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도영 기자] 일본의 대기업 도시바가 회계 부정으로 경영위기에 휘말린지 약 8년 만에 투자 펀드 '일본산업파트너스(JIP)'의 인수 제안을 받아들였다. 또한 상장 약 74년 만에 상장폐지의 길을 걷게 됐다.
잘나가던 일본 도시바, 몰락의 길
일본 대표적인 대기업인 도시바는 2015년 4월 회계 부정이 발각되면서 뒤집어졌다. 이듬해인 2016년에는 미국 원자력발전소 자회사인 웨스팅하우스가 거액의 손실을 내면서 경영파탄에 빠졌다.
이로 인해 2년 연속 채무초과로 상장폐지 위기에 놓이자 60개 해외 투자펀드로부터 6000억엔 규모의 증자를 받았다.
하지만 이는 악수가 됐다. 증자를 맡은 해외 펀드 대주주들과 도시바 측이 경영 면에서 격렬하게 대립하게 된 것이다. 주주의 의향으로 경영 전략이 좌우되고 있다.
도시바 대주주로는 에피시모 캐피털 매니지먼트(9.9%), 3D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즈(7.2%), 파랄론 캐피털 매니지먼트(5.3%) 등이 있다. 투자펀드들이 약 30%를 점하고 있다.
도비사는 2021년 11월 기업가치 향상을 위해 그룹을 3개로 분할하겠다 했으나, 대주주 반발로 2분할로 수정했다. 2022년 3월 임시 주주총회에서는 이 방안도 부결됐다.
결국 막다른 곳에 직면한 도시바는 비상장화를 포함한 재건 방안을 공모하겠다는 방침으로 전환했다.
도시바, 74년 만 '상장폐지' 계획
니혼게이자이 신문(닛케이), 지지통신 등에 따르면 도시바 이사회는 지난 23일 JIP의 인수 제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매각액은 2조엔(약 19조 864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JIP는 약 20개의 일본 기업이 출자한 기업연합이다. 도시바와의 관계가 깊은 주부(中部)전력, 오릭스 등 약 20개 기업이 공동으로 출자하고 있다.
JIP은 오는 7월 하순 주식공개매수(TOB)에 나설 계획이다. 성공하면 상장폐지된다.
도시바는 2017년 도쿄증권거래소 1부에서 2부로 강등됐으나 2021년 1부로 복귀된 바 있다. 이렇게 지킨 상장기업 지위를 포기하려는 배경에는 주주와의 갈등이 있다.
대주주들의 산발적인 목소리로 경영이 좌우되는 현상을 타개하고자 JIP는 상장폐지 카드를 던질 생각이다.
도시바는 지난 23일 밤 성명을 내고 인수, 상장폐지를 받아들이는 이유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진 주요 주주가 복수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거듭되는 경영진 교체와 경영 방침 변경이 일어나는 등 당사 사회적 신용에 대한 불안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닛케이는 "비공개화(비상장)가 실현되면 다방면에 걸쳐있던 주주가 일원화된다. 주주 간 이해 대립은 해결된다. 그 결과 의사결정 속도가 올라가고, 자리를 잡고 성장전략에 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JIP가 "상장회사가 가진 신용력과 다양한 자금 조달 수단 보다도 비공개화 이익이 크다고 판단한 모습"이라고 풀이했다.
상장폐지로 재건 가능할까?
JIP는 7월 하순 TOB를 실시한다. 여기서 도시바 발행 주식의 3분의 2를 취득하면, 주식회사 특별 결의에 따라 남은 3분의 1 주식은 주주로부터 JIP가 강제 매입할 수 있다. JIP가 도시바의 유일한 주주가 된다.
이러한 TOB가 성사되면 도시바는 1949년 5월 상장 이래 약 74년 만에 상장폐지된다.
상장폐지를 통해 도시바 측과 주주들과의 경영을 둘러싼 대립은 해소된다.
그러나 "재출발을 목표로하는 도시바의 현재 상황은 심각하다"고 지지통신은 꼬집었다.
도시바는 이미 핵심 산업인 반도체 메모리 사업, 의료기기사업 등을 매각한 상황이다.
2014년 6조6558억엔이던 연결매출 규모는 2021년 3조3369억엔으로 절반이나 줄어들었다.
모든 대주주가 TOB에 응할지도 불투명하다. 세계적으로 금융시장이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한 금융 관계자는 "이번을 놓치면 다음 기회는 없다"는 목소리가 시장에서 나온다고 지지통신에 밝혔다.
이번 TOB가 불발된다면 도시바의 표류는 더욱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바는 재건을 꾀하고 있다. 주력인 인프라 관련 사업 등에 경영 자원을 집중시켜 경영 재건을 꾀할 생각이다.
도시바의 연결매출 절반은 발전기기, 엘리베이터 등 산업 인프라가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닛케이는 도시바 주력 사업인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도 부진을 겪으며 지난해에는 2번이나 실적 예상치를 하향 조정했다고 꼬집었다. "다시 성장 궤도로 올려놓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도시바는 지난해 6월 데이터, 디지털 기술이 핵심인 인프라 등 기존 사업 수익성을 높이는 중장기 사업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JIP는 현재 경영 방침을 유지하며 수익 개선을 도모할 생각이다. 조직 기능 강화로 경영 효율화도 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