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수기자] 창조경제를 강조해온 박근혜정부가 정작 연구개발의 핵심주체인 과학기술 출연연구원들의 예산 256억원을 강제불용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해 세수부족에 직면한 기획재정부가 연말이 가까운 11월 중순 예산 미집행과 절감을 강력히 요구해, 미래부 산하 25개 출연연구원들이 R&D예산 포함 256억원을 강제불용시킨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문병호의원(인천 부평갑)이 국가과학기술연구회와 25개 출연연구원으로부터 받은 ‘2013년도 미래부 산하 출연연구원 세출절감 내역’에 따르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비롯한 구)기초기술연구회 소속 11개 연구원들이 140.7억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을 비롯한 구)산업기술연구회 소속 14개 연구원들이 115.5억원 등 총 256억원의 예산을 강제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기초기술연구회 소속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연구동시설 환경개선비 27억원을 미집행하는 방식으로 예산을 절감했고,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국가측정시스템 선진화 연구예산 5억원, 첨단측정교정장비 선진화예산 5억원 등 총 17억원을 미집행하는 방식으로 절감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우주센터 2단계사업 예산 17억원을 미집행하는 방식으로 예산을 절감했다.
구)산업기술연구회 소속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고도기술근접지원사업 15억원, 청정생산시스템개발사업 2억원, 핵심역량연구사업 3억원 등 총 26억원을 미집행하는 방식으로 절감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지능형 상황인지 및 IOT 기반 기술개발예산 2.6억원, 유무선 빅 네트워크 원천기술 연구예산 2.7억원, 중소기업 동반성장 및 기술사업화 성과확산예산 3.6억원 등 총 18억원을 미집행하여 절감했다.
이처럼 정부가 확정예산을 미지급, 미집행하는 방식으로 예산절감을 요구한데 대해 출연연구원들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답변자료에서 “2013년도는 정부세입여건이 불확실해짐에 따라 발생한 사안으로 지금까지 유사한 사례는 없었음”이라고 밝혔다.
또, 정부의 강제절감요구로 인해 일선 출연연구원들은 사업집행에 큰 혼란을 빚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원들은 답변자료에서 “연말 불요불급한 사업의 무리한 집행을 지양하고, ‘13년도 세출예산의 이월액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과 입장은 이해하나, 세출절감 규모가 연말에 확정됨에 따라, 유보·지연시켜놓았던 사업의 이월액이 발생하거나 커질 수밖에 없는 기관(사업)이 있었음”이라고 밝혔다.
문병호의원은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시켜 미래먹거리를 만들겠다던 박근혜정부가 정작 세수가 부족해지자 과학기술 출연연구원들의 연구개발예산과 시설장비예산을 강제불용시켰다”며, “이는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가 얼마나 허구적이고 이율배반적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또한 “창조경제가 아무리 필요하다고 해도 예산이 없으면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칠 수밖에 없다”며, “박근혜정부는 창조경제를 운위하기 전에 부자감세 철회로 세수부족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