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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칼럼

[김영두 골프이야기] 골퍼의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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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우즈와 같이 라운드하는 것, 전자감응장치가 달린 퍼터를 개발해서 아무도 몰래 사용해보는 것, 죽기 전에 단 한 번만이라도 싱글타수를 기록하는 것, 언제나 지갑을 훑어가기만 하는 친구를 앞지르는 것, 골프 못하게 하는 마누라하고 이혼하는 것, 페블비치 골프코스를 밟아보는 것, 홀인원을 해보는 것..... 골퍼의 소원들이다.
소원이 이루어졌을 때, 사람들은 덜덜 떨면서 말한다. 꿈만 같다고....

박세리가 골프연습생일 당시의 꿈은, LPGA에 진출하여 케리웹이나 애니카 소렌스탐하고 같이 경기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박세리는 맥도날드 LPGA 챔피언십에서 기라성같은 선배들을 제치고 우승했다. 세리는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꿈만 같다고....
그러나 박세리의 꿈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타이거 우즈 만큼의 우승이 목표일 것이다.
내가 처음으로 골프채를 잡았을 때의 꿈은, 한양CC에서의 라운드였다.
대학교에 다닐 때, 경기도 고양에 사는 친구가 있었다. 일요일이면 소풍을 가는 기분으로 시외버스를 타고 친구의 집으로 놀러가고는 했다. 친구네는 농사를 짓고 있었는데 우리는 누렇게 벼가 익은 논에서 허수아비와 나란히 서서 그악스럽게 날아와서 이삭을 쪼는 참새를 쫓으며 따가운 가을빛에 얼굴을 그을리고는 했다. 개구리들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논바닥에 처박힌 골프공을 줍기도 했다. 
한양CC를 구경가기도 했다. 당당하게 클럽하우스를 통해서 골프화를 신고 코스로 나간 것은 아니었다. 논두렁에서 놀다보면 잘 다듬어진 훼어웨이가 보였다. 잔디밭을 누비는 골퍼와, 한점의 햇빛도 들지 않도록 커다랗고 하얀 삼각수건으로 모자의 차양에서 턱까지 꽁꽁 처맨 캐디와, 작은 호미를 들고 앉은걸음으로 옮겨 다니는 풀 뽑는 아줌마들과, 하늘을 나는 하얀 공과, 종종걸음으로 훼어웨이를 가로질러 가는 꿩 가족과, 새와, 다람쥐들을 보았다.

그 시절, 공무원이셨던 아버지는 시골에 부임해 계셨다. 방학을 맞아 아버지가 계신 곳으로 내려가기도 했는데, 독서와 산책 이외에는 할 일이 없었다. 개봉극장도 없어서 두 편의 영화를 동시상영하는 지린내나는 극장에 한 번 다녀오면, 방구석에서 뒹굴어야 했다.
대신에 아버지가 기거하시는 관사의 마당은 숏아이언을 연습해도 좋을 만큼 넓었다. 나는 새벽이면 마당에서 피칭연습을 하는 아버지 앞에 앉아 발 앞에 공을 놓아드렸다. 아버지의 골프 연습이 끝나면 게 바구니에서 도망간 게처럼 마당 구석구석으로 흩어진 공을 모아야했다. 담은 누구라도 들어올 수 있도록 낮고도 헐었으므로, 미처 챙기지 못한 공을 동네 개구쟁이가 주워가기라도 하면, 동네 사람들에게 오해를 받았다. 동네 사람들은 저절로 깨진 유리창도 골프공에 맞아 깨졌다며 변상을 요구했고, 병들어 죽은 닭도 골프공에 맞아 죽은 꼴이 되어버렸다.

