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신형수 기자] 제19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가 지난 1일 열렸다. 여야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정기국회에 올인하는 분위기다. 정기국회의 성적표에 따라 내년 총선 성적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기국회가 정작 열렸지만 각종 이슈에 매몰되면서 정기국회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여야가 현재 정국 이슈를 바라보는 시각이 너무나 확연히 다르다. 때문에 이번 정기국회에서 여야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노동개혁’ 시선 차이… 與 개혁 기초, 野 노동개악
여야 모두에게 이번 정기국회는 다른 때 보다 더 중요하다. 19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이자 내년 총선 승패의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다. 때문에 여야 모두 정기국회에 바짝 신경을 쓰고 있다. 지난 2~3일 여야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했다. 그리고 이달 10~23일, 내달 1~8일 분리해 국정감사를 실시한다. 국감 직후인 내달 13~16일에는 나흘간 정치, 외교·통일·안보, 경제, 교육·사회·문화 분야 등 4개 분야로 나눠 대정부질문을 실시한다. 그 이후 예산안 심사가 이뤄진다. 내년도 예산안은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12월2일 자동부의 돼 통과될 예정이다.
일단 일정은 이렇게 정해져 있다. 하지만 여야가 정치적 이슈를 바라보는 시선이 워낙 다르기 때문에 일정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은 노동개혁 등 4대 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2일 김무성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는 4대 개혁을 강조했다. 아울러 경제활성화 법안의 처리를 당부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은 노동개혁 등 4대 개혁을 하기 전에 우선적으로 재벌 개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경제민주화를 요구하고 있다. 서로의 입장이 치열하게 다르다는 것은 지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김무성 대표는 “청년세대의 꿈과 희망을 키우고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어 10년 내 5만달러까지 가려면 새로운 시스템 구축을 위한 개혁 외에 다른 길은 없다”면서 4대 개혁을 강조했다.
특히 노동개혁을 강조했는데 김무성 대표는 “노동개혁은 노동시장 전체의 인력과 조직을 재편성하는 매우 험난한 작업이며 다른 모든 개혁의 기초가 된다”면서 “야당은 노동개혁은 노동개악’이라고 호도하고 있으나 이는 그야말로 억지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그 다음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이 해고를 쉽게 하고 비정규직을 늘리는 정책이라면 찬성할 수 없다”며 “청년·비정규직 고용 문제의 핵심은 정규직 일자리를 늘리는 것인데 해고를 쉽게 해 정규직 일자리를 파괴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해고를 쉽게 하고 비정규직을 늘리는 노동개혁은 포기하고 청년·비정규직 일자리 해결에 힘을 모으자”고 역 제안했다. 이처럼 여야가 노동개혁을 놓고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면서 정기국회 내에서 노동개혁이 가장 최대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동개혁에 대해 당사자인 노동계에서 상당한 반발과 저항이 있다. 때문에 비록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 복귀를 했지만 노동개혁안이 도출되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진통이 예고된다.
증인 채택 놓고 여야 간 팽팽한 긴장감
이와 함께 재벌개혁 문제도 여야의 최대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종걸 원내대표가 ‘경제민주화 시즌2’를 예고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내걸었던 경제민주화를 이제 야당이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경제민주화 시즌2가 최대 이슈가 된 것은 ‘땅콩회항’ 사건과 더불어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 때문이다. 이 두 사건으로 인해 국민들이 대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달라졌다.
야당은 이런 여론을 등에 업고 재벌개혁을 이뤄내겠다는 전략이다. 그 첫 번째 단계로 국정감사에서 재벌총수를 증인으로 대거 출석시키는 일이다. 이미 조현준 효성 사장은 증인으로 채택했다. 효성은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자기자본 과대계상을 통해 1조원 대 회계분식을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조현준 사장은 현재 횡령 배임 및 탈세 혐의로 기소돼 송사 중에 있다. 그 다음 타켓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 형제이다.
이미 7개 상임위에서 증인 채택을 고려 중에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그 이름을 오르내리고 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는 한중FTA와 관련한 ‘무역이득공유제’를 두고 이재용 부회장의 의견을 듣겠다고 했다. 하지만 채택 합의는 불발됐다. 정무위원회에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을 두고, 복지위에서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두고 증인으로 채택하겠다는 것이다. 기재위에서는 면세점 독과점 문제와 관련해서 이재용 부회장의 동생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증인으로 채택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은 땅콩회항 사건 때문에 국토교통위, 환노위, 산자위에서 증인 채택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농해수위, 국토위, 정무위, 환노위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을 증인으로 출석시킬지 검토 중에 있다. 국회 산자위는 이마트 불법 파견 근로자 논란 및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문제를 두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으로부터 직접 그 과정을 들어야 한다며 증인 채택을 희망하고 있다.
