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논란을 빚었던 구제역 가축 매몰지의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 오염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27일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실은 올해 2월 경기도 이천시가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의뢰한 백사면 모전리 298번지 일대 ‘구제역 매몰지 주변 지하수 정밀검사 결과’를 입수하여 확인한 결과 침출수에 의한 지하수가 오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유원일 의원실이 이 같은 사실을 추궁하자 이천시도 인정했다.
이 매몰지의 주변은 시설재배농사가 활발한 곳으로, 지난 1월18일 9,016마리의 돼지가 매몰된 이후 지하수에서 심한 악취가 발생해, 많은 농민들이 농사를 포기하는 등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 오염과 피해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된 곳이다.
유 의원실이 공개한 한국원자력연구원의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모전리 298번지 일대 검사지역 지하수 4곳 모두에서 가축사체유래물질이 검출됐다.
하우스 세 곳의 지하수에서 각각 3.817mg/L, 1.120mg/L, 0.250mg/L의 가축사체 유해물질이 검출됐고 한 가정의 지하수에서도 0.597mg/L의 유해물질이 나왔다.
결과를 보면 매몰지와 가까울수록 많은 양이 검출됐고, 매몰지와 멀리 떨어진 비닐하우스와 가정집 지하수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양이 검출됐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는 가축사체유래물질 수치가 1이상이면 침출수로 인한 오염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가축 매몰지와 가까운 비닐하우스의 지하수는 가축사체유래물질에 의해 오염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매몰지에 가까운 비닐하우스의 총유기탄소 농도는 17.330mg/L과 3.060mg/L으로 매우 높게 나타나, 가축매몰지 침출수로 인해 지하수가 오염됐음을 뒷받침해 준다.
이에 유원일 의원은 “이천시 백사면 모전리 298번지의 가축 매몰지 현황카드를 보면, 매뉴얼 지침대로 매몰한 상당히 양호한 매몰지인데도,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 오염이 확인됐다”고 지적하고, “지금까지 매뉴얼대로 매몰할 경우 지하수 오염이 없다는 정부발표는 더 이상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번 원자력연구원 분석결과는 가축 매몰지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 오염이 확인된 첫번째 사례”라며, “매몰지침에 따른 양호한 매몰지에서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 오염이 밝혀진 이상, 정부는 전체 매몰지에 대한 정밀검사를 실시해 지하수 오염여부를 밝히라”고 촉구했다.
검사방법에 대해서도 “현재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침출수 오염지표(암모니아성질소, 질산성질소, 염소이온)로는 가축매몰지 오염원과 가축폐기물 및 축산폐수, 질소비료, 생활폐수 오염원과의 구분이 모호하다”고 지적하고, “정부는 가축사체유래물질분석 등과 같이 오염원이 침출수인지 축산폐수나 생활하수인지를 현장에서 신속하게 정성적으로 판별 가능한 기법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원자력연구원에서 시행한 가축사체유래물질분석은 침출수에 포함된 단백질 및 중간산물 농도 및 총유기탄소(TOC) 농도비율을 이용하여 누출여부를 판별하는 것으로, 단백질(중간산물 포함)에 함유된 아미노기(-NH 2)의 질소(N)와 검출시약(닌하이드린을 포함한 발색시약)이 결합할 때의 발색반응을 분석하는 기법이다.
특히, 닌하이드린을 이용한 유래물질분석 기술은 법과학(forensic science) 분야에서 지문감식, 유기사체 발견 등에 널리 이용되고 있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되어 많은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 논문이 나오고 있는 검증된 방법이다.
한편, 시민환경연구소와 청주충북환경연합은 진천군 문백면의 돼지 매몰지 현장에 대해 “농장 어귀 소하천에서 9.2㎎/ℓ였던 염소 이온이 매몰지 하류 20m 지점에서 124.8㎎/ℓ, 매몰지 인근 3m 지하에서 180.1㎎/ℓ로 치솟은 것은 침출수에 의한 오염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이 매몰지는 지난 1월 4일 돼지 8869마리를 생매장한 뒤, 주민들이 침출수가 흘러 지하수 등을 오염시키고 있다고 호소해온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