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상미 기자]남북 고위급 대표들이 나흘간의 마라톤 협상 끝에 발표한 공동합의문에 대해 탈북자들은 성과가 있었다며 박수를 보내면서도 아쉬움을 내비쳤다. 목함지뢰 도발에 대해 사과까지는 받지 못했어도 유감 표명을 이끌어낸 것은 성과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대북방송을 중단한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목함지뢰 도발 유감 표명 이끌어낸 것은 성과”
북한 여장교 출신 김정아씨는 "남한이 가장 원했던 것은 천안함 사태부터의 사과다. 북한은 확성기 철거와 5·24 대북 조치 해제였다. 서로 완전히 이뤄진 것은 없다"며 "솔직히 목함지뢰 도발에 대해 사과없이 유감 표명만 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어쨋든, 유감까지 끌어낸 것은 성과"라고 밝혔다.
김정아씨는 "북한은 확성기가 중단된다는 것만 얻어갔다. 그것 말고는 북한이 얻어간 것은 없다. 내적으로 보면 남한이 이긴 협상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북한 지휘부가 목함지뢰 도발이 남측의 모략이라고 주장했는데 유감 표명을 하면서 그것을 부정했다는 것 자체가 큰 성과다"며 "북한이 실체가 분명한 도발은 유감 표명을 했지만 남측의 모략이라고 우기다가 인정했다. 군부의 체면을 구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 대표는 "북한이 사과한다고까지 말 안했지만 유감이라고 한 것은 자기들의 행동을 인정한 것 아니겠나"라며 "남한의 승리라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성민 북한자유방송 대표는 "이번 회담을 목함지뢰 도발에 대한 사과라는 지협적인 문제에 국한시켰다는 아쉬움이 있다"며 "남한이 유리한 상황에서 사과를 끌어내거나 더 큰 문제를 논의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도발을 한 뒤 남한의 반응이 예상과 달라 놀랐을 것이다. 그들이 기대하던 사재기, 정치권 혼란 등의 반응이 없고 되려 똘똘 뭉쳤다. 북한이 당황했을 것이고, 우리에게 유리한 조건이었는데 잘 써먹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있다"고 전했다.
◆“대북방송 중단 아쉬워…강력한 협상 무기라는 것은 확인”
탈북자들은 북한의 체제를 흔들 수도 있는 대북방송 중단이 아쉽다는데 동의했다.
실제 대북방송을 하고 있는 김 대표는 "대북방송이 북한 주민들에게 진실을 알리는 소중한 자산인데 중단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남한 정부가 암흑 속에서 생활하는 북한 주민을 진정 생각하고 있는지 의문이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김정은 정권이 계속되면 북한 주민들이 힘들어진다. 북한 주민들의 의식을 바꿔야 통일에 다가갈 수 있는데 대북방송을 중단한 것은 아쉬운 부분일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북한은 아마 대북방송을 중단시켰다는 것을 선전하면서 김정은의 위대성과 결부시킬 것이다"며 "이런 것을 보면 우리가 얻은 것은 작고 북한이 얻은 것은 크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강 대표도 "대북방송을 중단한 것은 아쉽다. 북한의 변화는 주민, 군인이 변화되어야 일어날 수 있다. 북한이 그것을 두려워한다. 대북방송 중단은 북한 주민들의 자유화가 멀어지는 것"이라며 "주민에게 알 권리를 주는 것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북한이 의도한대로 대북방송을 중단해 군부가 흔들리는 것을 막았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북한에 더 이득"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대북방송이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재확인했다는 점, 대북방송 확성기를 철거한 것이 아니라 중단만 한 것은 성과라는 시선을 보냈다.
김 대표는 "대북방송은 체제를 흔드는 것이니 북한이 기를 쓰고 막으려고 한다. 이번 사건은 대북방송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것"이라며 "심리전의 무기를 실험해봤고 통했다. 북한이 대북방송을 두려워하니 목함지뢰 도발 같이 눈에 보이는 도발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아씨는 "대북방송 중단이 아쉽지만 도발을 하면 확성기가 재가동이 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중단과 철거는 완전히 다르다"며 "대북방송 중단은 우리가 계속 지켜보겠다는 태도를 보여준 것이다. 확성기가 계속 설치돼 있는 것만으로 북한이 압박을 느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북 확성기는 대북 전략 심리전에서 큰 공로를 할 수 있는 유력한 카드라는 것을 찾아낸 것이다"며 "북한 주민들의 눈과 입은 막을 수 있어도 듣는 것은 막기 힘들다. 최전방을 지키는 부대에서 대북 확성기를 통해 남한 노래를 들으면 아무리 정신적으로 무장되어있어도 무너진다. 북한이 이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강경할 땐 강경해야…경제 지원은 현장 중심으로”
김정아씨는 "앞으로 우리나라 정부가 강경하게 나갔던 자세를 멈추면 안된다. 우리가 강경하게 나가니 북한도 반응을 하고, 자세가 조금 꺾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은 정상적인 국가와 달라서 어루만진다고 어루만져질 나라가 아니다. 아량을 베푼다고 감독할 것도 아니다"며 "강경할 때에는 강경하게, 아량을 베풀 때에는 베풀어야한다"고 했다.
강 대표는 "민간교류라고 하지만 북한은 지도부와 접촉해서 쌀이나 돈을 주는 이전의 방식대로 하려고 할 것이다. 이것은 민간교류가 아니라 정권에 이득을 주는 것"이라며 "그런 식의 교류는 바람직하지 않다. 경제적 지원은 철저하게 현장 중심으로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문화, 체육 교류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강 대표는 "다양한 분야의 동질성 회복을 위해 문화, 체육 교류를 해야한다. 이것은 남한이 가진 힘을 북한에 보여줄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합의문에 포함된 이산가족 상봉, 민간교류 등에 대해 김정아씨는 "다음 남북 회담은 이번회담의 연장선이 될 수 있다. 북한은 확성기 철거와 5·24 조치 해제를, 남한은 천안함 사태 사과 문제를 다시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회담의 결과에 따라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강 대표는 "김정은이 마식령 스키장을 만드는 등 동해지구를 외화벌이 창구로 구상하고 엄청난 돈을 썼다. 하지만 그곳에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 외화가 벌리지 않는다"며 "금강산 관광 재개를 북한이 노릴 수 있을 것 같다. 이것이 이산가족 상봉과 연계되서 이뤄질 것 같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