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도영 기자] 메이슨 리치 한국 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지난 27일(현지시간) 북한 전문매체 '38 노스'에 올린 글에서 자체 핵무장을 주장한 한국 여권 정치인들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의 확장억제를 믿지 못하는 건 일반 한국민이 아닌 한국의 엘리트 정치인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치 엘리트들은 미국 대통령이 샌프란시스코를 부산과 맞바꿔야 하는 상황이라면 한국을 대신해 북한에 보복 공격을 가할 의지가 부족할 수 있다는 근본적인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일반 국민은 동맹인 미국을 신뢰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다른 이유로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원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의 방위공약을 신뢰한다는 답변과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기 희망한다는 답변이 겹치는 결과가 나왔다.
리치 교수가 인용한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지난해 2월 여론조사를 보면 북한의 공격 때 미국이 방어할 것이라는 믿음이 낮은 응답자 중 56%는 자체 핵무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미국의 방위공약을 매우 신뢰한다는 응답자 중에는 77%가 핵무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분쟁해결저널'이 2022년에 한국인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북한이 핵무기로 한국을 공격하더라도 미국이 핵으로 보복하길 바란다는 응답은 27%에 불과했다.
그는 이런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한국인은 미국의 방위 공약을 신뢰하고 있으며 오히려 미국이 북한에 대해 핵보복을 가하는 시나리오를 두려워하고 있다고 봤다.
리치 교수는 "미국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가 한국 일반 대중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정치 엘리트들의 문제라면 미국은 궁지에 몰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핵협의그룹(NCG)는 한국 정치 엘리트들을 안심시키면서 일반 한국인이 관심을 갖기에는 다소 지루할 수 있다며 올바른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한미가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한편 대외 메시지 수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리치 교수는 주장했다.
리치 교수는 한미가 북한이 공격하면 엄청난 보복으로 대응하겠다는 식의 메시지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며 "말은 부드럽게 하되 몽둥이를 들고 다녀라(Speaking Loudly and Carrying a Small Stick)"라는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의 외교 정책 기조를 인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