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신형수 기자] 재벌 면세점이 여행사에 제공하는 ‘폭탄급 리베이트’의 실체가 공개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윤호중 의원실(구리)과 CBSi-더스쿠프가 입수한 롯데·신라면세점의 내부문건에는 재벌 면세점이 여행사에 주는 리베이트 규모, 지급기준과 방법 등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내부문건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최근 ‘여행사 매출왕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총 2억원이 넘는 상금(리베이트)을 내걸었다. 신라면세점은 여행사에 ‘2중 리베이트’를 지급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각 재벌 면세점의 리베이트 금액, 방법 등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호중 의원은 “이번 문건을 통해 재벌 면세점의 무차별 리베이트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 롯데면세점=이번에 입수한 ‘월드타워점 OPEN 기념 프로모션’이라는 제목의 문건은 10월 13일 롯데면세점 중국동남아판촉팀이 중국 인바운드(inbound·외국인 상대 여행사업) 여행사들에 배포한 것이다.
문건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10월 16일(오픈일)부터 12월 31일까지 77일 동안 월드타워점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여행사 5곳을 선정, 순위별로 리베이트를 현금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1등은 1억원, 2등은 5000만원, 3등은 3000만원, 4등은 2000만원, 5등은 1000만원 등이다. 내년 1월 여행사 인센티브에 반영할 계획인데, 이는 ‘월드타워점 오픈 프로모션’이 기존 리베이트 제도와 별도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여행사에 통상 7~8%의 리베이트를 준다”고 밝혔다.
여행가이드에게도 상당한 리베이트를 지급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동남아 여행사 가이드 인센티브 지급 안내’라는 문건을 보면, 롯데면세점은 2014년 8월 한달간 소공동점·잠실점·코엑스점 3개점을 합친 매출을 기준으로 여행가이드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할 계획을 세웠다. 리베이트 지급 기준인 매출은 월 20만 달러, 15만 달러, 13만 달러, 10만 달러 등 19단계로 분류했다. 여행가이드가 월 20만 달러를 올리면 1000만원(매출 대비 리베이트 4.88%), 15만 달러는 800만원(5.21%), 13만 달러는 500만원(3.76%), 10만 달러는 420만원(4.10%)의 리베이트를 준다. 매출 하한선은 월 3000달러로, 리베이트는 15만원(4.88%)이다.
윤호중 의원은 “보세판매장·지정면세점·외국인전용관광기념품판매업 등 사전면세점과 외국인관광객 면세판매장과 같은 사후면세점이 (구)관광사업법 제2조제2호의 대상이 아니라는 문체부의 유권해석을 받았다”며 “리베이트의 법적 근거가 있다는 재벌 면세점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법무법인 정도의 양창영 변호사는 “재벌 면세점의 과도한 리베이트가 공정행위에 저촉될 순 있지만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위법성을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매출 혹은 객단가 등으로 리베이트 지급의 명확한 기준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호중 의원도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리베이트가 필요하다면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과하지 않은 적당한 선을 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롯데면세점은 여행사와 정상적인 계약을 맺고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롯데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80년대부터 관광산업과 여행업이 발달하면서 수수료가 생겼는데 관광객 유치에 따른 수수료는 면세점 외에도 백화점, 로컬숍에서도 지급하고 있습. 해외 유명 리테일 업체들도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밝혔다.
또한 “수수료 규모가 해마다 커지고 있다는 부분은 매출액이 늘어나면서 총액이 일부 증가한 것으로 그 비율이 급격하게 높아진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