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상미 기자]건국대학교 철학과 교수들이 신임교수 임용건과 관련해 학교 측에 “새로운 적임자로 충원하라”고 요구했다.
건국대 철학과 교수들은 15일 성명을 내고 “지난 11월에 최종결과를 접하고 나서 우리는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며 “철학과로 임용한 신임교수의 소속을 변경하고, 해당 전공 적임자로 교수를 충원하라”고 주장했다.
건국대는 지난해 8월부터 21명의 일반 전임교수를 뽑는 교수채용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철학과가 심사 및 추천한 1순위 후보자가 아닌 3순위 후보자가 채용됐다.
이와 관련, 교수들은 “1차 서류심사, 외부 심사위원의 논문 심사, 공개강의를 통해서 압도적으로 1위를 한 후보자가 아닌 3위 후보자가 최종 선발됐다”며 “공정하고 객관적인 절차와 과정을 통해 진행한 철학과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결과”라고 꼬집었다.
이어 “우리는 여러 차례 본부의 설명을 요구했으나 '면접 점수를 부여하는 것은 본부의 권한'이라는 답변만을 들었다”며 “1차 서류심사부터 최종 면접까지의 평가내역을 알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교수들에 따르면 현재 건국대 교수 임용제도는 후보자 3명을 면접에 올리도록 돼 있다. 학과의 의견 통일이 이뤄지지 않아서 최종적인 판단을 하기가 어려운 경우에 본부에서 이를 결정할 수 있게 하자는 의도다.
이들은 “본부의 최종 면접에서 1위 후보자가 최적임자임을 학과장이 분명하게 밝혔다면 중대한 하자가 없는 한 이를 존중하는 것이 원칙이고 순리”라며 “본부의 권한이라는 명분하에 학과의 의견을 고려하지 않고 판단을 내린 것은 재량권의 일탈과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또 “대학 발전은 1차적으로 최고의 연구 역량과 훌륭한 인품을 지닌 교수를 초빙하는 데에서 시작한다"며 "그 원칙을 져버린다면 그것이야말로 해교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교수들의 주장에 학교 측은 16일 “지극히 공정하고 절차와 규정 에 따라 이뤄진 교원 임용에도 불구하고 철학과 일부교수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외부에 '아전인수식'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습다”고 반박했다.
건국대 교수공개 채용은 모든 학과·전공에서 동일하게 진행된다. 1차·2차 심사는 학과 주도로, 3차는 면접위원 5명이 약 20분간 발표와 면접을 거쳐서 면접위원 전원의 채점 결과로 결정된다.
학교 관계자는 “1순위자가 최종면접에서 탈락했다면 면접 성적이 안 좋기 때문”이라며 “3순위자가 발표면접이나 최종 영어면접 등에서 면접 점수가 높았거나, 독일대학 출신 젊은 철학자로 특정 연구나 우수한 해외 석학 추천 등 다양한 요소로 임명됐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3차 최종 면접은 2차까지의 순위에 구애받지 않는다”며 “다른 모든 기관과 대학은 물론 민간 기업 등의 채용도 마찬가지다. 최종 면접에서 얼마든지 순위나 당락이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일부 교수가 학과에서 추천한 1순위자를 당연히 최종 합격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인사권에 대한 그릇된 해석이자 상식에서 벗어난 주장”이라며“총장은 교원을 채용하고 인사를 결정하는 실질적 권한을 지니고 있으며, 교원 인사의 최종 권한은 학교 법인에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학과에서 추천한 특정인을 채용하라는 것은 오히려 특정 인맥의 교수 특채 압력으로 부당하다”며 “최종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채용 탈락자를 특별채용으로 임용해달라는 요구는 수용할 수 없는 무리한 요구”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