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옹진군 조윤길(62) 군수는 지난 1971년 당시 경기도 옹진군에서 공직에 첫 발을 디딘 후 지난 2006년 35년간의 공직생활을 마감했다. 같은해 민선 제4기 옹진군수로 당선한데 이어 재선까지 총 40년간을 공직에 몸담았다.
강산이 4번 바뀌는 동안 지난 1년이 40년간의 공직생활 중 제일 힘들웠다고 한다.
임기 시작 직후에는 천안함 사태로 착잡해 하는 민심을 추스르고, 11월에는 연평도 포격으로 입은 상흔을 치유하기 위해 동분서주해야만 했다. 당시 조 군수의 퇴근시간은 밤 두세시, 출근시간은 새벽 예닐곱시였다. 조 군수는 “주민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것이 그나마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40년간의 공직생활중 지난 1년이 가장 힘들었다고 하는데?
잘 알지 않는가. 정신없었다. 연평도 포격으로 입은 상흔은 지금도 가슴 아프고 힘들다. 극복하고 치유하려고 애쓰고 노력했는데 흡족하지는 않은 것 같다.
연평도 포격으로 군인과 민간인까지도 목숨을 잃는 안타깝고 가슴아픈 사건이 발생해 지역의 행정책임자로서 가슴아프고 힘든 한 해였다.
한편으로는 슬픔에 잠긴 군민들을 위해 희망과 용기를 갖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한 보람있는 한 해였다고도 생각한다.
특히 연평도 포격 사건을 계기로 시행되는 서해5도 지원 특별법은 서해5도 주민들이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는 정주여건을 조성할 것이다.
다만 서해5도지원법에 뱃삯 지원이 빠져 실망이 크다.
뱃삯 지원이 빠져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육상의 대중교통이 버스라면, 바다의 대중교통은 여객선이다. 정부차원에서 버스는 지원하고 지역 전체가 섬인 옹진군 서해5도 뱃삯 지원을 외면한다는 건 잘못된 행정이다.
그렇지 않나? 버스에 비해 얼마 되지도 않는데….
인천시도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한다. 그런데 인천시가 지원하던 뱃삯도 예산이 없어서 난색을 표하고 있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대피시설 현대화도 좋지만 우리에게는 피부에 와 닿는 지원이 필요하다.
도서지역으로 교육여건이 열악한 것으로 안다. 교육사업은?
백령·대청·연평·영흥 등 다 교육여건이 열악하다. 소야도만 해도 초중고생들이 덕적도로 배를 타고 통학한다.
그러나 섬에서도 우수한 인재가 얼마든지 육성될 수 있다는 확신으로 장학재단 운영 등 교육 사업을 적극 추진,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옹진군 장학재단이 60억원을 확보했다. 서해5도 고등학생은 특별법으로 정한 지원이 이뤄진다. 야간 급식비 등도 책정해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학력향상 등은 지역에서 최대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해결하려 한다.
백령도 여단의 서울대 출신 장병들이 학생들에게 과외지도를 한다. 성과가 크다. 자랑하고 싶지만 이미 언론에 나왔으니 생략하자.
이 같은 결과 올해 3명의 학생이 중앙대, 숙명대, 부경대 등에 특례입학한데 이어 군내 고등학교 졸업생 중 처음으로 서울대에 입학하는 영광을 얻었다.
학생들에게 문화요소를 고루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과제다. 모래 채취 수익의 일부를 교육에 투자하려 한다. 서울에 옹진 출신 대학생들이 머물 수 있는 기숙사를 추진하고 있다. 그 생각만 하면 가슴이 설렌다. 그 안에서 젊은이들은 결속력을 키우고 또 지역을 위해 할 일들을 얘기하고 이들이 자라 후배양성에 힘쓸 것으로 믿는다.
굴업도 개발 논란이 지금도 한창이다. 군수님의 견해는?
나는 백령에서 나고 자랐다. 그래서 섬사람들의 애환을 안다. 그들도 잘 먹고 잘 살고 싶어한다. 그런 것은 생각하지 않고, 지키자고만 떠드는 사람들이 있어 안타깝다. 그들이 섬의 주인인가.
물론 생태학적 가치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해 보전해야 한다면 그 논리를 설득력 있게 해야 된다. 파괴하지 말고 지금처럼 살라는 것은 무책임하다. 구데기 무서워서 장을 담그지 말라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개발을 하면서도 환경은 얼마든지 보전할 수 있다. 일단 주민들이 돈을 벌 수 있도록 소득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보존을 전제로 한 개발이 필요하다. 섬 개발을 위해서 민자유치에 뛰어다닐 것이다. 중소업체가 개발하는 것은 반대다. 대기업이라야 개발을 완결할 수 있고, 책임감 있게 환경파괴도 최소화하리라 생각한다. 그런 차원에 굴업도는 개발해야 한다.
관광활성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일단 교통이다. 연륙교가 있는 영흥을 빼고 모든 섬은 배편으로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자연적 시간적 제약이 많다. 이를 최대한 완화하는 것이다. 이달에는 덕적군도를 순회하는 250t급 카페리가 취항한다. 국토부가 180억 지원했다. 단시일내에 효과를 얻기는 어렵겠지만 관광객 유치에 큰 성과를 낼 것이다.
또 카페리를 운항하기 위해서는 선착장도 보강해야 한다. 맞물려 있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인천 앞바다 섬에 접근이 수월해야 한다.
관광활성화는 주민들도 같이 연구해야 한다. 예를 들면 관광상품 개발이다. 관광상품을 다양화해야 한다. 농촌과 어촌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상품, 예를 들면 고구마 캐고 물고기 잡기. 조개 캐기와 포도따기 등 테마화하고 특화하는 것이다.
옹진군의 복지가 열약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옹진은 섬으로만 이뤄졌다. 뭍과 떨어져 있어 문화 복지 모두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한마디로 ‘삶의 질’이 문제다. 소득도 형편없다. 어업이나 자급 정도의 농업이 전부다. 공장 등 일터가 없어 일자리 창출도 안 된다. 다른 방법으로 소득 향상을 꾀하고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섬 특산물 재배·어업 양식 등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노령화로 생산능력 자체도 문제다. 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들어와야 한다. 천혜의 바다, 자연자원을 활용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섬 개발·관광자원화를 역설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관광산업은 컴퓨터 칩보다 가치있다. 섬은 무한한 가치가 있는 관광자원이다. 자연자원을 활용해 먹고 살아야 한다. 관광객이 먹고 자고 사가지고 돌아가게 돈을 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주민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먼저 주민들에게 고맙다.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옹진을 떠나지 않고 지켜주는 주민들이 있기 때문에 옹진이 있는 것이다.
옹진은 중국 어선들이 새까맣게 몰려와 고기 긁어가고, NLL 접경지역으로 불안감과 긴장도 심하다.
특히 연평도 포격은 아직도 주민들의 뇌리 속에 깊숙이 남아 정신적으로 힘들게 하고 있다.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주민들을 위해 무조건 현장으로 달려가서 만나려 노력한다. 그 마음을 알아 달라고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