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신형수 기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정치개혁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선거구 확정에 이어 선거 제도 자체를 완전히 뜯어고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논란과 공천 룰에 해당하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논란이 정치권을 강타했다. 오픈프라이머리와 권역별 비례대표는 정치개혁의 화신이 됐지만 실현 가능성은 현저히 낮은 것이 현실이다. 하나는 야당이 또 다른 하나는 여당이 받을 수 없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들로서는 이들 제도가 실현된다면 정치혁명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여당 단독 실시할 경우 부작용 커
오픈프라이머리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당 대표에 선출될 때 제기한 내용이다. 당초 오픈프라이머리는 야당이 지난 총선 당시 제기를 했지만 새누리당이 거절하면서 실현되지 못했다.
사장이 됐던 오픈프라이머리가 다시 정치권의 화두로 등장한 것은 김 대표가 여야 모두 오픈프라이머리를 동시에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부터다. 오픈프라이머리는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상당히 개혁적인 이미지로 각인됐다.
하지만 김무성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를 제기하고 나선 것은 친박계에 공천권을 주지 않겠다는 의미도 배제할 수 없다. 오픈프라이머리가 도입될 경우 친박계나 비박계나 모두 공천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된다. 즉, 김무성 대표로서는 친박계에게 공천권을 넘겨주느니 자신도 공천권을 갖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오픈프라이머리는 치명적인 단점 또한 갖고 있다. 우선 여야가 동시에 실시하지 않으면 역선택의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이 실시할 경우 야당 지지층에서 가장 약체 후보에게 투표를 할 가능성이 높다. 야당 지지층 입장에서는 약체 후보를 내세우게 해서 야당이 승리하게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때문에 역선택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서는 여야가 같은 날 동시에 실시해야 한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많은 부작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여진다.
김 대표는 야당이 수용하지 않으면 여당 단독으로라도 실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만약 오픈프라이머리를 여당 단독으로 실시할 경우 그 부작용은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픈프라이머리를 통해 낙천한 후보가 과연 어떤 식의 반발을 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낙천한 후보가 “이번 오픈프라이머리는 여당 단독으로 하다 보니 역선택 현상이 일어났다. 때문에 이번 공천은 무효”라고 선언하면서 탈당 및 무소속 출마 등을 할 가능성도 높다. 즉, 오픈프라이머리를 여당 단독으로 할 경우 공천 이후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칫하면 새누리당이 공중 분해될 수도 있다. 때문에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현역의원, 당협위원장에게 유리
더욱이 오픈프라이머리는 현역의원이나 당협위원장에게 상당히 유리하다. 아무리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라고 하더라도 공천 당시에는 결국 조직력이 승리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조직이 없는 혹은 인지도가 낮은 정치신인의 경우에는 오픈프라이머리가 상당히 불리하다. 때문에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할 경우 현역의원이나 당협위원장에게 그만큼의 패널티를 주거나 정치신인들에게 어드벤티지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오픈프라이머리는 자칫하면 기득권을 계속 유지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치신인의 활로를 막아설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야당으로서는 오픈프라이머리를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공천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 공천 혁신 중 하나는 구태의연한 인물을 배제하고 참신한 정치신인으로 교체를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현역 물갈이가 총선 승리의 바로미터 중 하나가 되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일정 부분 현역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있다. 그런데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할 경우 현역의원에게 상당히 유리하기 때문에 정치신인이 진입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해진다. 때문에 새정치민주연합으로서는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정치혁명 가능성
반면 새누리당은 권역별 비례대표 도입을 상당히 꺼려하고 있다. 권역별 비례대표는 지역구도 타파와 양당구도를 깰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소수정당의 원내교섭단체를 만들 수 있는 강력한 무기라는 점도 장점으로 부각됐다.
현행 선거제도는 소선거구제에 비례대표 선거 제도를 혼용하고 있다. 소선거구제는 승자 독식 주의다. 예를 들면 영남지역에서 새누리당 득표율이 50%를 넘기게 되면 그만큼의 의석수를 가져가야 하지만 영남지역에서 90% 이상의 의석수를 갖고 가게 된다.
