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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극단으로 치닫는 사활 건 '명낙대전'…경선 이후 "화학적 결합 빨간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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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경선 앞두고 이재명 ‘수박’ 발언 일파만파
골 깊어져 정권 재창출에 악영향 줄 정도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분수령으로 꼽히는 호남권 순회경선을 앞두고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사활을 건 '명낙대전'이 격화하면서 본선 '원팀'이 요원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지사는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성남시장 재임 중 시행한 대장동 사업 특혜 의혹을 반박하면서 '우리 안의 수박들(수정 후 수박 기득권자들)'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이낙연 전 대표 캠프의 반발을 샀다. 이 전 대표 캠프는 앞서 5·18 민주화 운동 유공자, 호남인을 비하하는 멸칭이라면서 표현 자제를 요청한 바 있다.

 

더구나 이 전 대표가 앞선 민주당 토론회에서 대장동 사업을 '역대급 일확천금'이라고 지적했고 이 지사가 21일 게시물에서 '민주당내 인사들까지 수익 환수 덜했다고 비난하니 기가 찰 뿐'이라고 표현한 것을 고려하면 이 전 대표를 향한 표현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 전 대표 캠프 대변인인 이병훈 의원은 22일 성명에서 "이재명 후보마저 '수박'이라는 혐오표현을 쓰기 시작했다"며 "경선 내내 이 지사 지지자들은 이 전 대표의 지지자들을 문파, 똥파리, 수박이라고 공격하면서 이들에 대한 차별과 적개심, 언어적 폭력을 선동해왔다"고 비난했다.

 

이 의원은 '수박'이라는 표현은 일베에서 시작된 용어이고, 호남을 비하·배제하는 것이니 사용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해왔지만 이재명 캠프와 지지자들은 '관용구로 사용했을 뿐'이라며 별것 아닌 일로 치부해왔다고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지사 캠프는 이 전 대표 측의 반발에 사과 대신 강공을 택했다. 박찬대 수석대변인은 같은날 캠프 정례 브리핑에서 "호남 비하가 아니냐고 하는데 수박이라는 표현은 겉과 속의 색깔이 다르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수박이라는 표현이 호남 관련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분들이 없더라"고 반박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왜 자꾸 호남 비하로 연결하는지, 이건 셀프 디스 아닌가 생각한다"며 "호남의 동정을 이끈다든가 하는 부분으로 연결하는 건 무리"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 지사도 같은날 기자들과 만나 "겉과 속이 다르다고 일상적으로 쓰는 용어인데 그렇게까지 해석해가면서 공격할 필요가 있냐고 생각한다"며 "겉과 속이 다른 예로 말한 것을 문맥으로 다 알 수 있는데 그것만 똑 떼어서 다른 의미가 있는 것처럼 하는 것은 별로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 측은 22일 예정에 없던 정례 브리핑을 자청해 이 지사의 수박 발언을 대장동 특혜 의혹 국면 전환 시도로 풀이하면서 재차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이 의원은 "5·18 희생자에 관한 것인데 의도적으로 쓴 걸로 보여진다. 몰라서 썼다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대장동 건이 워낙 크게 번져나가니까 프레임으로 바꿔서 본래 취지는 아닌데 이낙연 캠프는 이렇게 나오느냐. 네거티브다고 걸려고 그런 것 아니겠냐는 의구심을 안 가질 수 없다"고 공격했다.

 

캠프 정무실장인 윤영찬 의원도 "이 지사 캠프에서 계속해서 선거 이후 화합을 강조하는 데 수박이라고 누군가를 지칭했다면 그분들하고 길을 같이 갈 수 있을까"라며 "원팀이라고 생각한다면 한쪽에서 상처로 생각하는 용어를 굳이 그렇게 써야 될 이유가 없다"고 힐난했다.

 

두 캠프는 'MB는 감옥에 있다(설훈 의원)', '이낙연 후보 주변에서 석연찮은 죽음이 이어지는 이유가 뭐냐(현근택 대변인)' 등 네거티브 중단 선언에도 가시 돋친 발언을 주고받으며 감정의 골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지지자들도 온라인상에서 상호 멸칭을 사용하며 크게 갈라선 상황이다. 이 지사가 후보가 되면 차라리 야당 후보를 선택하겠다는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의 게시물도 온라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여론조사 결과로도 양 후보간 균열이 관측된다.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KSOI)가 지난달 27~28일 TBS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지지후보가 최종 후보가 되지 못할 경우 같은 당의 최종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민주당 지지층(66.2%)이 국민의힘 지지층(75.5%)보다 낮았다.

 

특히 이낙연 후보 지지층 가운데 45.2%만 '같은 정당 최종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응답했다. 이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지지층(79.6%), 이 지사 지지층(68.6%) 보다 낮은 수치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두 후보 지지층간 갈등의 골이 매우 깊어 경선 이후 화학적 결합이 가능할지 의문시되는 상황"이라며 "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이번 대선에서 지지층의 분열은 결국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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