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동훈 기자] 한미동맹이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북핵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힘겨루기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가 주권국가로서 당연한 독자 노선을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이다. 비록 평화적인 남북 관계의 디딤돌을 놓았지만, 이 길 또한 미국의 세계전략과 맞물려 쉽지 않은 사안이다.
미국, 대중포위망 구축 시작
2018년은 한미동맹이 65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한 지도 69년째를 맞는다. 국제역사에 있어 동맹조약에 의해 동맹국의 군대가 주권국가의 영토에 주둔한지 50년 이상 된 경우는 예를 찾기 힘들다.
한미동맹이 동맹의 대표적인(?) 사례로 국제정치사에 자주 언급되는 이유이다. 그러나 최근 한미동맹은 균열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남북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불신감, 미국과 중국 간 아시아를 체스판 삼아 펼쳐지고 있는 일명 대중 포위망을 둘러싼 갈등에 따른 영향을 받고 있다.
국제적인 시각에서 한미동맹을 보려면, 우선 아시아·경제 패권을 둘러싼 미국-중국의 갈등을 살펴야 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성공시킨 중국이 일본의 GDP(국내총생산)마저 추월하자, 미국은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란 중국 대세론에 위기감을 느낀다.
중국도 위안화를 앞세워 주변국과 마찰을 빚었다. 세계 2위 경제력을 바탕으로 항공모함, 스텔스기 등 군사력을 강화한 뒤 2010년 조어도(센가쿠열도)사태에서는 일본을, 2011년 남중국해 패권을 두고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 노골적인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시진핑 주석이 2050년 종합국력과 국제 영향력에서 세계 선두에 올라선다는 국가 목표를 제시하면서 국제 안보·경제 환경은 급변한 것이다.
‘사드 배치’는 중국포위방 방점
미국은 이를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지돼 온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였다. 중국이 인도양을 손아귀에 넣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이나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에 사활을 거는 것은 세계 패권국의 자리를 넘보겠다는 뜻으로 본 것. 미국 행정부의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일대일로만 하더라도 단순히 경제 모멘텀을 살리자는 게 아니다. 여기에는 2차 대전 이후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는 미국 중심 질서인 브레턴우즈 체제를 바꿔놓겠다는 포부가 담겨 있다고 미국 정부는 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소식통도 “미국이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IBRD)을 내세워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했듯이 중국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통해 경제적 우위를 바탕으로한 패권을 거머쥐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추정했다.
이를 지켜보고 꺼내든 미국의 카드는 ‘아시아 회귀(2011년)’. 미국 행정부는 국방예산 감축 바람 속에서 아시아 주둔 미군 만은 그대로 유지키로 결정했다.
또한 극동 아시아의 일본에서부터 한국, 대만, 필리핀, 베트남, 싱가폴, 호주를 거쳐 인도, 파키스탄에 이어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로 이어지는 중국포위망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공방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던 2014년 3월 북한이 노동미사일의 발사 각도를 높여 650㎞만 비행하는 실험에 성공한다. 이에 주한 미군사령관은 KAMD 일환으로 우리나라가 2016년 들여올 ‘PAC-3 미사일’(사정거리 고도 40㎞)로는 이처럼 발사각을 높여 고도 160㎞까지 치솟은 뒤 음속의 7배로 내리 꽂는 노동미사일을 막는 건 역부족이라며 미국 정부에 사드 배치를 요청한다.
시진핑 주석일 비롯한 중국 지도부는 △ 미국의 MD체제는 중국의 핵 억지 체계(공격시스템)를 무력화해 미·중 사이의 ‘전략적 안정’을 해친다. △ 한국의 미사일방어 체계 구축이 북한을 자극해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더욱 포기할 수 없게 한다. △ 중국은 미국이 아시아에서 협조 체계를 강화하고 있는 MD체계가 대만 혹은 일본으로 하여금 잘못된 판단을 하게 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중국은 미국이나 일본 같은 해양세력이 중국 본토에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유사시 해상의 일정범위 이내로 접근한 적대 세력의 항공모함을 탄도미사일로 타격하는 전략을 갖추고 있다. 미국의 MD체제는 이런 중국의 방위전략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이런 때 놀라운 보고서가 나온다. 2017년 6월 미국 국방문제연구센터(C4ADS)가 “중국 기업인 ‘단둥 둥위안실업’이 북한에 탄도미사일 부품으로 전용할 수 있는 레이더 항법장치나 로켓추진수류탄(RPG-7) 등을 수출하고 있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미 일본 쿄토와 아오모리 현에 배치된 미국의 X-밴드 레이더를 통해 중국 내륙의 움직임은 속속들이 미국 측에 파악되고 있었다.
한 국제군사 전문가는 “북한이 핵미사일을 개발했다고 하지만, 그 미사일의 단추를 누가 갖고 있을까? 이것이 미국의 보수적인 수뇌부들이 갖는 해묵은 (중국과 북한을 향한) 불신감이다”라며 “그렇기에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CVID를 포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중국도 사드를 한국이 구입하는 형식이지만, 실질적인 미사일 단추는 주한미군이 갖기에 중국의 핵미사일 요격용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국 대통령은 중국편인가’ 美보수층 의심
이런 차에 2017년 미국과 한국에서는 새로운 정부들이 출범한다. 때맞춰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이자 CNN의 정치 애널리스트인 조쉬 로긴은 의미심장한 글을 쓴다. 지난해 5월9일 한국의 19대 대통령 선거 투표가 끝나고 문재인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자 “한국은 방금 반미(反美) 대통령을 뽑았다”고 트위터에 남긴 것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미국이 가장 신뢰하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수차례 말했지만, 미국 보수층의 시각을 바꾸는데는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광우병 파동’‘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2명 사망사고’로 기억되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등을 지냈다는 이력과 대북정책에서 우호적인 모양새를 보여왔다는 게 미국의 일부 외교안보가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반미주의자’으로 여기는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미FTA를 추진했고, 미국이 일으킨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파병을 한 전력으로 국내 진보층으로부터 외면을 받았지만 이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와 같은 해 1월 출범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극단적인 자국 이익을 위해 전후 미국 스스로 만든 다자간 협력 틀을 깨고 ‘나토 무용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 거부’ ‘파리기후협정 탈퇴’ 등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주변국과 충돌하고 것도 서슴지 않고 있었다. 한국에도 한미FTA재협상, 방위비 분담금을 강요한 트럼프였다.
7월1일 워싱턴에서 개최된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관계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고 의혹도 감소했으나, 2017년 후반부로 올수록 한미관계에 대한 우려는 재점화됐다. 그 시작은 10월31일 발표된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한 협의결과에서부터였다. 협의결과에 포함된 3不(No missile defense, No additional THAAD, No trilateral alliance among the U.S., Japan and Korea)은 미국의 불만과 우려를 초래했다.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방문을 계기로 한미관계는 다시 안정을 찾는 듯 했다.
그러나 2017년 12월 문재인-시진핑 정상회담에서 발표한 한반도 4대 원칙(한반도 전쟁 불용, 한반도 비핵화,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결, 남북관계 개선) 합의와 “한중 운명공동체” 발언이 문제였다. 한반도 내에서의 전쟁을 막기 위한 주권국가로서 당연한 실리외교가 미국 보수층의 한국 불신감을 결정적으로 만든 것이다.
국내 정치계 인사는 “북핵에서 언급되는 전쟁이란 의미 속에는 한반도 내에서 펼쳐질지 모를 미국과 중국의 전쟁을 포함하고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