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백순 기자] 아버지와 함께 운영한 불법 도박사이트에서 벌어들인 시가 1천400억여 원 상당의 암호 화폐(비트코인)를 빼돌린 딸이 구속됐다.
경찰은 범죄 수익 재은닉 과정에 연루된 다른 가족들을 상대로도 추가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광주경찰청 범죄수익추적수사팀은 19일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으로 번 범죄 수익을 빼돌려 숨긴 혐의(도박공간개설·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로 30대 여성 A씨를 구속했다.

법원은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경찰은 또 현금화 과정을 도운 언니 B씨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A씨는 지난 2018년 7월부터 2021년 8월까지 아버지와 함께 태국 등지에서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해 벌어들인 범죄 수익을 빼돌려 숨긴 혐의를 받는다.
조사 결과 A씨는 아버지와 함께 암호 화폐 시세 등락 폭에 돈을 거는 불법 도박 사이트에서 비트코인을 번 뒤, 지인 명의를 빌려 현금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 부녀가 운영한 불법 도박 사이트는 세계 각국의 비트코인 거래소 실시간 거래가 평균치를 두고 이용자가 베팅, 배당금을 지급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거래가 평균치를 임의 조작, 이용자들이 도박에 참여할 때 거는 돈(증거금)을 마진으로 남긴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아버지를 도와 불법 도박, 사설 선물·주식 거래 투자 사이트의 개발과 운영 과정에 관여했다. 또 능통한 영어 실력을 이용해 불법 도박 사이트를 각국 언어 버전으로 확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버지가 태국에서 검거되자 A씨는 사이트 운영과 수익금 회수 등을 대신 맡았다. 앞서 검거된 A씨 아버지는 지난해 재판에서 징역 13년 형을 선고 받았으며, 운영하던 불법 사이트 대부분은 폐쇄됐다.
아버지 수감 직후 딸 A씨는 접속이 가능한 불법 사이트 1곳에서 비트코인 1천796개(거래가 기준 1천430억 원)를 벌어 들였고 일부인 50억 여원을 차명 현금화했다. 수중에 넣은 현금은 아버지의 변호사 수임료, 생활비 등에 썼다.
특히 국내 압송 직전 아버지로부터 현금화에 필요한 인출 암호(만능 키), 계좌번호 격인 전자 지갑 주소(16진법) 등을 넘겨받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광주경찰은 A씨가 아버지 대신 범죄 수익을 환전한 정황을 포착, 혐의를 밝혀냈다. 이후 A씨로부터 위임장을 받아 본격적인 압수 절차에 나섰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누군가 미리 빼돌려 비트코인 320개(최고가 기준 현금 250억 원 상당)만 압수했다.
경찰은 환수 도중 추가로 빠져나간 범죄 수익도 A씨 가족에게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범죄 수익 은닉에 쓰인 온라인 접속 기록 등은 A씨 어머니의 연고지인 우크라이나에서 확인됐다.
실제 도박사이트 운영 일당 중 일부가 우크라이나 현지에 근거지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비트코인 현금화 과정에서 개입한 언니 B씨에 대해서도 신병 처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