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임홍순 기자]참담한 사고로 후배들을 잃은지 9개월. 경기 안산단원고등학교 교정을 떠나는 졸업생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후배들도 눈물로 선배들을 배웅했다. 9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제8회 졸업식은 눈물 바다였다. 지난해 4월16일 갑자기 들이 닥친 세월호 참사. 재학생과 졸업생들은 어떤 말로도 위로 받을 수 없는 슬픔을 억누르고 석별의 정을 나눴다.
세월호 참사 당시 비상 상황실로 쓰였던 학교 본관건물 4층 강당 단원관을 가득 메운 졸업생 505명과 학부모, 재학생 등 1000여 명은 서로를 부둥켜 안았다.
세월호에서 생존한 2학년 여학생 36명으로 꾸려진 합창단은 '인연', '위 고 투게더(We Go Together)' 등을 부르며 선배들과의 이별을 고했다.
졸업식은 학사보고와 꽃다발 증정, 졸업장 수여, 감사패 수요, 재학생 송사, 졸업생 답사, 내빈 축사, 학교장 회고사, 졸업식의 노래, 교가 제창 순으로 1시간여 동안 이어졌다.
송사를 한 단원고 2학년12반 최민지(18) 학생은 목이 메어 선뜻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 3년간을 돌이켜본다. 만발한 벚꽃 나무 밑에서 사진을 찍었던 봄, 모두가 슬픔에 주저앉았던 그 봄에 굳건하고 듬직한 기둥이 돼준 선배님들이 있었기에 거센 파도와 같았던 봄을 견뎌낼 수 있었다"고 말하고는 또 흐느꼈다.
최양은 "뜨거운 햇볕을 맞으며 전교생이 운동장에서 어울렸던 시간과 낙엽 아래 신선한 음악을 즐겼던 수요 음악회와 같은 추억을 선배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즐거웠다"며 "학교의 기둥이 돼주고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여준 선배들의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질 것 같다"고도 했다,
졸업생 대표 3학년12반 오규원(19)군은 담담한 표정으로 "오늘 이 자리에 당당히 설 수 있는 것은 철없던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시고 따뜻함으로 안아준 선생님의 은혜와 부모님의 사랑, 함께 울고 웃으며 지낸 친구들과 힘든 시기를 잘 이겨내준 후배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답사했다.
오군은 이어 "우리는 각자 정해진 목표의 길로 간다. 어떤 길은 아무도 가지 않은 길도 있겠지만, 부끄러운 길로 가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당당히 어려움을 헤쳐나가서 후배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졸업식에는 '세월호 참사'로 둘째 딸 고(故)박혜선양을 잃은 학부모 임선미(50·여)씨가 참석해 숙연함을 더했다.
이날 졸업한 첫째 딸 박혜원(19)양의 어머니이기도 한 임씨는 "주위에서 너희들이 대입 특례를 받은 것으로 오해할까봐 걱정이 앞선다"면서도 "단원고 출신이란 게 좋지 않은 '꼬리표'가 될 수 있겠지만 이에 개의치 말고 강하고 담대한 사람으로 성장하기 바란다"고 했다.
지난 3년간 운동회와 수학여행 등 졸업생들의 각종 학교 행사 사진이 담긴 슬라이드가 상영되고 2학년 남학생 18명이 가수 인순이의 '아버지'를 부르면서 또한번 졸업식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3년간 휠체어를 타고 학교를 다닌 끝에 졸업장을 받게 된 손민영(19·지체장애1급)군도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기 위해 더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겠다"고 했다.
추교영 교장은 "재학생들이 졸업을 하면 주위 사람의 슬픔과 아픔을 헤아릴 줄 아는 사람이 되기 바란다"며 "해마다 4월16일에는 사고 희생자들의 넋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질텐데 기꺼이 동참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