝혔다.

메타뉴모바이러스와 RS바이러스는 백신이나 치료제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감염을 통해 자연면역을 획득하지 못한 영유아에겐 코로나19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
은병욱 노원을지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RS바이러스는 영유아에게 심한 모세기관지염이나 폐렴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숙아가 감염되면 사망에 이를 수 있고 건강한 영아라도 중환자실에서 치료받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메타뉴모 바이러스와 관련해서는 "소아들에게 바이러스 폐렴을 일으킬 수 있으나 사망에 이르는 경우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다만 코로나19와 함께 유행할 경우 가뜩이나 부족한 소아 병상이 포화상태에 이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방역 당국의 감염병 표본감시에 따르면 10월 2주차 기준 바이러스성 급성호흡기감염증 환자 934명 중 메타뉴모바이러스 환자가 320명(34.3%)에 달했다. RS바이러스는 266명(28.5%)로 뒤를 이었다. 중증급성호흡기감염병(SARI) 환자 262명 중에서는 1~6세가 104명(39.7%), 0세가 39명(14.9%)로 영유아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미국에서도 세 개의 감염병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리플데믹' 경고가 나왔다. 최근 방역 수칙이 느슨해지면서 독감이 빠르게 번지는 데다 어린이들 사이에서 RS바이러스, 아데노 바이러스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호흡기 감염병은 가족 간에 쉽게 옮는 만큼 개인방역수칙이 어느 때보다 강조된다. 영유아를 만지기 전에 꼭 손을 씻고, 어린이집 등의 공용 장난감은 자주 소독해야 한다. 방역 당국은 감염병 동시 유행을 막기 위해 코로나19와 독감 예방접종을 권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