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은주 기자] 명품 가방, 유가 증권, 신분증 등에 부착되는 위변조 방지 장치들에도 불구하고 위조품은 날로 늘어가고 있다. 전통적인 위변조 방지 기술을 넘어 쉽게 위조할 수 없고, 다양한 정보를 담을 수 있는 차세대 위변조 방지 기술이 요구되고 있다.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총장 김무환)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 노준석 교수, 화학공학과 통합과정 정충환씨, 기계공학과 통합과정 양영환씨 연구팀은 나노 구조체를 이용하여 빛의 편광에 따라서 풀 컬러 이미지를 암호화할 수 있는 가변형 디스플레이 소자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나노포토닉스(Nanophotonics)’에 최근 게재됐다.
연구팀이 새롭게 개발한 디바이스는 메타 표면이라고 불리는 머리카락보다 약 천 배 가까이 얇은 두께의 미세 구조로 제작됐다.
메타 표면 내부에 있는 주기적인 배열된 미세 구조체들을 통해 다양한 색상을 표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에 제작된 미세 구조체들은 매우 작은 픽셀 크기이기 때문에 높은 해상도(약 40,000dpi)와 넓은 시야각을 가지는 동시에 얇은 두께로 제작돼 스티커 형태로도 제작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색상 발현에 집중했던 기존 연구들과 다르게, 이번 연구에서는 들어온 빛의 편광에 따라서 ‘켜짐(ON)’ 상태와 ‘꺼짐(OFF)’ 상태를 조절할 수 있다. 새로 개발된 디바이스는 ‘켜짐’ 상태에서는 풀 컬러 이미지를 보여주고, ‘꺼짐’ 상태에서는 어떠한 이미지도 보여주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이 디바이스는 (하나의 이미지를 끄고 켤 수 있을 뿐 아니라) 서로 다른 이미지를 전환하는 것도 가능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연속된 3개의 나노 구조체를 배치함으로써 기존 연구보다 높은 색 재현율을 구현할 수 있다. 총 125종류의 구조체를 적절하게 구성하여 풀 컬러 그림을 암호화했고, 편광에 따라서 완벽하게 꺼지는 것을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이런 특징을 활용한다면, 차세대 위변조 방지 장치로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그냥 보면 단순한 컬러 이미지이지만 특수한 필터를 사용할 경우 제조 번호가 보이도록 디자인된 보안 라벨로 제작할 수 있다. 또한, 초고해상도 특성을 이용해 고용량의 데이터 보안 알고리즘을 삽입한다면 전통적인 라벨 방식을 벗어나 새로운 보안 장치로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제1저자인 정충환씨는 “이번에 개발된 디바이스는 수천 배의 배율을 갖는 전자현미경을 이용하지 않으면 구조를 파악할 수 없고, 나노미터 규모의 생산 설비가 있어야 하므로 실질적으로 위조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연구를 주도한 교신저자 노준석 교수는 “입사광의 편광 성분에 따라서 풀 컬러 이미지를 끄고 켤 수 있는 초고해상도 소자형 디스플레이”라며 “이러한 디스플레이는 여러 이미지를 동시에 저장할 수 있으며, 광학적 암호화 기술에 응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연구는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의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