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민영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으나 관련 부처 및 공기업 관계자들간의 의견차이로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제 18대 국회의원 선거인 4·9총선이 한나라당의 과반수 확보로 끝남에 따라 청와대측은 ‘MB 노믹스’ 추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청와대가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을 해소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번 총선에서 낙마한 정치인을 공기업 최고경영자로의 낙하산 인사를 하지않고 능력있는 전문 CEO 출신들을 발탁하겠다는 의증을 보인 것도 이와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경제전문가들과 이명박 정부 등은 공기업 민영화의 성패는 취임 후 1년이내 판가름이 난다는 시각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글로벌시대로 접어든 상황에서 국내·외 경제적인 환경이 공기업 민영화 추진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지만 결과에 따른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추진 능력에 대한 바로미터로 적용할 수 있어 많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우리나라 공기업개혁의 경우 1990년대 초반부터 기본틀을 만들어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공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주무부처의 이해관계와 노조의 방어적 형태 등으로 인해 각론에 들어서면 번번히 무산돼 왔다. 김대중 정부는 IMF 등의 영향으로 인해 한국통신 등 공기업 8개를 민영화하는데 성공했지만 노무현 정부는 “여건이 성숙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내세워 사실상 공기업 민영화를 중단시키는 정책을 펼쳤다.
285개 공기업·부채 400조원
한국공기업학회는 민영화를 단념한 대가로 공기업 직원이 2002년 21만3000여 명에서 2006년 말 24만5846여 명으로 13.36%가 늘어났으며 같은기간 195조 원에서 389조 원으로 200조 원가량 총부채가 급증했다는 자료를 내놓고 있다.
2006년 결산기준 국내 공기업은 대한주택공사 대한지적공사 에너지관리공단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철도공사 기업은행 등 285개에 달한다. 이들 공기업의 총 자산 588조7000여 억원 가운데 부채가 389조3000여 억원으로 자본 199조4000여 억원보다 189조9000여 억원이 더 많다. 공기업 민영화 우선 순위로 거론되고 있는 한국산업은행의 경우 총 자산 100조5000여 억원 중 부채가 88조 원으로 자본금 16조원보다 무려 4배 가량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한주택공사는 부채가 30조 원으로 자본금 9조 원보다 3배 가량 많으며 한국토지공사 역시 부채 19조 원으로 자본금 5조 원에 비해 4배 가량 많다. 한국도로공사와 한국마사회는 자본금에 비해 부채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한국도로공사 부채 16조 원, 한국마사회 부채 3000여 억원으로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뿐 만 아니라 환경자원공사를 비롯해 대한석탄공사 예금보험공사 우정사업진흥회 등 13개 공기업은 자본금까지 잠식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업이 안고 있는 또 하나의 문제점은 임직원들의 모럴헤저드(도덕적 헤이)가 극에 달했다는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공기업 개혁을 외치면서도 전문성과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인물을 정권 창출에 기여했다는 이유만으로 공기업 임원으로 임명한데서 문제가 있다. 한국전력 도로공사 등 주요 공기업 24개사의 역대 사장 301명 가운데 내부 출신 인물은 5%에 불과하며 정치인과 군장성 관료 출신이 싹쓸이를 해 온 것이다.
88개 공기업·4개 트랙으로 추진
전문성이 부족한 이들이 한해 수천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관리했으니 의도한 바는 아니었을지라도 ‘염불보다 잿밥’이라는 비난이 빗발친 것 또한 사실이다.
감사원이 지난 3월31일 31개 공기업을 대상으로 발표 한 비리실태에 따르면 업무 추진비를 골프 향응과 룸 살롱 등의 유흥비로 썼을 뿐 아니라 복리후생비를 편법으로 올려 지급하는 등 온갖 비리와 불법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기업 임직원의 모럴헤저드를 입증한 셈이 된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공공기관 88개를 선정해 민영화 대상 기관으로 중점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기획예산처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고했던 우선 민영화 검토대상 99개보다 11개가 줄어든 숫자로 대상기관중에서 공공성이 강한 것으로 판단되는 곳을 제외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민영화 의지를 밝힌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를 비롯해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 제주은행 대우건설 현대건설 하이닉스 석유공사와 함께 주택공사 토지공사 등 사회간접자본 공기업 등이 포함된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제한했던 금산분리 규정이 올해 안에 폐지되면서 우리금융지주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의 민영화 작업이 우선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4개 트랙으로 추진한다. 즉, 기업과 시장상황 등에 따라 민영화 시기와 방법을 조절하는 것으로 △공자금 투입과 공공기관의 자회사 소유권 완전 민영화 △SOC 관련 기관 운영권만 민간에 매각 △에너지 공기업 경우 중장기적 민영화 △정부위탁사업 통폐합 아웃소싱 등으로 구조조정 추진 등이다.
노조반발·헐값매각 시비 등 해결해야
정부가 산업은행 등을 시작으로 공기업 민영화 의지를 다지고 있으나 이에따른 ‘역풍’도 가시화 되고 있는 등 풀어야할 숙제도 만만치 않다. 우선적으로 민영화 대상 공기업 노조의 반발이 거세다. 한국노총은 지난 4월2일 공기업 민영화와 구조조정, 노사관계 개입 등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노총 공공부문대책기구’를 출범시켰으며 민노총도 앞서 7개 산별노조로 구성된 ‘공공부문 시장화, 사유화 저지,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를 가동시키자 정부가 상당한 우려를 보이고 있다.
또 김대중 정부 시절 매각한 외환은행을 빗댄 ‘헐값매각 시비’ 역시 정부가 넘어야 할 산 가운데 하나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를 놓고 ‘재벌들의 배만 채워주는 것 아니냐’는 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어 자칫하면 정·재계 커넥션으로까지 논란이 확산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재정부가 ‘쪼개서 팔아야’를 제시하고 있는 반면, 금융위원회는 ‘키워서 팔아야’ 한다 등 산업은행 민영화의 해법을 다르게 제시하고 있는 것도 ‘헐값매각 시비’와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혁신도시 개발도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178개 공공기관을 전국의 10개 혁신도시에 2012년까지 이전토록 하고 있으며 지난해 제주, 김천 등 5개가 착공식을 가진데 이어, 대구 원주 등 나머지 5곳도 상반기 중 착공할 계획으로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를 밀어부칠 경우 혁신도시 개발이 사실상 중단될 수 밖에 없어 해당 지역민들의 반발 역시 풀어야할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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