나머지 49%의 표심은 그냥 버려지는 즉 사표가 되는 것이다. 때문에 사표 방지를 위해서는 권역별 비례대표가 실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권역별로 비례대표 후보를 선정, 정당 득표율만큼 국회의원 의석을 배분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소수정당에게는 상당히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지난 총선 당시 통합진보당의 정당 득표율이 10%를 넘겼다. 산술적으로 따져보더라도 10%라면 30석이라는 의석수를 차지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러하지 못했다. 그것은 승자 독식의 소선거구제 때문이다. 그런데 권역별 비례대표를 실시하게 된다면 소수정당으로서는 그만큼 더 많은 의석수를 차지하게 된다. 이는 양당구도와 지역구도를 깨게 만드는 것이다.
아울러 정체성이 확실한 정당이 탄생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여성 문제만을 다루는 ‘여성당’ 등 정체성이 확실한 정당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기존 정당은 ‘사람 중심’의 정당이었다. 즉, 누가 당권을 쥐고 있느냐에 따라 정당을 평가했다.
하지만 권역별 비례대표를 도입하게 되면 유권자들은 사람을 보고 정당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정당의 정체성을 보고 평가를 하게 될 것이다. 때문에 권역별 비례대표가 실시될 경우 정치혁명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 절대 수용할 수 없는 제도
문제는 권역별 비례대표가 실시될 경우 새누리당에게는 상당히 불리하다는 것이다. 권역별 비례대표를 지난 총선 정당 득표율로 대비를 했을 경우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모두 의석수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권역별 비례대표가 도입되면 내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과반이 무너지게 된다. 앞으로도 과반을 차지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때문에 새누리당으로서는 권역별 비례대표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제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누리당은 비례대표의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권역별 비례대표 도입은 안 된다고 입장이다.
비례대표가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가는 창구역할을 한다고 주장하거나 비례대표 의원들이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옛 통합진보당을 언급하면서 반국가인사가 국회의원에 들어오는 창구로 비례대표가 이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런 이유 때문에 비례대표를 축소하거나 폐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것은 비례대표의 운영의 묘를 제대로 살리면 되는 문제이지 이런 이유 때문에 비례대표를 축소하거나 폐지한다면 비례대표 근본적인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결국 정치가 후퇴된다는 것이다.
어쨌든 새누리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이나 오픈프라이머리와 권역별 비례대표는 절대 수용할 수 없는 제도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개혁의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고 지역주의와 양당구도를 깰 수 있는 권역별 비례대표 도입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野 빅딜 제안, 與 거절
이런 이유 때문인지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지난 5일 권역별 비례대표와 오픈프라이머리 빅딜을 제안했다. 함께 논의를 하자는 것이다. 상당히 파격적인 제안이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대표가 빅딜을 제안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권역별 비례대표 도입과 더불어 국회의원 정수 증대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는 권역별 비례대표 도입의 전제조건으로 국회의원 정수를 늘릴 것을 제안했다.
현행 의석수 즉 300명이라는 의석수를 그대로 두고 권역별 비례대표가 도입된다면 지역구 숫자를 축소해야 한다. 왜냐하면 지역구 국회의원과 권역별 비례대표 비율이 2:1은 돼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역구 숫자 축소를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수용하겠느냐는 것이다. 지역구 1석을 줄이는 것도 상당한 저항을 받았다. 그런데 지역구 46석을 줄이는 작업이다.
지역구 46석이 줄어들면 그만큼 저항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니 고육지책으로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는 국회의원 정수 늘리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문제는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가 내놓은 방안에 대해 ‘반혁신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국회의원 정수 증대가 핵심이 아니라 권역별 비례대표 도입이 핵심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표로서는 돌파구가 필요했다. 이에 문 대표는 현행 국회의원 숫자를 그대로 두면서 권역별 비례대표를 실시하자면서 새누리당에게 빅딜을 제안한 것이다. 물론 새누리당은 이에 대해 사실상 거절을 표했다.
‘반혁신적’ 비판... 논의 불씨 유지
이로 인해 새누리당이 ‘반혁신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과반 의석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권역별 비례대표 도입을 거절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새정치민주연합이 ‘반혁신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는데 순식간에 역전이 된 셈이다.
