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백순 기자] 한국전쟁 당시 군인이 민간인을 살해한 '거창 사건'은 장기소멸시효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A씨 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한국전쟁 중인 1951년 2월 9~11일 경남 거창 일대에서는 육군 제11사단 9연대 3대대 군인들이 민간인 수백 명을 사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리산 공비들이 경찰을 습격한 직후 군이 취한 조치였다.
1996년 1월 거창 사건 등 관련자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제정됐다. 거창 지역 주민들은 이 법에 따라 피해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A씨 등도 피해자 유족으로 인정받았고, 이후 이번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과거 대법원 판례에 따라 장기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2014년 2월 거창사건 피해자 유족이 낸 손해배상 사건에서 장기소멸시효 도과 주장을 인용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2018년 8월 민간인 집단 사망 사건 등에는 장기소멸시효를 적용해선 안 된다고 결정했다. 민간인 집단 사망 사건을 일종의 장기소멸시효에 대한 예외로 해야 한다는 취지다.
민간인 집단 사망 사건은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법에 규정돼 있다. '한국전쟁 전후의 시기에 불법적으로 이뤄진 민간인 집단 사망사건'이다.
진실과 화해 위원회는 거창사건에 대한 별도의 결정을 내린 적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법원은 진실과 화해 위원회의 결정이 없더라도 과거사정리법에서 정한 민간인 집단 사망 사건에 해당하기 때문에 장기소멸시효가 배제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