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상미 기자]출판사 창작과 비평(이하 창비)이 신경숙 작가(52) 표절논란과 관련해 18일 오후 공식 사과문을 내면서 이번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지 관심이 모아진다.
“표절로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던 17일 입장을 바꾼 것은 아니지만 “지적된 일부 문장들에 대해 표절의 혐의를 충분히 제기할 법하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은 점을 반성함에 따라 재고의 여지를 열어뒀다.
문학계에서는 이제 신경숙이 나서야 할 때라는 의견이 제기됐고 창비가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학술대회를 열든지 문인판정단을 구성해서라도 표절시비를 가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문단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에 끼친 파장을 보여주듯 신경숙은 현재 고발을 당한 상태다. 18일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이 신경숙을 사기와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 현재 이 문제는 문학계 바깥으로 번졌다.
◆신경숙 표절시비 “당사자가 나설 때”
지난 16일 이응준 시인 겸 소설가가 온라인매체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 | 신경숙의 미시마 유키오 표절’이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한 이후 신경숙을 둘러싼 다양한 의혹이 제기됐다.
'전설'의 경우 ‘우국’의 일부가 아니라 "모티브는 물론 내용과 구조 면에서도 유사하다"는 전면 표절 주장을 담고 있는 정문순 문학평론가의 15년 전 글이 다시 주목받았다.
정 평론가는 당시 문예중앙(2000) 가을호를 통해 신경숙의 표절을 문제 삼은 바 있다. 또한 2008년 장편 ‘엄마를 부탁해’와 2010년 장편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의 일부 내용이 독일 작가 루이제 린저의 소설 ‘생의 한가운데’를 표절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렇게 표절의혹이 짙어지면서 문학계에서는 “신경숙이 나서야 할 때”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18일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블로그에 '신경숙 표절 사태를 해결하려면'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작가 이응준의 지적은 충분히 논란거리가 될 만하다”고 했다.
이어 “창비가 괜히 어설프게 나서서 논란만 키운 것 같다"고 지적한 뒤 이 문제를 해결할 이는 신경숙 본인뿐”이라고 주장했다.
한 소장은 “본인이 나서서 충분히 해명을 하던지 사과를 해야 마땅할 것”이라며 “ 그렇지 않으면 ‘땅콩회항’의 조현아 꼴이 날 것 같다"고 했다.
문학평론가 김명민은 한 매체를 통해 " 지금 최선의 방법은 신씨가 절필 선언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검증 통해 표절시비 가리자
반면에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인 정우영 시인은 "일단 작가 말을 믿고 표절여부는 제3자인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의견을 한 매체를 통해 피력했다.
그렇다면 전문가 검증을 어떻게 거칠것인가? 문학평론가인 권성우 숙명여대 교수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두 가지 방안을 제기했다.
일단 그는 창비의 공식사과에 불만을 제기한 후 “결론을 애매하게 내리고 유야무야 할게 아니라면 다음 두 가지 방안을 감히 제안한다”고 썼다.
권 교수는 “먼저 컨닝에 관한 국내외 전문가를 포함한 내실 있는 학술대회를 통해 이번 컨닝 사태에 대해 심층적으로 연구하고 조사하여 결론을 내린다”고 적었다. 단 이때 창비와 문학동네 관계자는 제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누가 봐도 중립적이며 신망이 있는 문인들 아홉 명을 문인컨닝판정단으로 선정해 토론을 통해 다수결로 컨닝인지 아닌지 판단을 내린다”고 했다.
권 교수는 “일단 그 아홉 명의 위원을 구성하기 위한 중립조직이 필요할 것 같다”며 “위원장으로 어떤 그룹에도 소속되지 않은 자유로운 소설가 이제하 선생님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한 출판 관계자는 “신경숙 작가는 표절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면서 "보통 책이 표절일 경우 출판사가 해야 할 일은 독자들에게 사과를 하고, 문제가 된 책을 회수한 후 해당 부분의 원고를 뺀 나머지를 재출간하거나, 절판시키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창비의 한 관계자는 19일 뉴시스에 “어제 대표께서 발표한 대로 빠른 시일 내에 토론의 장을 마련할 것”이라며 “현재 내부 논의 중으로 구체적인 방법과 시기는 현재 공개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