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로 풀어야할 이웃 간의 송사
토지경계를 약간 침범하여 축조된 주택의 철거요구에 대하여
‘이웃 사촌’이라는 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가 짖어도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요즘 세태, 특히, 주택 신ㆍ증축을
놓고 양측의 주택 경계범위는 자칫 이웃 간의 큰 싸움으로 번져 법정소송까지 가기도 한다.
‘을’은 이웃집에 사는 ‘갑’이 주택을 신축하기 위하여 측량해 보니 자기 소유의 토지 0.5평방미터를 저의 집이 차지하고 있다면서, 그
위에 있는 저의 2층주택의 일부를 철거하고 그 토지를 인도하라고 청구하여 고민에 빠졌다. ‘갑’의 청구가 인정된다면 ‘을’은 2층 주택의
사용에 큰 불편이 따르고 경제적으로도 손해다. ‘갑’의 이러한 권리행사는 ‘권리남용’이 아닌지 을이 법적 자문을 구했다.
권리남용의 범위
‘권리의 남용’이란 외형상으로는 권리행사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권리의 공공성·사회성에 반하는 것으로서 정당한 권리행사로 인정될
수 없는 행위를 말하며, 어떤 행위가 권리를 남용한 것으로 인정되면 법률효과가 발생하지 않음은 물론, 권리가 박탈되거나 오히려 손해배상을
해주어야 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우리 민법은 제2조에서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는 법의 기본 원칙을 밝히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판례에서 제시하고 있는 권리남용의 구체적 기준을 살펴보면, ①권리의 행사가 사회생활상 도저히 인용할 수
없는 경우, ②권리행사의 형식만을 가질 뿐, 실질적으로는 부당한 이익을 얻기 위한 방편에 지나지 않는 경우, ③권리자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상대방에게 손해와 고통을 줄 목적만으로 권리를 행사할 경우, ④사회적 관념과 감정으로써는 도저히 권리행사로 인용할
수 없을 정도의 막대한 손해를 상대방에게 입힐 경우 등이다.
무리한 송사 오히려 피해
그리고 위 사안과 유사한 경우에 대한 판례를 보면, “주관적으로 권리행사의 목적이 오직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입히려는데 있을 뿐,
이를 행사하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이익이 없고, 객관적으로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볼 수 있으면, 그 권리행사는 권리남용으로써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고, 권리행사가 상대방에게 고통이나 손해를 주기 위한 것이라는 주관적 요건은 권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결여한 권리행사로 보여지는 객관적
사정에 의하여 추인될 수 있다”고 하면서, “0.3평방미터에 불과한 토지를 인도받기 위하여 2층 건물의 일부를 철거하라는 건물철거소송에서
그것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한 바 있다.(대법원 1993.5.14.선고, 93다4366 판결)
따라서 위 사안에서 ‘갑’은 문제된 0.5평방미터의 토지가 건물신축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는 특별한 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을’에게 2층
주택의 일부철거 등을 청구한 것이므로 권리남용이 될 가능성이 있어, 법원이 그 청구를 받아 들이지 않을 듯하다.
정리/ 김 민 기자 <www.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