이처럼 재벌 총수 상당수가 증인으로 채택됐거나 이름을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에 이들 재벌 총수가 모두 증인으로 채택된다면 사실상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을 국회로 옮기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들 중에 실제로 증인으로 채택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도 재벌총수의 증인 채택에 대해 큰 틀에서의 취지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증인 채택이 아니라 망신주기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새누리당의 생각이다. 때문에 야당의 무차별적인 증인 채택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해당 이슈와 전혀 관련이 없거나 혹은 증인으로 불러서 호통만 치고 해명할 기회를 주지 않는 등의 행위를 하게 되면 결국 재벌총수의 증인 채택 자체가 문제가 있게 된다. 따라서 새누리당은 증인 채택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때문에 국정감사를 앞두고 증인 채택을 놓고 여야 간 팽팽한 긴장감을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부실 국감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
여야 모두 국정감사에 임하는 자세가 남다르다. 물론 국회의원에게 있어서 국정감사는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특별한 이벤트이다. 특히 초선의원들에게는 자신의 입지를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다. 다선 중진 의원들이야 당무 등을 맡으면서 자신의 정치적 인지도를 높힐 수 있는 기회가 많다.
하지만 초선의원들은 자신의 정치적 인지도를 높힐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그런데 국정감사는 초선의원들에게 그런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 따라서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에 임하는 자세가 남다르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혈안이 돼있다.
여야 지도부 역시 국정감사에 임하는 자세가 남다르다. 새누리당은 박근혜정부의 임기가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 목표이다. 그와 더불어 박근혜정부의 임기 후반기에 개선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진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은 국정감사를 통해 박근혜정부가 실패한 정부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계기로 판단하고 있다. 야당의 지지율은 반사이익이다. 즉,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아지면 거꾸로 야당의 지지율이 상승한다.
따라서 야당은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갖는 것은 숙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높은 지지율 고공행진을 막기 위해서는 국정감사를 통해 박근혜정부가 얼마나 허술하고 실패한 정부인가를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상당히 크게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국정감사가 부실 국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 이유는 추석 연휴를 전후로 둘로 나뉘었기 때문이다. 추석 연휴는 국회의원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이벤트 중 하나이다. 추석 밥상에 어떤 정치적 음식이 올라가느냐에 따라 향후 정치적 일정이 완전히 달라진다. 국회의원으로서는 당연히 지역주민들의 추석밥상을 챙겨야 한다.
예를 들면 추석밥상에 현역의원 물갈이라는 소재의 음식이 올라간다면 현역 국회의원들은 상당히 떨 수밖에 없다. 때문에 현역 국회의원들은 추석 연휴를 가장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인해 추석 연휴가 다가오기 전에 지역 주민들을 챙겨야 한다. 그러다보면 국정감사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그런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즉, 국정감사가 부실 국감으로 흘러갈 우려가 있는 것이다.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
더군다나 각 상임위 별로 펼쳐지는 각종 이슈에 대해 여야가 다른 시각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국정감사가 쉽지 않은 국정감사가 될 것으로 보여진다. 환경노동위의 경우 노동개혁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감에서 노동개혁의 당위성을 놓고 여야가 공방을 벌일 것이다.
아울러 설악산 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놓고 질의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위는 세법 개정안과 법인세 인상 문제를 놓고 시끄러울 것으로 보여진다. 또한 경제활성화법으로 분류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처리를 놓고 여야간의 갈등도 표출될 것으로 보인다. 법사위에서는 한명숙 전 총리의 유죄판결과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 의원의 기소도 쟁점화될 것이다.
안전행정위는 새누리당 연찬회에서 ‘총선필승’ 건배사를 외친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을 놓고 공방이 예고된다. 외교통일위원회에서는 한중, 한뉴질랜드, 한베트남 FTA 비준안과 북한인권법이 이슈가 될 것으로 보여진다. 정무위는 대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집중 질의가 예고되고 있다. 운영위원회에서는 국회선진화법이,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에 따른 불법 감청설비 문제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역사교과서의 국정화와 국립대 총장 직선제, 관광진흥법이 쟁점이 되고 있다.
