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앤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국무장관으로서는 5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다. 미국 장관급 인사로는 4년 만에 처음이다. 블링컨 장관은 친강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하며 시진핑 중국 주석을 예방할 가능성도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1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WP는 블링컨 장관 방문 해설 기사에서 이번 방문은 4개월 전 중국 정찰 풍선 격추 사건으로 경색된 양국 관계의 갈등이 다소 완화되면서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다음은 기사 요약.
◆"돌파구는 없다"
미 국무부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이번 방문에서 대만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 인권 우려 등 주요 사안에 대한 돌파구가 마련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가치와 이익”을 증진하고 양국 소통 채널을 구축하며 기후 변화와 경제적 문제 협력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접근과 경쟁을 최대한 책임 있게 관리하려는 진지한 열망을 가지고 중국에 간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의 방중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아시아태평양기구(APEC) 정상회의에서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합의했던 사안이다. 그러나 지난 2월 미국이 동부 해안에서 중국의 정찰 풍선을 격추하면서 양국관계가 악화해 미뤄졌다. 이후 양국은 대만, 우크라이나 문제 등으로 대립하고 군사적 충돌 위기도 여러 차례 빚었다. 미국은 지난 주말 중국이 쿠바에 도청기지를 운영하는 사실을 확인하기도 했다.
커트 캠벨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태평양 조정관은 “바로 지금이 강력한 외교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양국 군부 사이 소통 복원에 집중
미 정부는 줄곧 양국 관계 복원 의사를 밝혀왔다. 특히 군부 사이 채널 복원을 중시해왔다. 미 당국자들은 양국 해군 함정과 전투기들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이 전쟁으로 비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캠벨 조정관은 “블링컨 장관이 군사 소통 채널의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할 것이다. 군사 소통의 필요성, 소통을 하지 않는데 따르는 위험이 너무 크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자들은 미 정부가 연방수사국(FBI)의 정찰풍선 수사 결과를 발표해 중국 정부를 어려움에 빠트릴 수 있다며 블링컨의 방중을 껴려 왔다. 블링컨 장관의 방문을 수용한 것은 중국의 우려가 누그러졌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지난달 싱가포리 샹그리라 국방장관회의에서 미국이 요청한 양국 국방장관 회동을 거부했다. 이렇듯 양국 군사 당국간 소통이 차단된 상태에서 양국 군대 사이의 위기 국면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이와 관련 이달초 존 커비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조만간 누군가 다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왕웬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군이 취한 조치는 전적으로 합리적, 합법적, 전문적이며 안전하다”고 반박했다.
◆중국 이해하는 옐런 장관과 관계 위해 강경파 블링컨 방문 수용
중국 전문가 대니 러셀은 “양국 모두 관계 안정이 필요하지만 서로 상대가 먼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이번 방문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당국자들은 블링컨 장관을 미 정부내 대중 강경파로 간주해왔다. 이에 따라 블링컨 장관에 앞서 재닛 옐런 재무장관을 먼저 만나길 희망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최측근인 블링컨 장관은 바이든 정부 핵심 인사들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는 인물이다.
미 국제전략연구소(CSIS)의 중국 부책임자인 이반 카나파티는 “중국 입장을 보다 잘 이해하는 것으로 중국이 믿는 옐런 장관과 관계를 촉진하기 위해 중국이 블링컨 장관 방문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 방중 동안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도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중국은 아직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지 않고 있으나 미 정부는 중국이 앞으로 그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우려해왔다. 갈수록 포격전 양상을 띄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하면 판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블링컨 장관이 무기 지원과 관련한 미국의 반대를 분명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14일 블링컨 장관과 친강 외교부장 사이의 통화에 대한 중국측 발표는 매우 냉담했다. 친강 부장이 “중국의 내정 간섭을 중단하고 중국 주권을 침해하지 말라”고 요구했다는 내용이다.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지원문제도 큰 논란이 될 전망이다.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블링컨 장관이 “대만 해협에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임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