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상미 기자]보건당국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최초 환자가 발생한 병원명을 공개했다. 최초 환자가 발생한 지 16일 만이다. 그동안 당국은 방역망 안에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미공개 방침을 고수했다. 현 방역 체계로는 확산을 막기 버겁다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보건복지부 문형표 장관은 5일 메르스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의료기관을 공개하겠다면서 평택 성모 병원을 언급했다.
문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메르스 확산은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평택 성모병원에 5월 15일에서 29일 사이에 계셨던 분들 중에서 대부분의 환자가 발생했다”며 “41명의 환자 중 30명의 환자가 이 병원에서 발생했으며, 2차 감염환자로 인한 병원 내 감염도 대부분 해당 병원에서 발생한 환자에 의해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간전문가들과 역학조사를 실시한 결과 특히 이 병원이 다른 병원들에 비해 원내 접촉자가 높은 감염력을 보이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며 “병원 내 모든 접촉자를 보다 능동적으로 발굴할 필요가 있어서 병원을 공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 장관의 발언대로 국내 메르스 환자 41명 중 30명은 평택 성모병원에서 발생했으며 나머지 환자도 이 병원에서 입원한 환자가 다른 병원을 거치며 옮긴 것으로 분석됐다.
최초 환자는 지난달 11일부터 의심 증상이 발현했는데 같은 달 15~17일 이 병원에 입원했다. 몸 안에 들어온 바이러스가 통상 4~5일 후 최대로 증식하는 것을 고려하면 평택 성모병원에서 진료를 받았을 때가 전염력이 가장 강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당국은 전염력이 낮다는 기존 보고에만 매몰돼 관리망을 넓게 짜지 못했다. 이러한 오판으로 같은 병실이 아닌 병동 환자가 메르스에 감염됐고 연결된 감염 고리는 급속도로 퍼졌다.
격리 대상자만 이달 들어 1000명을 넘어섰고 그 수는 2000명을 바라보고 있다. 또 3차 감염자가 발생하면서 방역당국이 관리해야 할 접촉자 수를 제대로 통제할 수 있느냐에 대한 우려가 고조됐다.
때문에 시민사회를 비롯해 정치권 등에서 병원명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의료계는 초기에는 미공개 방침을 유지했지만 확산세가 좀처럼 진화되지 않자 최근 들어 병원 공개 주장에 힘을 실었다.
보건의료노조 한미정 사무처장은 “이미 메르스 사태는 보건당국이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났는데 당국은 경제적 피해를 우려해 메르스 발생 병원과 지역을 비공개로 붙였다”며“현재는 접촉자를 최대한 많이 찾아 격리하고 환자들은 빨리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확산세를 잡는 데에는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기본이다. 늑장대응이 화를 키웠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