나는 매일 공을 세었으므로 지금도 정확히 공의 개수를 기억한다. 아버지는 45개의 연습공을 가지고 계셨다. 아버지가 출근하시고 난 뒤에 공은 내 차지가 되었다. 나는 골프공을 가지고 놀았다. 골프를 한 것은 아니었다. 방바닥에 이불을 깔고 그 위에 공을 흩어놓고 구슬치기를 했다.
나는 그렇게 공과 골프채는 접한 적이 있었지만 골프코스는 구경도 못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처음으로 만난 골프코스는 한양CC이다. 한양CC의 훼어웨이는 저곳이 바로 천국의 뜰이 아닐까 싶을 만큼 아름다웠다. 천국의 뜰에서 하는 운동은 어떤 재미가 있는 것일까. 나는 친구네 논과 골프코스를 경계짓는 철망을 붙들고 한나절씩 골프장 안을 들여다보고는 했다.
한번은 산기슭에 앉아 있다가 쫓겨나기도 했다. 야산의 풀숲에서 튀어나온 사내들은 친구와 내게 이 부근에서 얼찐거리지 말라고 했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경호원처럼 귀에 리시버를 꽂은 건장한 사내들이었다. 나는 북한과 가까운 곳은 산기슭에서 어정대도 안되는가 보다고 잔뜩 겁을 먹고 뒷걸음질 쳤다. 산에서 바짓가랑이에 이슬만 묻혀서 내려와도 경찰이나 군인의 검문검색을 받았던 시절이었다. 대학 4년 동안 매해 학교 당국은 수업일수를 채우지 않고 조기 방학을 했고, 축제도 열리지 못했고, 농촌봉사도 떼를 지어서는 못 가던 암울한 시절이었다. 대학생들은 비록 여대생들이라 할지라도 다섯 명만 모여서 수근거려도 안되었고.....
“대통령이 가끔 와. 난 오늘인 줄 알았어. 우리 동네에 대통령 전용캐디라는 여자가 자취를 하잖아. 지가 대통령전용캐디라는 걸 자랑하고 싶어서 입을 가만 안놔두지. 오늘 대통령 오신다고 어제 목욕탕에 때 밀러 왔더라고.”

친구가 들려주었던 한양CC 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도 귓전에 아련하다.
논 사이의 신작로로, 대낮인데도 헤드라이트을 켠 시커먼 자동차 대 여섯 대가 열을 지어 몰려오면 동네 사람들은 “떴군, 떴어.” 라고 외치면서 집안으로 숨는다고 했다.
내가 골프를 하리라고 꿈이라도 꾸었던가. 좋은 직장, 좋은 집, 좋은 차, 좋은 배우자를 선망하던 젊음이었지만, 골프가 나하고 연이 닿으리라는 꿈은 못 품어보았다.
그래서 인지 내가 골프를 시작하고, 가장 라운드해보고 싶었던 곳은 한양CC였다. 친구네 논과 골프코스를 경계짓는 철망 밖에서 바라보던 천국의 뜰을 어찌 잊었겠는가.
50여개 이상의 골프장을 답사를 할 때까지도 한양CC에서 라운드할 행운은 좀처럼 와주지 않았다. 한양CC은 서울 이북에 있었고 나는 대전에 살았던 탓도 있다. 나의 간절한 소망을 아는 노신사가 한양CC에 초대를 했을 때도 가지 못했다. 그분은 30여 년 전에 몇 십만 원인가를 주고 한양CC의 회원권을 구입했으리 만치 30년이 넘는 구력과 골프에 애정을 가진 분이시라 나의 소원을 가상하게 여겼으리라. 그렇지만 나는 왕복 6시간의 운전에 자신이 없어서, 거절해야만 했다.
서울로 이사를 오고 한 달도 채 안되어서 기회가 왔다. 나는 라운드 전날에 잠을 설쳤다. 지도를 열 번도 더 들여다보며 가는 길을 외웠고, 장비를 손질하고 의상을 점검했다.
나는 첫홀의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서서 덜덜 떨면서 말했다. 꿈만 같다고...

나는 지금 한양CC를 열 번도 넘게 라운드를 해보았다. 높은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서서 페어웨이가 아닌, 저 멀리 황금물결 출렁이는 논들을 바라보며 그 시절을 떠올려보기도 했다.
말을 타면 견마잡히고 싶은 것인 인간의 욕심이던가.
지금, 내 꿈은 더욱 부풀어서, 아직 못 가본 안양 베네스트CC를 비롯하여 전세계의 유명하다는 골프코스는 다 밟아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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