실제로 여론은 권역별 비례대표 도입을 강하게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한 긴급 여론조사 결과 비례대표제를 확대하는 것에 대해 찬성 응답이 57.2%로 반대 응답(30.7%)보다 2배가량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잘 모름’은 12.1%였다. 지역과 계층별로 봐도 대부분 비례대표제 확대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정당별로 본 결과 정의당 지지층(찬성 76.7% vs 반대 22.2%)에서 찬성이 70%를 넘었고, 새정치연합 지지층(66.1% vs 21.2%)과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62.6% vs 16.2%)에서도 60% 이상의 대다수가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새누리당 지지층(찬성 39.7% vs 반대 52.5%)에서는 반대 응답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성향별로는, 진보층(찬성 65.8% vs 반대 16.9%)에서는 3명중 2명이 찬성했고, 중도층(63.5% vs 28.4%)에서도 대부분이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보수층(찬성 41.8% vs 반대 49.1%)에서는 오차범위 안에서 반대가 우세했다. 지역별로는 부산·경남·울산(찬성 60.7% vs 반대 26.9%)에서 찬성 응답이 60% 이상으로 가장 높았고, 이어 광주·전라(60.1% vs 25.5%), 대구·경북(58.9% vs 35.9%), 경기·인천(57.6% vs 29.6%), 서울(57.2% vs 25.6%), 대전·충청·세종(52.9% vs 37.5%) 순으로 절반 이상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30대(찬성 81.3% vs 반대 7.1%)에서 80% 이상이 찬성했고, 이어 40대(57.9% vs 30.4%), 20대(50.7% vs 30.6%), 50대(50.6% vs 42.9%) 순으로 찬성이 다수로 조사됐다. 60대 이상(45.6% vs 41.3%)에서는 오차범위 안에서 찬성이 우세했다.
새누리당 김 대표도 이런 여론을 의식했는지 지난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기본 취지는 좋다면서 논의 자체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계속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 대표의 빅딜 제안을 사실상 거절하면서도 권역별 비례대표 논의를 국회 정개특위에서 하자고 제안함으로써 권역별 비례대표 논의의 불씨를 유지시켜놓았다.
물론 국회 정개특위 소속 새정치연합 간사인 김태년 의원은 국회 정개특위 소속 여당 의원들에게 재량권을 줘야 한다면서 새누리당을 압박했다.
내부적 진통 골머리
여야 모두 오픈프라이머리와 권역별 비례대표를 놓고 내부적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김 대표의 경우 정개특위에 권역별 비례대표 숙제를 넘김으로써 권역별 비례대표를 아예 부정하지는 않겠다는 의중을 보였다. 이는 새누리당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 대표 입장에서 본다면 당 대표 당선 시 약속했던 오픈프라이머리를 실현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야당이 오픈프라이머리를 완전히 수용하지는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빅딜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 다만 새누리당 내부에서 권역별 비례대표를 받을 수 없으니 정개특위로 넘긴 것이다. 즉, 빅딜의 불씨는 계속 남겨놓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 대표로서는 친박계가 내년 총선에서 공천권 행사를 하는 것을 원천봉쇄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 가서는 문 대표가 제안한 빅딜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새정치연합 역시 빅딜 문제로 인해 당내 분란이 일어나고 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지난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동안 깊이 생각해보지 못한 것을 가지고 그 이상의 성과를 내야 해 걱정”이라면서 문 대표의 ‘빅딜론’에 대해 우려하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이 원내대표는 전날에도 “주고받는 방식으로 하는 건 현재로선 좀 빠른 판단”이라면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에도 불참했다. 오픈프라이머리를 반대해온 혁신위도 반발했다. 한 혁신위원은 “문재인 대표와 혁신위가 엇박자를 낸 것”이라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일부 인사는 문 대표가 최고위원들과 협의도 없이 발표를 했다면서 크게 반발하고 있다. 또한 조경태 의원의 경우에는 아예 비례대표제 폐지론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도 권역별 비례대표에 대한 의견 통일을 제대로 이뤄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역별 비례대표와 오픈프라이머리가 국회를 강타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현실적으로 올해 말까지는 여야 모두 결국 권역별 비례대표와 오픈프라이머리를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거부를 하면할수록 그 정당은 결국 반혁신적인 이미지가 강하게 제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혁신을 하는 정당 이미지를 보여야 한다. 그러자면 결국 권역별 비례대표와 오픈프라이머리 모두 수용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