국방위원회는 북한의 도발 등,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지원 문제, FTA에 따른 무역이득공유제가, 보건복지위원회는 메르스 후속대책이,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국제의료사업지원법과 해외자원개발 사업이, 국토교통위원회는 전월세 대책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
‘쪽지예산’이 예년에 비해 더욱 치열
이같은 피 튀기는 국정감사가 끝나고 나면 본격적으로 예산 심사에 들어간다. 예산심사의 경우에는 이른바 ‘쪽지예산’이 예년에 비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쪽지예산이란 국회의원들이 정부 예산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여야 간사 또는 예결위 계수조정소위원회 위원들에게 자신의 지역구에서 벌이는 특정 사업과 관련한 예산을 반영해달라는 민원을 적은 쪽지를 보내는데, 그쪽지에 의해 편성된 예산을 말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는 자신의 지역구에 예산 한푼이라도 더 따내려 하는 것은 당연한 의정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자면 결국 ‘쪽지예산’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즉, 팽팽한 신경전이 예고되고 있다.
정기국회가 원활하게 돌아가야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곳곳에 암초는 계속 남아있다. 현재 닥친 암초는 국회 운영위원회에 특수활동비 제도개선 소위 설치여부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특수활동비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제도개선 소위 설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특수활동비를 공개한다는 것은 사실상 국가정보원을 해체하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특수활동비 예산은 8천8백억 원 정도이다. 이 중 상당수가 국가정보원이 갖고 간다고 알려졌다.
그리고 그 특수활동비는 말 그대로 특수활동비이기 때문에 어디에 사용됐는지 아무도 모른다. 새누리당은 국회 정보위에서 특수활동비를 심사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 정보위 자체는 비밀을 엄수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국민은 특수활동비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아무도 모른다. 야당은 이런 특수활동비가 대선개입에 혹여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국가권력기관의 대선 댓글 의혹이 제기됐다. 또한 최근에는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 구매 사실이 드러났다.
이로 인해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 모든 예산이 특수활동비에서 나온 것 아니냐는 것이 야당의 생각이다. 때문에 특수활동비 투명성 제고를 하자는 것이 야당의 판단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특수활동비가 공개되면 사실상 국가정보원을 해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반대를 하고 있다. 문제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특수활동비 제도개선 소위를 운영위에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히면서 설치 쪽으로 기울고 있어, 향후 추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한 야당에서 여야 원내대표의 특수활동비부터 먼저 공개하자고 하면서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정기국회 승자가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 점유
여기에 선거제도 개선 역시 도마 위에 올라있다. 새누리당은 국민공천제(오픈프라이머리)를 여야가 동시에 실시하자고 야당에게 제안했다. 야당은 권역별 비례대표 도입을 거꾸로 여당에게 제안했다. 그러면서 국민공천제와 권역별 비례대표를 함께 논의하자고 빅딜을 제안했다. 새누리당은 권역별 비례대표는 안된다면서 오히려 지역구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고 비례대표 숫자를 줄이는 방안을 채택하려고 하고 있다. 그 이유는 농어촌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반대 때문이다. 현재 지역구 국회의원 숫자를 246명 그대로 하면 인구편차를 2:1로 하기 위해서는 농어촌 지역구가 상당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농어촌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농촌의 대표성이 떨어진다면서 반발하고 있다. 또한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지역구 국회의원 숫자가 늘어나야 자신들에게 유리할 수 있다. 반면 권역별 비례대표를 도입하고 지역구 국회의원 숫자를 현행 246명 그대로 두면 야당은 상당히 유리하다. 특히 소수정당에게는 상당히 유리하다. 때문에 야당은 권역별 비례대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야권은 오히려 비례대표의원 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여야가 선거제도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을 하면서 절충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러다가 현행 선거제도를 갖고 내년 총선을 치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최근에 나온 이슈는 여야 대표가 만나 담판을 짓는 것이다. 김무성 대표와 문재인 대표가 만나서 국민공천제와 권역별 비례대표 도입을 놓고 협상을 벌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정의당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자신들도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여야 대표 협상 자체도 상당히 힘들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암초덩어리들이 곳곳에 있기 때문에 100일 간의 정기국회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여야 모두 바짝 신경을 쓰면서 정기국회에 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정기국회의 승자가 결국 내년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