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온 나라가 벌집쑤셔놓은 듯 난리법석이다.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대표 구명로비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전관예우와 법조브로커라고 하는 법조계 안팎의 두 악(惡)의 축 때문이다. 이 둘의 악의 많고 적음을 가르기는 쉽지 않다. 대개는 은밀하게 이뤄지는 것이라 잘 드러나지 않는 법이지만 대형 법조비리가 터질 때마다 언제나 이들 전관예우와 법조브로커는 한 몸처럼 또아리를 틀고 있곤 한다. 그래서 법정 주변에는 언제나 사건과 송사가 있고, 이들 사건과 송사 주변에는 언제나 법조브로커가 활개친다. 전관예우가 먹히는 변호사를 연결하는 것만으로도 수임료의 2~3할은 챙길 수 있다는 매력때문이다.
그런데 이 전관예우와 법조브로커는 우리보다 현대 법체제가 앞섰다는 일본에서는 보기 어려운 한국의 독특한 법조 구조에서 기인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우선 전관예우를 보자. '법조 3륜’이란 말처럼 법조를 구성하는 검사 판사 변호사 이들 3자를 수레에 비유해 '법조3륜'이라고 스스로 칭한다. 이러한 인식이 전관예우를 키워왔다는 지적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법원·검찰·변호사가 수레의 세 바퀴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그중 하나에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감싸는 것이 궁극적으로 자신에게도 유리하다는 동류의식이 깔린 때문이다. 일본에는 이런 말이 아예 없다고 한다. 있다면 ‘법조 삼자’라고 해서 집단 결속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용어가 사용될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전관예우가 법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행정부와 입법부에도 존재한다. 다만 다른 형태로 전재하기에 잘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가령, 전직 장차관 등 고위 관료들을 기업들은 가만두지 않는다. '사외이사' 형태 등 어떻게 해서라도 자신들과 인연을 갖게 해서 대정부 로비나 인허가 업무 등에 활용하고자 한다. 그도 저도 아니면 정관계 인맥을 활용하거나 적어도 이사회 의결에 도움을 받고자 하는 식이다.
국세청이나 공정위 등 경제계의 검찰격인 기관의 고위인사들은 기업들에게 군침도는 전관(前官)들이다. 국내 대형 6대 로펌 가운데 지난 2015년 기준 매출액 1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앤장을 비롯해 태평양, 광장, 율촌, 세종, 화우 등에는 그래서 단순히 법조출신 뿐만 아니라 국세청, 언론 등 각계 인사들이 대거 포진한다. 기업 송사의 처음부터 마무리까지, 그리고 세무업무까지 완벽하게 해결해주는 해결사역할을 한다.
문제는 전관예우가 뿌리깊게 퍼질 수록 각종 브로커들의 먹이사슬에 걸려들고 각종 비리가 증폭된다는 사실이다. 특히 법조에서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고 하는 최악의 결과를 낼 수 있어 가장 질이 안좋은 케이스다. 이번 정운호 사건에서도, 그의 해외도박 사건이 초범에 해당하고 1심, 2심 형량 등을 감안해볼 때 굳이 20억원, 50억원 등의 상상도 못할 고액 변호사 수임이 필요치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변호사계 입장이고 보면 법조브로커와 전관예우가 한 짝이 돼 거기에 낚인 측면이 강하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최후의 보루가 법이라지만 법위에 전관과 브로커가 있다면 그 국가와 사회는 이미 무너진 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든, 궐밖 정승이 많고, 법정밖 전관이 많을 수록 각종 악의 축이 번성하게 돼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