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송경호 기자]제52회 대종상 영화제가 파행 속에 막을 내렸다. 남녀 주·조연상 수상자전원이 불참해 대리 수상했고, 신인 감독상의 경우 같은 부문 후보에 오른 다른 감독이 대리수상자로 등떠밀려 무대에 올라가는 등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몇 년 전부터 파행으로 얼룩져왔던 대종상 시상식 중에서도 역대 최악이라고 할만 했다.
올해 대종상은 시작부터 난기류에 휩싸였다. 방산비리로 수감된 이규태 전 조직위원장이 대종상을 책임지는 영화인총연합회에게 차용금 1억5천만 원 등을 반환하라고 내용증명을 보냈다는 보도가 난데 이어 영화인총연합회 집행부가 산하 협회 정족수미달로 제대로 된 총회를 거치지 않고 집행부가 꾸려졌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늘 영화판을 떠난지 너무 오래된 원로 영화인들이 주축이 돼 ‘지금을 살아가는 영화인들을 위한 잔치’인지 의구심을 받아왔는데, 부정과 비리의 이미지가 덧대져 신뢰성마저 잃어버린 것이다.
지난달 13일 대종상 기자회견에서는 “시상식에 출석하지 않으면 상을 주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주요 부문 후보를 시상식 일주일 앞두고 발표하고 섭외에 들어가는 등 상식 밖의 행보로 남녀 주연상 후보 전원이 불참하는 전대미문의 상황이 벌어졌는데 이를 두고 대종상 관계쟈는 “정작 비난 받아야할 사람들은 참석하지 않는 배우들"이라고 발언해 한 젊은 배우로부터 “꼰대의 품격”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받기도 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곪을 때로 곪았다”며 “공정하지 못한 수상작 선별부터 내부적으로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쇄신을 부르짖었으나 보수영화단체 내에서 판세 뒤바꿈만 있었을 뿐 그 밥에 그 나물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시상식을 위한 진정한 탈바꿈은 없었다”고 짚었다.
“오늘 시상식을 통해 꾸준히 이의를 제기해온 영화계 안팎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대종상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만큼 문제적 인물들은 다 배제하고 새롭게 거듭나길” 바랐다.
한 영화평론가는 “과연 이 시상식이 지속돼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대종상은 주최하는 단체의 문제가 핵심이다. 그동안 너무나 많은 문제점을 노출해왔다. 근본적으로 수상자(작) 선정 방식을 완전히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지 않는 한 쇄신이 불가능하다”고 짚었다.
올해 대종상은 15명의 심사위원단이 공정한 심사를 했다고 주장했지만 심사위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김형석 영화저널리스트는 “행사 주최측 마인드의 부족으로, 잔치란 개념이 희석돼 버린지 너무 오래고,
선발과정에서 비전문성과 폐쇄성이 수상결과에 대한 공신력을 떨어뜨렸다. 대중들은 후보자(작) 등 결과물을 갖고 객관성을 따지는데, 그것에 대한 시비가 있은 지도 너무 오래됐다” 지적했다.
“신작이 나오는 영화제가 아니다. 시상식이니까 투표인단에 대한 공신력이 가장 중요하다. 또 기술상은 전문가 집단이 심사해야 한다. 그런 점들을 다 무시하고 몇 명이 모여서 수상하는데, 그 심시위원단에 영화전문가가 아닌 사람도 너무 많다.”
충무로 한 중견감독은 “상이 투명하고 권위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배우들이 참가할 것이다. 최근 행태들이 스스로 권위를 깎아먹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