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상미 기자] 교육부가 3일 중·고등학교의 역사교과서를 국정으로 전환한다고 확정 고시했다.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현행 역사교과서의 검정 발행 제도로는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라며 "국민통합을 이루기 위해 국가의 책임으로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역사편찬위원회을 책임기관으로 지정하고, 1년간의 집필기간을 거쳐 2017학년도 3월부터 학생들이 국정 역사교과서로 수업을 받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반발이 거센만큼 교육부가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과제 역시 산적해 있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진을 제대로 구성할 수 있냐는 것이다.
지난달 13일 연세대 사학과 교수들을 시작으로 서울대, 고려대, 경희대 등 역사 관련 학과 교수들이 집필에 참여하지 않기로 밝혔다.
또 역사학계는 지난달 30일 서울대에서 전국역사학대회를 열고 28개 역사학회의 국정화 반대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양한 집필진 구성이 최대 관건으로 대두되고 있다. 야당과 진보진영에서 우려하는 또다른 편향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집필진 구성이 필수적이다.
현재 일부 보수성향의 역사학자들이 집필 동참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상당수 저명 학자들은 자신의 연구방향과 상관없이 '보수 학자'로 낙인 찍힐 수도 있다는 것 때문에 섣불리 나서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교육부도 이를 의식해 집필진 공개에 대한 입장을 바꿨다. 처음엔 집필진을 모두 공개하겠다고 밝혔지만 대표 집필진만 공개하는 것으로 방침을 선회했다.
이영 교육부 차관은 "모든 집필진을 공개하게 되면 아는 이유로 집필 집중이 어려울 수 있다"며 "그런 부분들을 중도적으로 보완하는 행동을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비비 사용에 대한 행정절차법 위반 '논란'도 해소해야될 대목이다.
교육부는 지난달 12일 역사교과서의 국정화에 대한 행정예고를 하고, 13일 국무회의에서 예비비를 의결했다. 이를 통해 교육부는 국정화 추진 관련 예산 44억을 정부 예비비로 확보했다.
국가재정법상 예비비는 재해복구나 긴급구호, 예측할 수 없는 예산 외의 지출 등에 쓰여야 한다. 국정 역사교과서를 개발하는데 사용한 것은 목적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더욱이 국회입법조사처는 "예비비 편성이 타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사업의 시급성과 연내 집행가능성이 충족돼야 한다"고 우회적인 비판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이 밖에 교육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로 마비된 정국해소도 시급하다.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확정고시한 이날, 오전에 예정됐던 국회 본회의는 무산됐다. 야당이 국정화 고시에 반발해 전날부터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철야 농성을 벌였고, 현재는 본회의를 포함해 모든 상임위 일정을 보이콧한 상태다.
여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야당의 본회의 복귀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지만 야당은 국정화 철회를 주장하는 규탄대회를 여는 등 대치국면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싸움으로 번져가고 있지만 결국 교육부가 원인제공을 한 셈이어서 교육부로써는 대치국면이 향후 국정화 일정 추진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