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경기도교육청 소관 학교에서 일부 폐기되거나 학생 열람이 제한된 데 대해 22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경기도교육청의 도서 검열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은 학교에 도서 구매와 폐기 등 자율적인 권한을 부여한 만큼 학생들의 발달단계에 따른 어느 정도 독서지도가 이뤄지는 것은 불가피한 조치라고 맞섰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의 경기도교육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의원은 "도교육청이 지난해 11월 학교도서관 유해 성교육 도서선정 유의 공문을 내려 보내면서 관련 기사를 붙임자료로 보냈다"며 "보수 기독교단체 및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성교육 도서 음란성을 문제삼아 청소년 유해도서로 선정해야 한다는 기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공문은 보수 기독교단체, 국민의힘에서 유해도서라고 주장하는 책들을 찍어내기하라고 하는 얘기가 아니냐"며 "도교육청은 관련 공문을 3차례나 하달하면서 성교육 도서를 폐기하라고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특정단체 주장에 따라 경기도에서만 2528건에 달하는 성교육 도서가 검열 폐기됐다"며 "도교육청에서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결국 이런 편향적 지시가 세계적 문학작가인 한강 작가의 작품을 폐기한 계기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정을호 의원도 "도교육청의 시대착오적 검열로 노벨문학상 도서가 폐기 처분되고, 열람이 제한 당하는 윤석열 시대의 21세기 사상 검열 상황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지금까지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폐기된 것만 알려졌는데 그에 준하는 열람 제한 도서도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도교육청은 교육지원청과 각급 학교에 공문을 보내면서 청소년유해매체물 심의기준을 참조하고 폐기가 가능하다는 가이드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하다보니 스스로 모순에 빠지는 상황에 빠졌다. '채식주의자'는 경기도 청소년 인기대출 도서 9위로 대출건수가 163건"이라며 "가이드라인이 자율적이라고 교육감이 말했지만 그 부분에 대해 심사숙고 해달라"고 주문했다.
조국혁신당 강경숙 의원은 "학교 도서심의위원회에 폐기도서 심의 처리 권한이 있다는 임 교육감의 답변은 학교 권한을 중요시한다는 표현"이라며 "그런데 도교육청이 폐기 도서목록을 일일이 수합했다는 것은 관리감독을 하겠다는 것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당 고민정 의원도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책이 유해 도서목록에 들어가 있다"며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지 않았으면 묻혀서 넘어갔을 것"이라며 "교육감은 명확하게 사과하고 검열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임 교육감은 "도서검열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학생들의 독서지도 차원에서 영화에 연령별 제한이 있듯이 도서의 경우에도 학생들의 발달단계에 따라 권장할 게 있고 지도가 필요한 게 있다"고 답했다.
임 교육감은 "학교에서 (도서 폐기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교육청 방침으로 인해 만약 폐기된 게 있다면 시정할 기회를 갖는 게 좋다"며 "국감이 끝나고 학교에 혹시 잘못된 것이 있으면 다시 도서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시정하는 게 균형에 맞는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도교육청은 최근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 소설집을 유해 도서로 지정 후 이를 폐기했다는 논란이 불거지자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다만 성남의 한 사립고등학교 1개교가 재식주의자 2권을 폐기하고 일부 중학교 2개교에서 이를 열람 제한한 것으로 파악됐다. 도내 초·중·고교에서 폐기된 도서는 2517권, 열람이 제한된 도서는 3340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