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도영 기자]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6일 트위터를 통해 동부 최대 격전지 바흐무트에 백린탄 추정 물질이 공중에서 비처럼 쏟아지는 영상을 게시했다.
우크라이나의 감시용 드론이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이 영상은 백린탄 추정 물질이 섬광을 밝히며 도시에 광범위하게 뿌려지는 것을 보여준다. 촬영 시점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다른 영상엔 고층 건물이 화염에 휩싸인 모습이 담겼다. 지상에서 불길이 맹렬하게 치솟는 영상도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트윗으로 "포탄은 충분하지 않지만 인은 충분하다. 러시아군은 바흐무트 미점령 지역에 소이탄을 투하했다"면서 "그들은 지옥에서 타오를 것"이라고 비난했다.
백린탄은 소이탄의 한 종류다. 독일 나치가 이른바 '불타는 양파'로 불렀던 것이다. 공중에서 폭파된 뒤 광범위한 지역에 비를 뿌리듯 떨어진다.
조명탄 용도였지만 살상력이 매우 커 무기로도 사용됐다. 발화온도가 낮아 쉽게 불이 붙는 반면 끄기는 매우 어렵다. 끈적끈적해 몸에 달라붙으면 떼어내기 쉽지 않고 불이 꺼질 때까지 몸 속을 파고 들며 계속 타 극심히 고통을 일으킨다. 국제법상 민간 지역에 사용하는 것은 전쟁범죄로 간주된다.
BBC는 영상 분석 결과 이것이 바흐무트 도심 서쪽과 어린이병원 인근에 투하된 것으로 추정했다. 또 '소이탄'의 일종으로 분석하면서도 '인'이 사용됐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전쟁 초기 마리우폴을 포위했을 때 등 여러 차례 백린탄을 사용했다고 우크라이나 측은 주장한 바 있다.
러시아는 백린탄 사용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크렘린궁은 지난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를 제기했을 때 "러시아는 국제협약을 위반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바하무트는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곳이다. 러시아는 수개월째 점령을 시도하고 우크라이나군이 서쪽 지역에서 버티는 등 양쪽 모두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바흐무트에서 전투를 이끌어 온 러시아 측 준군사조직 바그너 그룹은 탄약 공급 문제로 5월10일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가 자신들에게 탄약을 제대로 공급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 그룹 수장은 "매일 사상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면서 체첸 지도자인 람잔 카디로프에게 역할을 넘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측은 바그너 그룹이 9일 전승절 기념식 전 바흐무트를 점령하기 위해 용병을 재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