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창진 기자] 남자프로농구를 주관하는 KBL이 확대 시행한 비디오 판독이 긍정적인 평가 속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KBL은 지난 2일 비디오 판독을 확대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제농구연맹(FIBA) 기준에 따라 비디오 판독을 실시해 왔으나 그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농구계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기로 했다"는 것이 이유다.
지난달 25일 인천 전자랜드-울산 모비스전에서 나온 테렌스 레더의 항의 퇴장건과 1일 원주 동부-안양 KGC인삼공사전에서 발생한 이정현의 3점슛 자유투건 등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다만 원활한 경기 진행을 위해 일반적 파울 상황에 대한 비디오 판독은 실시하지 않는다는 기존 원칙은 유지했다. 또 감독이 비디오 판독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도 현행인 4쿼터 종료 2분전 1회로 제한했다.
시즌 도중 나온 개선책이지만 현재까지의 반응은 좋다. 애매한 판정으로 경기 후에도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장면들을 비디오 판독으로 확실하게 매듭짓고 있다.
4일 인천삼산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자랜드와 전주 KCC 경기에서 비디오 판독은 제 기능을 톡톡히 했다.
양팀이 77-77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던 4쿼터 종료 10초 전 리카르도 포웰(전자랜드)이 하승진의 훅슛을 손으로 쳐냈다.
심판의 휘슬이 울렸고 블록슛에 대한 판정이 시작됐다. 만약 공이 정점에 오르기 전이었다면 포웰의 블록슛, 정점에서 내려오고 있었다면 하승진의 2득점이 인정되는 상황이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고 보는 위치에 따라 의견이 갈릴 수 있는 장면이었다. 심판들은 비디오 판독을 하기로 뜻을 모았다.
지난 모비스전에서 레더의 퇴장으로 인해 심판 판정에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전자랜드의 팬들은 웅성였다. 하지만 심판들이 비디오 판독을 실시하자 이내 흥분됐던 경기장 분위기도 가라앉았다.
느린 화면으로 수 차례 해당 장면을 돌려본 심판들은 포웰의 블록슛을 인정했다. 그리고 공격권은 KCC 쪽에 줬다. 반박할 수 없는 판정에 관중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전자랜드는 KCC의 공격을 잘 막아낸 뒤 경기 종료 2초를 남겨놓고 터진 차바위의 2점슛으로 승리를 챙겼다. 깔끔한 판정이 명승부로 이어졌다.
경기 후 감독을의 반응도 고무적이었다.
아쉽게 승리를 놓친 허재 KCC 감독은 "비디오 판독을 통해 정확한 판정을 내리는 부분에 대해 좋게 생각한다"며 "오늘도 터치아웃 등 판정이 애매한 상황에서 비디오 판독을 이용해 상황을 잘 해결했다고 본다. 앞으로 비디오 판독을 정확하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도 "오늘 억울한 상황이 나오지 않게 심판들이 비디오 판독을 잘 해줬다"며 "비디오 판독을 하지 않았다면 경기 후 특정 팀에 손해가 가거나 오해의 소지가 남을 수도 있었다"고 전했다.
심판들이 권위를 내려놓고 판정 그 자체에 더 집중하자 경기를 보는 재미도 증가했다. 현장과 팬들의 반응이 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