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백순 기자]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자유민주주의' 표현 등 문제로 논란인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의결한 가운데, 과연 심의가 충실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념 갈등과 교육계 논쟁이 상당한 상황에서 새 교육과정을 9일 만에 처리한 것인데, 국교위는 '거수기'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15일 교육계에 따르면 국교위는 전날 오후 제6차 전체회의를 열고 교육부가 제출한 '2022 개정 교육과정' 심의본을 표결에 부쳐 찬성 12명, 반대 3명, 기권 1명으로 의결했다.
국교위가 심의본을 살펴본 기간은 9일에 불과했다.
교육부 심의본은 지난 6일 상정돼 당일과 지난 9일, 전날까지 3차례의 전체회의를 거쳤다. 13~14일 자유민주주의, 성(性) 관련 표현 등 갈등이 큰 쟁점에 대해 이견을 좁히기 위해 비상임위원 6명으로 구성된 소위원회를 운영했다.
국교위는 앞서 교육부가 마련한 행정예고본에 대해 지난달 10일, 25일 두 차례 전체회의에서 논의했다고 설명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전체회의는 5차례 운영됐다.
학교에서 무엇을 배울지에 대한 기준인 국가 교육과정은 교과서의 내용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범위 등 우리 학생들이 배울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2015 개정 교육과정'은 2015년 9월 고시돼 2017년 3월 초등학교 1~2학년을 시작으로 2020년 전 학년에 적용돼 현재 2년째 운영되고 있다.
국교위를 통과한 새 교육과정은 연말까지 교육부 장관이 고시할 예정이며, 2024년 초1~2를 시작으로 오는 2027년까지 4년에 걸쳐 전 학년 적용이 이어진다.
이처럼 중차대한 교육과정에 대해 졸속 심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던 것은 처음이 아니다. 국교위원 지명 절차 지연으로 출범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국교위법) 부칙에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 한해 국교위의 심의와 의결을 거쳐 '교육부 장관이 올해 12월31일까지 고시한다'고 규정돼 있다.
지난달 28일 국회입법조사처 이덕난·유지연 입법조사관은 현안분석 보고서에서 "다양한 위원들로 구성된 국교위가 출범한 지 얼마 안 되는 상황에서 새 교육과정에 대한 면밀한 검토 및 협의를 거쳐 심의·의결할 수 있을지 우려가 제기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국교위도 전문가 의견을 듣거나 연구진의 의견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심의가)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라며 "너무나 급하게 교육과정 심의가 진행되고 있는 게 아닌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갈등이 큰 사안을 합의에 따라 결정한다는 국교위 출범 초기 취지와 달리 정파적 성향과 배경이 뚜렷한 위원들로 구성됐다는 점은 이런 우려에 힘을 실었다.
이날 기준 국교위 위원 20명 중 대통령 지명 5명, 여당인 국민의힘 추천 3명,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추천 위원, 당연직인 교육부 차관 등 최소 10명이 정부·여당 측 인사로 분류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등 기관 추천 위원들을 여기 합치면 13명까지 늘어난다.
국교위법상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하고,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게 돼 있는 만큼 야권 성향 위원들이 반대해도 밀어붙일 수 있었다. 전날 회의에서도 야권 성향 위원 3명이 중도 퇴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 교수는 "국교위가 전체회의에서 손을 들어 가결하는 식으로 가는 기관이 되면 안 된다"며 "그러면 결국 현 정권의 입김대로 가게 되고 정권이 바뀌어도 똑같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