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전격 방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와 지원을 재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작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처음이다. 현직 미국 대통령이 전쟁지역(war zone)에 그것도 미군 없는 전쟁 지역을 방문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이날 오전 8시께 키이우에 도착한 바이든 대통령은 마린스키궁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 "푸틴의 정복 전쟁은 실패하고 있다"며 "미국이 여기에 있다. 우리는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에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당신의 방문은 우크라이나 국민을 지지하는 매우 중요한 신호"라고 화답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별도 브리핑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함께 서 있는 것을 단념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는 것이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지원에 있어 선명하고 오해의 여지가 없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두 정상은 에너지, 기간시설, 경제 및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도 대화했다"며 "향후 유엔총회에서 우크라이나 세션을 갖는 것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평화 해법 등 정치적 측면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새로운 미국의 군사 지원계획을 밝혔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5억 달러(한화 약 6500억 원) 규모의 새로운 군사 지원 패키지를 제공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백악관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새 군사 원조 계획을 확인했다. 21일 세부사항을 발표할 예정인 해당 계획에는 우크라이나가 보유 중인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탄약을 포함해 포탄, 대장갑 시스템, 대공감시 레이더 등을 포함한 주요 장비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담에 대해 “장거리 무기, 그리고 이전에는 우크라이나에 제공되지 않았지만 공급될 수 있는 무기들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일부 외신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전격 방문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21일 의회 국정연설을 하루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푸틴 대통령을 겨냥한 메시지 발신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지난 수개월 간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방부, 비밀경호국, 정보기관 등에서 소수의 고위 참모들만 참여하는 철통같은 보안 속에 극비리에 진행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각 단계와 잠재적인 비상사태에 대해 충분히 보고를 받았고, 지난 17일 백악관에서 국가안보팀의 핵심 인사들과 전화통화를 가진 뒤 최종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이후 백악관은 전날(19일) 오후 7시에 보낸 일정 보도 참고자료에서도 이날 오후 7시에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폴란드로 출국한다고 공지할 정도로 보안을 유지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19일 오전 3시 30분쯤 백악관에서 나와 우크라이나 극비 방문을 위한 일정에 들어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평상시에 이용하는 에어포스원 대신 보잉 757기를 개조한 공군 C-32기에 탑승해 이날 오전 4시15분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이륙했다고 CNN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탑승한 전용기는 19일 오후 5시 13분 독일 람슈타인 공군기지에 착륙해 1시간 15분가량 급유를 마친 뒤 오후 6시 30분쯤 폴란드를 향해 다시 비행했다.
폴란드 남서부 제슈프에 도착한 바이든 대통령은 차량을 타고 1시간 동안 이동해 프셰미실 기차역에 도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곳에서 기차로 약 10시간 정도 이동해 이날 오전 8시(미국 동부시간 오전 1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도착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여러 차례 바이든 대통령의 키이우 방문을 요청해 왔지만 안전 문제로 성사되지 못했다.
한편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이 이뤄지기 전 러시아에 도착 시간을 통보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