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상미 기자]보건당국이 관찰 중인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격리 대상자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20일 최초 환자가 발생한 이래 처음이다. 격리 해제자도 하루 새 294명이 늘어 1000명을 넘어섰다.
메르스 환자는 4명이 추가돼 총 126명으로 늘었다. 추가 환자 중 3명은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전날 평택지역 경찰관(35·119번 환자)을 비롯해 감염 경로가 확인되지 않은 환자 5명 중 2명도 삼성서울병원에서 바이러스를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119번 환자는 첫 4차 감염 사례다. 이로써 '2차 유행'의 중심지인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환자는 총 60명이 됐다. 전체 환자의 47.6%에 해당한다. 사망자도 1명 더 나와 메르스로 숨진 환자는 총 11명이 됐다. 보건복지부는 12일 오전 이 같은 메르스 환자 현황을 발표했다.
◆127명 검사중…격리해제자 천 명 넘어
격리자 수는 3805명에서 125명 줄어든 3680명이 됐다. 첫 감소세다. 자택격리자 수가 138명 줄어 모두 3453명이 됐다. 전체 격리 인원의 93.8%에 해당한다. 시설 격리자만 하루 새 13명 늘면서 총 227명으로 나타났다. 현재 검사가 진행 중인 감염 의심자는 127명이다.
격리가 해제된 인원은 이날 294명이 더해져 총 1249명이 됐다. 전날(314명)의 증가폭과 비슷한 규모다. 환자 1명이 추가로 숨져 메르스로 인한 사망자는 총 11명으로 늘었다. 치사율은 8.7%다.
51번 환자(72·여)가 이날 오전 11시57분께 숨졌다. 사인은 다발성 장기부전이다. 이 환자는 5월12~21일 사이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해 1번 환자와 접촉했으며, 6월5일부터 전북대학교병원 격리 병실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고령으로 인해 폐렴이 악화되고 급성신부전이 발생했다는 게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한 환자 수는 지금까지 모두 7명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은 “1~2분씩 퇴원을 준비하고 있는 환자가 있다”면서도 “유전자 검사에서 음성 결과가 확인돼야 퇴원 여부를 확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불안정한 상태의 환자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109번(39·여) 환자인 임신부의 상태는 양호하다고 밝혔다.
정 센터장은 “환자 수가 많이 늘다보니 모니터링이 끝나지 않았다. 크게 늘어나지 않은 상태”라면서 “불안정한 환자의 기준은 주치의의 의견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확진자는 4명이 늘어 총 126명(남 73명·여 53명)이 됐다. 그러나 증가 폭은 전날(14명)의 3분의 1 수준에 못 미친다.
추가 환자 중 3명은 14번(35) 환자가 내원했던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5월27~29일 사이에 노출됐던 사람들이다. 123번(65), 124번(36), 125번(56) 환자다. 나머지 1명인 126번(70·여) 환자는 5월27일 14번 환자가 거쳐 간 평택굿모닝병원에서 바이러스를 옮았다.
감염경로가 불명확해 보건당국의 역학 조사가 진행됐던 5명(118~122번 환자) 중 120번(75)과 122번(55·여)2명이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삼성서울병원에서 발생한 환자 수는 총 60명으로 불어났다. 전체 환자 수의 절반 수준인 47.6%에 달한다.
감염 경로가 추가로 확인된 118번(67·여)과 121번(76) 환자는 5월25~27일 평택굿모닝병원에서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평택 경찰관인 119번 환자가 5월31일 밤 평택 박애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가 52번(54·여) 환자로부터 감염됐을 것으로 보건당국은 추정했다.
특히 슈퍼 전파자인 14번 환자는 휠체어를 타고 응급실 밖을 이동한 사실이 CCTV 분석결과 확인됐다.
정 센터장은 "14번 환자가 응급실에서 진료받은 3일 중 첫 날은 상태가 조금 양호해 휠체어를 타거나 조금 움직일 수 있었고, 나머지 이틀은 상태가 좀 나빠져 거의 침대에 누워 진료받았다"면서 "응급실을 벗어난 동선에 대해서는 일부 파악된 것 있는데, 많은 부분이 노출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환자, 이동·감염 경로 ‘오리무중’
그러나 여전히 일부 환자들의 이동·감염 경로가 명확치 않아 보건당국이 추적 조사 중이다.
평택 경찰관인 119번 환자는 5월23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귀국한 친구와 같은 달 26일과 28일 술자리를 가진 후 의심 증상을 보여 5월31일 밤 평택 박애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그 뒤 6월3일 진행된 1차 검사에서는 메르스 양성 판정을, 6월12일 2차 검사에서는 음성 판정을 각각 받았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다녀온 친구로부터 감염됐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평택 박애병원 응급실에 들렸을 때 52번 환자와 접촉이 있었을 것이란 판단에 기운 것이다.
52번 환자는 1번(68) 환자가 퇴원한 지 1주일 가량 지난 5월23~28일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했다가 자가 격리하던 중 발열 증세가 나타나 119번 환자와 같은 시간대에 평택 박애병원에 갔던 3차 감염 의심 사례다.
즉 52번 환자로부터 바이러스를 옮겼다면 119번 환자는 4차 감염 사례가 된다. 4차 감염자가 나온 것은 국내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은 “처음 발열이 났을 때 혹시 사우디에서 유입된 것 아닌가라는 의심을 의료진도 했어서 질본에서 당시 친구 분에 대한 역학조사와 유전자 검사를 시행했다”면서 “그 결과 감염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고 있고, 정확한 (감염 경로) 확인을 위해 평택 박애병원 진료 의무기록과 CCTV를 계속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