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장혁 기자] "고위공직자들의 부동산 투자를 본받아야 한다."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문재인 정부가 각종 부동산 정책을 쏟아내면서 집값 잡기에 나서고 있지만 녹록지 않다.
고위공직자들의 부동산 투자를 본받아야 한다는 말이 가짜 뉴스나 어설픈 소설 정도로 들리지 않는 이유가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해 청와대와 고위공직자의 강남 부동산 문제를 지적했다.
심 대표가 청와대와 행정부처 1급 공무원 이상 관할기관 부서장 등 639명의 재산변동 관보를 분석한 결과, 210명(33%)이 강남 3구에 주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충격적인 것은 청와대와 부동산 관련 정책기관, 사정기관 고위공직자들의 강남 3구 주택보유비율이 46%에 달했다.
159명 중 73명이다. 다른 정부기관 고위공직자의 보유비율보다 높은 수치다.
강남 3구에 주택을 보유한 부동산 정책기관 고위공직자는 기획재정부 54%, 한국은행 50%, 국토교통부 34% 순이었다.
특히, 부동산 사정기관의 경우 강남 3구 주택보유비율이 훨씬 높았다.
국세청 80%, 금융위원회 69%, 대검찰청 60% 순이었다.
심 대표는 “부동산 관련 고위공직자 46%가 강남 3구에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집값이 올라가면 먼저 이익을 보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런데 부동산 정책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말은 어불성설일지도 모른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신뢰를 보내는 국민이 한 명이라도 있을지 의문이다.
계산을 한번 해보자.
강남 집 한 채 값을 15억 원이라고 가정해보면 여기서 10%만 떨어져도 1억5,000만 원이 손해다.
정확한 금액은 아니겠지만 고위공직자 연봉이 한 번에 날아가는 셈이다.
강남에 집이 있는 공무원이라면 어떤 생각이 들까. 대통령이나 국토부 장관의 지시라고 해도 쉽게 따를 수 있을까.
대놓고 항명은 하지 않겠지만 실무단에서 정책 입안이나 부동산 정책 의견 제시 때 소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올해도 크게 달라졌을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서울에 아파트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전부 투기꾼으로 몰리고 비난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국민정서다. 부동산정책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공무원들의 부동산 소유 실태가 이렇다면 누가 정부를 믿고 따를 수 있을까.
정권 초반 문재인 대통령과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다주택자였다.
여론을 의식해 주택 매각은 했지만 문 대통령의 주택 매수자는 청와대 행정관, 김 장관의 주택 매수자는 친동생으로 알려지면서 씁쓸함을 자아냈다.
지난해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도 대변인 시절 KB국민은행에서 10억 원을 대출해 25억 원 상당의 건물을 매입하기도 했다.
정부가 실거주 이외의 주택 구입을 강력하게 막겠다고 하는 가운데 벌어진 일이라 국민적 공분을 샀다.
올 초 사건이 불거지자 대변인직을 전격 사퇴했다.
어쨌든 돈 좀 있는 공무원들은 강남에 똘똘한 집 한 채 사는데 문제없다.
공무원 신분(증)은 강남 프리패스권일지도 모른다.
자금 사정이 어려운 중산층, 서민들에게는 은행대출도 막아놓으면서 말이다.
“집값 상승 폭이 가장 높을 것으로 보이는 지역은 강남이다.”
강남 수요는 많고 공급은 부족하다.
금리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 실탄만 확보된다면 강남에 당장 뛰어들 태세다.
“강남불패.”
부동산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