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관통도로 건설을 반대합니다”
북한산 자락에 살다 조국 캐나다로 돌아간 리암 로버츠가 보낸 편지
북한산 관통도로 건설을 두고 시민·환경 단체와 시공사 간의 싸움이 치열합니다. 지키려는
쪽과 개발하려는 쪽 모두 필사적입니다. 지키려는 쪽은 북한산 사패봉에 망루를 짓고, 바리케이트를 쳤습니다. 마치 전쟁 같습니다.
그렇지만 2월에 한 번 그리고 7월에 두 번이나 시공사에서 고용한 용역깡패들이 쳐들어와 던지고 부수고, 심지어 북어에게 분풀이하듯
스님들과 시민들을 구타한 것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가 되고도 남습니다. 지난 7월 25일에는 환경미술가인 최병수 씨 외에 많은 사람들은
그들이 휘두른 쇠파이프에 부상당했습니다. 최 씨는 망루에 그림을 그려넣으며 환경의 소중함을 알리겠다는 생각뿐이었죠.
지난 달 16일 법원이 ‘북한산 관통도로 공사중지 가처분 결정’을 내린 지 채 열흘도 지나지 않아서 생긴 일이라 이 땅에 민주주의가
살아있는지 회의마저 듭니다.
북한산은 함부로 개발을 할 수 없는 국립공원입니다. 한국생태경제연구회는 북한산으로 도로가 관통할 경우 소요 비용이 1조 6,405억원이
들지만, 우회할 경우에는 7,000억원이 든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물론 건설비용만으로 따진다면 관통하는 게 덜 들긴 하겠죠. 그러나 관통하는데 따른 손실과 보존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다른 부수적인
이익을 계산하면 우회하는게 더 이익이라는 계산입니다. 벌목되지 않은 나무들이 주는 신선한 공기와 파헤쳐지지 않은 산이 주는 포근함,
그리고 산을 거닐며 놀 수 있는 여유 같은 것 말입니다.
최근 북한산 인근 동네에서 살았던 한 캐나다인이 고국으로 돌아가 보내온 편지가 있어 소개할까 합니다. 자연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묻어 있는 편지였습니다. 이 편지는 녹색연합 앞으로 온 것인데, 협조를 구해 싣는 것입니다. <편집자> |
북한산 관통도로 저지 운동하시는 분께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저는 조국 캐나다 몬트리올로 돌아왔지만 예전에 서울에서 영어교사로 일 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서울
불광동에서 살았던 것은 분명 행운이었습니다.
불광동이 속한 은평구는 북한산으로부터 도보로 불과 몇 분 거리에 있습니다. 그곳은 상공업을 기반으로 한 거대하고 현대적인 도시의
모습을 갖추었으면서도 여전히 도시발전의 극단적인 면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침해당하지 않은 환경 보호구역으로서의 모습도 지니고 있었습니다.
계획도 없이 무모하게 성장을 해왔던 까닭에 서울에는 안타깝게도 북한산처럼 환경 보호를 받고 있는 곳은 드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에서 저는 라디오 송신탑, 도시 개발 계획 또는 환경오염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울 수 있었습니다. ‘국립공원’이라는 보호 아래
그 곳의 절에서 자유롭게 거닐고 다양한 동식물을 접하면서 얻은 안정감은 복잡한 대도시의 생활에서 위안이 될 수 있었습니다.
나는 한국 정부가 북한산 국립 공원의 심장부를 관통하는 새로운 도로 건설을 하도록 허가한 기사를 캐나다 신문에서 접하고는 매우
화가 나고 당황했습니다. “몬트리올 메트로폴리탄”지에는 서울 도심지에서 스님들이 인도에 일렬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인 모습으로
시위를 하고 있는 커다란 사진이 기사와 함께 실렸습니다.
나는 그 계획에 반대하는 내 의견에 힘을 보태줄 Green Korea(녹색연합), KFEM(환경운동연합), KSDN(지속가능개발네트워크
한국본부)과 같은 NGO단체들을 알게 되어 기쁩니다. 북한산은 수많은 나의 추억을 찾을 수 있는 곳일 뿐 아니라, 상공업의 고도
성장으로 고유의 정신이 소멸되고 혹은 살기 좋은 도시로서의 입지가 위협을 받고 있는 서울과 같은 도시에서는 꼭 필요한 곳입니다.
그와 같은 잘못된 성장은 한국 사회가 만들어낸 중요한 것들과, 심지어 건전한 사회가 만들어낸 가치있는 것들마저도 와해시킬 수
있습니다.그것은 또한 지역 환경을 파괴시켜 나중에는 단지 심각한 오염으로부터 벗어나기에 급급한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사회 구조적, 환경적 그리고 역사적, 정신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지닌 북한산은 제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좋은 공원입니다. 게다가
도시적 구조를 갖춘 한국의 수도에서는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말할 것도 없이, 나는 북한산을 관통하는 서울시의 외곽 고속도로 건설 계획을 반대하고 반대운동에 기꺼이 참여하며 기여할 것입니다.
저에게 도로 건설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와 관련 부서에 관한 몇가지 자료를 보내주세요. 그 곳의 메일주소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신문에서 읽은 기사들의 복사본을 그들에게 보낼 생각입니다. 아마도 한국 정부는 그들의 무리한 도시 개발이 국제적인 지지를
받을 수 없을 뿐만아니라, 환경보호를 우선으로 하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것임을 알게 될 것입니다.
게다가, 도로 건설에 반대하는 탄원서가 배포되어 있다면, 제가 그 일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 방법을 알려 주십시오. 그것은
사람들의 견해를 한 곳으로 결집시키기에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당신이 도와주실거라 생각하고 먼저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당신들의 노력에도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메일과 우편으로 저에게
연락을 주십시오. 곧바로 당신의 의견을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리암 로버츠 드림
4136 Blvd. Decarie, Apt # 4 Montreal, Quebec Canada H4A 3K1 |
김동옥 기자 aeiou@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