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백순 기자] 코로나19 7차 유행이 본격화됨에 따라 요양병원 등 감염취약시설 확진자가 한 달 새 2배 늘어나 인명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정작 개량백신 접종률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험군조차 백신에 대한 피로감이 커진 상황에서 중증·사망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방역 당국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0월 4주차 감염취약시설의 확진자는 최소 1만1281명으로 1주차 4924명 대비 약 2.3배 증가했다. 전체 확진자조사서 등록 환자 중 감염취약시설서 발생한 비중도 3.3%에서 3.8%로 늘었다.
코로나19에 감염취약시설로는 요양병원·시설과 정신의료기관, 장애인복지시설 등이 있다. 이들 시설은 고위험군이면서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층이나 의사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이 밀집한 만큼 집단감염 가능성이 높은 공간으로 분류된다.
실제로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5일까지 코로나19 사망자의 사망장소를 살펴보면 요양병원·시설이 25.7%로 4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일반 의료기관이 71.6%, 자택·이송 중 사망자는 2.7%였다.
이 때문에 정부와 방역 당국은 감염취약시설에 대한 동절기 2가 백신 추가접종을 가장 먼저 시작했다. 지난달 11일부터 30일 간 감염취약시설 대상자 중 접종률은 7.9% 수준이다.
4차 접종 당시 30일이 경과한 시점의 접종률이 27.1%였던 것과 비교하면 19.2%포인트 낮은 수치다.
요양병원 측은 백신에 대한 환자들의 피로감이 상당하다고 보고 있다. 스스로 고위험군이라는 점을 인지하면서도 '접종을 해도 걸린다'는 인식이 크다는 얘기다.
접종 초기에는 감염취약시설에서 단체 접종을 실시하는 분위기가 컸지만 4차 이후로는 개인의 의사가 중요해졌다는 점, 여러 차례 접종함에 따라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한 요인이다.
노동훈 대한요양병원협회 홍보위원장(카네이션요양병원장)은 "환자 분들이 맞았으면 좋겠지만 접종을 해도 감염된다는 인식이 큰 것이 사실"이라며 "3차까지는 감염을 우려해 많이 접종했지만 이제는 환자·입소자 개인의 접종 의향이 더 중요한 시점이 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백신 접종이 감염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하더라도 중증·사망을 예방하는 효과가 분명한 만큼 방역 당국은 고위험군에 접종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 추진단은 "동절기 재유행에 진입하게 됨에 따라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요양병원·시설 등 감염취약시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입원·입소자는 물론이고 종사자까지 반드시 접종에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기석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 겸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도 지난 7일 설명회에서 "고위험군은 (동절기 개량백신을) 다 맞아야 한다"며 "나이대별로 치명률이 높아지고 특히 감염취약시설에 있는 분들은 집단감염이 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접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역 당국은 7차 유행으로 오는 12월 이후 일일 최대 20만명까지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이에 감염취약시설의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관계부처, 지자체 및 유관기관과 협력할 방침이다.
17개 시·도별로 감염취약시설에 대한 접종계획 수립 및 진행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상주 의사나 시설 계약 의사가 없는 감염취약시설의 접종을 지원하기 위해 보건소 방문접종팀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를 지원할 방침이다.
나아가 지자체에 감염취약시설 전담대응팀을 구성해 감염관리 역량을 높이기 위한 교육과 모의훈련 등을 지속할 계획이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9일 브리핑에서 "감염 규모가 늘면 가장 먼저 건강 피해를 보는 감염취약계층, 고령층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고 예방접종과 빠른 치료제 투약이 그 해법"이라며 "2가 백신을 접종하면 동절기의 겨울철 유행에서 감염을 예방하는 효과도 추가적으로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2가 백신은 모더나 BA.1 백신과 화이자 BA.1 백신 접종이 가능하다. 오는 14일부터는 BA.5 변이 기반으로 개발된 화이자 2가 백신도 접종이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