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우리나라 노인인구가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06년 459만명이었던 노인인구는 올해 686만명, 2026년에는 1083만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년 사이에 두배 이상 늘게 되는 것이다.
준비되지 않은 채 맞이한 고령화 사회의 부작용은 노인 빈곤율로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49.6%를 기록해 OECD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했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의 해결책으로, 노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노인일자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04년 시작해 2013년 국정과제로 선정됐으며 올해에는 3824억원을 편성해 2012년 1785억원 대비 2.1배로 확대했다.
‘노인일자리 사업’은 노후소득 보전에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어 노인 빈곤율 해소에 도움이 되는 정책으로 꼽힌다. 노년기의 사회활동을 증진함으로써 노인의 의료비를 감소시키고, 사회관계를 개선하는 등 사회적 부양부담을 완화하는 기능도 수행한다.
질보다 양에 치우친 노인일자리 사업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노인일자리 사업은 실제 노인들의 수요에 맞춰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9월7일 발표된 국회예산정책처의 ‘노인일자리사업 평가’에 따르면 물가인상의 영향으로 노인에게 지급되는 실질 보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노년기 활동증진으로 인한 건강개선 등의 긍정적 효과들도 감소되고 있다.
노인일자리 중 공공분야 공익활동(2016년 전체 사업 물량의 67.7%) 보수는 2004년도부터 10여년이 넘도록 월 20만원으로 고정됐다. 보건복지부가 실시하는 노인일자리 사업 또한 다른 부처가 65세 이상 노인을 포함시켜 실시하는 일자리사업에 비해 참여시간이 적어 보수도 낮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노인일자리 사업이 일자리의 질보다는 양에 치우친 성장을 해온 것으로 판단된다”며 “노인일자리 질 개선을 위해 향후 일자리 수 확대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공익활동을 중심으로 보수 인상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노인일자리 보수 인상은 일자리 수 증가와 결합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재정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최저임금이나 물가 등에 연동해 점진적으로 인상시켜 나가는 방안을 제안했다.
민간분야 일자리 원하지만 소득계층간 형평성 부족
‘2011·2014년 노인실태조사’ 분석 결과, 소득중하위층(기초연금 수급자)과 소득상위층(기초연금 미수급자) 모두 사회공헌형 일자리나 여가형 일자리보다는 취업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2004년부터 2015년까지 실제 노인일자리 사업 물량은 사회공헌형·여가형 성격이 강한 공공분야 일자리가 매년 90% 가량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취업의 성격이 강한 민간분야 일자리는 약 10% 수준에 불과하다. 민간분야 일자리 비중은 2016년에 22%로 급격히 늘었는데, 이는 기존에 공공 분야에 속했던 일자리들을 재분류한 데 따른 것이다.
또한 민간분야 일자리(시장형사업단, 인력파견형)의 경우 일자리 참여자는 공공분야 참여자에 비해 선발 당시 소득수준이 더 높고 지급받는 보수도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 사업 참여 신청 전 3개월 평균 가구원당 가구소득은 민간분야 참여자가 공공분야 참여자보다 월 5만2000원 더 높았다. 일자리사업 참여 후 평균 보수액 역시 민간분야 참여자가 월 30만6000원이고 공공분야 참여자는 월 19만4000원인 것으로 분석됐다.
공익활동은 소득분위 하위 약 70%인 기초연금 수급자만 참여를 신청할 수 있어 비교적 소득계층간 형평성이 유지되고 있다. 소득인정액과 독거여부 등도 선발기준으로 두고 있다. 반면 민간분야 일자리는 형평성 관점에서 저소득층에 대한 배려가 좀 더 필요하지만 기초연금 미수급자도 신청할 수 있고, 선발 시 소득이나 재산 등 경제력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민간분야 일자리의 경우 근로능력이 보다 필요한 측면이 있지만 근로능력이 비슷하다면 저소득층을 우선해 선발할 수 있도록 기초연금 수급여부나 소득인정액을 파악해 보충적인 선발 기준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노인의 성별·지리적 위치·정보 입수 가능성 등에 따라 노인일자리 접근성에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일자리유형을 다양화하고 정보 소외계층에 대한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소득상위 노인의 사회참여 보상 확대
노인일자리 사업은 노후소득보전 외에 비금전적 보상을 통한 사회참여 확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노인의 사회참여 확대와 이에 대한 사회적 인정이라는 비금전적 보상은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소속감 제고, 사회자본 형성 및 심신 건강 증진의 효과가 있다.
상당수의 소득상위층 노인들도 노인일자리 사업 참여를 희망하고 있으며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실제로 노인일자리 사업의 지난해 정책대상은 소득중하위층 노인 34만7070명, 소득상위층 노인 13만8719명으로, 소득상위층 노인도 상당수였다.
하지만 국회예산정책처는 “한정된 재원과 소득분배의 형평성 측면에서 노인일자리 사업의 노후소득 보전기능은 저소득 노인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면서 “이로 인해 노인일자리 사업의 정책대상에서 소외될 수 있는 소득상위층 노인의 욕구는 사회참여 확대를 통한 비금전적 보상(봉사크레딧제도, 표창 등)으로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재능 나눔의 확대·발전도 필요하다”며 “재능 나눔은 기초연금 미수급자를 우대해 참여자를 선발하고 월 최대 10만원의 활동비만을 지급하면서 노인의 재능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