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국내 경기 악화로 은행마저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따라 대외채무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증을 받는 시중은행들이 금융감독원과 양해각서(MOU)를 맺었을 뿐 아니라 일부 은행에서는 자기자본비율(BIS)이 한자릿수를 기록할 정도로 건전성이 악화됐다.
은행들이 낮은 이자로 해외 단기자금을 끌어다 파생금융상품 등에 투자한 것과 함께 은행 경영진의 무모한 규모 확장, 건설업 및 부동산 임대업에 대한 여신 급증 등이 원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은행의 파생금융상품 투자보다는 규모 확장을 위한 ‘투기적 대출’에서 비롯한 자금 경색의 성격이 훨씬 짙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연 8%대 이상 후순위채 발행
은행의 유동성 위기로 인해 한때 증권가를 중심으로 하나금융이 파산해 다른 은행과 합병할 것이라는 설까지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증시전문가들은 이같은 루머는 루머일 뿐 사실과 다르며 하나금융지주에 대한 외국인 매도세·보험사 매매 현황, 재무제표 등이 이를 뒷받침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2008년 6월30일 현재 자산이 9조4000여억 원에 달하고 있는데 반해 부채는 200여억 원에 지나지 않으며 영업이익 5400여억 원, 당기순이익 5400여억 원 등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다 9월1일 외국인 지분율이 71.23%에서 10월24일 현재 66.37%로 4.86% 포인트 감소하는데 그쳤으며 오히려 루머로 급락한 하나금융 주식에 대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은 매수를 강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인한 국내 은행의 BIS비율이 떨어지는 등 은행권의 유동성 위기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경우 올 2분기 12.45%에서 3분기에는 9.76%로 2.69%포인트 떨어졌으며 신한은행은 2분기 12.5%에서 3분기 11.9%로, 외환은행 2분기 11.56%에서 3분기에는 10.64%로 내려갔다. 시중 은행들이 BIS비율을 높이기 위해 예금을 통한 유동성 확보보다 연 8%대 이상의 고금리를 줘야하는 후순위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어 자칫하면 은행의 수익성 악화가 더욱 심해질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시중은행의 자금경색 등 유동성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대외채무 지급보증과 국민은금의 은행채 매입, 한국은행이 환매조건부채권 대상 채권에 은행채를 편입하는 등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 대책을 쏟아내자 은행의 자금사정은 조금은 나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화 대책은 시중은행을 타겟으로 하고 있어 할부금융과 신용카드 등 제 2금융권 회사들의 돈가뭄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캐피탈 관계자는 “제 2금융권은 정부 대책 이후 CP(기업어음)시장에서 자금 조달하기가 더욱 어려워 졌다”며“이같은 현상은 시중은행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정부정책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일부 카드사는 고객의 신용등급과 상관없이 신용대출 한도를 줄이고 있으며 캐피탈 회사는 신규 영업을 중단하는 사태로까지 번지고 있다. 대출해줄 돈이 없어 제 2금융권의 주요 자금조달 창구인 회사채·기업어음 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20여 개 할부금융사들의 할부금융채 발행규모는 올 9월 7530억 원에서 10월엔 1450억 원으로 급감했으며 카드채 발행 규모 역시 10월 말 현재 6400억 원으로 9월에 비해 25.6%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제 2금융권 ‘돈 가뭄’ 심각
이처럼 제 2금융권의 대출이 원활하지 않게 되자 신용등급이 나쁜 고객과 서민들은 자연히 비제도권 대부업체나 불법사채쪽에 눈길을 돌리고 있어 자칫하면 심각한 사회문제화를 생성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개혁연대는 10월30일 ‘은행의 경영실패와 정부의 감독실패에 대한 책임 물어야’한다는 자료를 통해 시중은행의 자금경색 등 유동성위기를 단순히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세계경제의 악화에서 비롯됐다고 보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은행 경영진의 무모한 규모 확장 전략 및 이에 따른 위험관리의 실패가 가장 큰 화근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의 총 자산 증가율은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연 평균 8.81%를 보이다가 2005년부터 2007년까지는 연 평균 10.09%를 나타났다.
특히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4개 은행이 외환·SC제일·한국씨티 등 외국계 은행에 비해 총 자산 증가율과 원화대출 증가율에서 더욱 두드려져 2005년부터 시중은행의 덩치 키우기가 본격화 됐음을 쉽게 알수 있다. 2005년은 은행 창구에서 보험 판매가 가능한 방카슈랑스가 본격화 됐으며 정부의 글로벌 경영 요구에 따른 은행간 인수합병이 활발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처럼 시중은행이 덩치를 키우기 위한 수단중 하나인 원화대출과 외화대출로 나눠볼 때 원화대출의 경우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외화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2005년부터 2007년까지의 외화대출 증가율은 월등히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외화대출의 자금마련을 위해 외화차입과 외화사채의 규모가 2006년 이후 크게 증가했으며 이러한 외채규모의 증가 및 외화자산·부채 만기구조의 불일치가 최근 외환시장의 혼란을 초래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현 정부 위기관리 문제
뿐 만 아니라 시중은행의 기업여신 중 건설업 및 부동산·임대업에 대한 여신이 최근 급증해 그 잔액이 2005년 말 현재 45조2000억 원에서 2007년 말에는 88조5000억 원으로 거의 2배 수준에 달하고 있다. 이 결과 기업여신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5년 말 18.30%에서 2007년 말에는 23.84%로 증가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경기의 침체에 따른 미분양주택의 증가, 건설사 재무구조의 악화, 은행의 부실채권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금융시장 불안의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국내 시중은행의 경영전략에 내재한 위험요소는 상당히 오래된 구조적인 것”이라며“이명박 정부가 과거 정부의 잘못이라고 변명할 수는 있지만 현 정부도 위험요소를 사전에 확인·교정하지 못한 건전성 감독의 실패, 외환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킨 환율정책의 실패에 따른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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