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수기자] 국군 기무사령부(기무사)가 그동안 무소불위의 통신제한조치(감청)를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새정치민주연합 문병호 의원(인천 부평갑)에 따르면, 기무사는 <국가안전보장에 상당한 위험이 예상되는 경우에 한해, 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 또는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실시>할 수 있는 ‘안보 감청’ 제도를 악용해, 그동안 군 통신망 전체에 대한 무제한 감청을 해 왔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은 ‘안보 감청’의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상당한 위험이 예상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보수집이 특히 필요한 때>로 한정하고 있다.
이 경우 내국인에 대한 감청은 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우리나라를 적대하는 ‘국가 또는 외국인간의 통신’이나 ‘북한과 외국에 소재하는 산하단체와의 통신’ 그리고 군 통신망의 경우에는 ‘작전수행을 위한 군 통신망’에 한해서만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감청을 할 수 있다.
또, 국가안보를 위한 감청의 경우라도 4개월을 초과하지 못하고, 허가기간이 끝나지 않았더라도 감청의 목적이 달성되었을 경우에는 즉시 종료해야 한다.
하지만 기무사의 경우 작전수행을 위한 통신망의 범위를 넘어 아예 군 통신망 전체에 대해 감청을 해왔다. 특히, 감청 연장의 경우 횟수제한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 4개월마다 대통령의 승인기간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무제한적인 감청을 벌여왔다.
‘범죄수사 감청’의 경우 헌법소원을 통해 ‘감청 연장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은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있었던 만큼, ‘안보 감청’의 경우도 헌법소원이 제기될 경우 기무사의 무제한 연장 방식은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안보 감청’에 대해서는 국가정보원 조차 구체적인 사안을 특정해 건별로 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의 허가를 각각 받아왔다는 점에 비춰 볼 때, 기무사가 그동안 얼마나 무소불위의 감청을 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기무사가 모든 군 통신에 대해 아무런 제한 없이 감청을 하고 있는 것은 ‘국가 안보’ 차원에서도 심각한 문제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2·12사태 당시, 전두환 사령관이 이끌던 보안사(현 기무사)는 군 통신망 전체를 감청해 신군부의 쿠테타를 저지하려던 주요 지휘관들의 조치를 바로 파악해 이를 분쇄한 바 있다.
게다가 기무사의 무제한 감청은 청와대에 연결된 군 통신망까지 아무런 제약 없이 감청할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국방부장관과 군 통신망을 이용해 논의하는 군사기밀에 대해서도 기무사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병호 의원은 “국정원의 불법적인 국내정보 수집 관행에 이어, 기무사도 법률을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해, 사실상 불법적인 감청을 무제한으로 해 온 것이 드러났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기무사가 그동안 무소부위의 감청을 해왔음에도 이를 중단시킬 권한을 갖고 있는 국정원도, 이를 계속 승인해 준 대통령도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문 의원은 “정보기관들이 감시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불법적인 활동을 하는 관행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며, “정보기관을 사실상 유일하게 감시할 수 있는 국회 정보위원회의 권한과 활동을 강화해 근본적인 근절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