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가격 인상 ‘연례행사’
신모델 편의장치·새부품 적용 내세워 제작사 리콜 증가세…이미지 나빠져
지난해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전반적으로 업계는 불황을 면치 못한 데 반해, 자동차 업계는 급격한 수출 신장세로 최대의 호황을 누렸다.
올해 자동차 산업은 지난해 내수부진을 극복하고, 수출에 주력하면서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경기회복도 가시화 되지 않은 시점에서, 신모델을 중심으로 국산차 가격은 인상하면서도 차량의 품질은 수출차량에 비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004년형 주요 신차 가격인상표> | |
| 현대자동차 | |
| 에쿠스 | 662만원 |
| 뉴그랜저 XG | 50만원 |
| 아반떼 XD | 50만~80만원 |
| 뉴EF 쏘나타·테라칸 등 | 18만~70만원 |
| 기아자동차 | |
| 리오SF·리갈 등 | 20만~30만원 |
| GM대우 | |
| 라세티 MAX 오토 | 132만원 |
| 뉴칼로스·L6매그너스 | 20만~40만원 |
| 쌍용자동차 | |
| 뉴렉스턴 | 80만원 |
| 뉴체어맨 | 299만원 |
| 르노삼성자동차 | |
| SM5 | 43만원 |
| SM3 | 71만원 |
2004 신모델 일제히 가격 인상
새 연식 모델이 발표되고 차량가격이 인상되는 것은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 고급편의 장치를 기본사양(옵션)으로 장착하고
내년부터 적용되는 환경 규제 기준에 맞추기 위해 엔진 등 배출가스 관련 부품을 새로 적용했다는 이유로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또 지난해부터
연식변경 허용시기가 전년 7월부터 가능하도록 변경돼 차량 가격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GM대우, 현대와 기아, 쌍용, 르노삼성 등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2004년형 모델을 선보이면서 종전 모델 보다 가격을 최고 12%나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자동차는 외형 디자인을 바꾸고 냉난방 송풍시트 등 11개 편의장치를 보강하고 신형 에쿠스 가격을 600만원 이상 인상했다. 뉴그랜저XG의
경우, 차 뒷면 디자인변경과 트렁크 비상 탈출장치를 추가하고 차오디오 고급화 등 5종의 편의장치를 교체하고 50만원을 인상했다. 인기
차종인 아반떼XD 신형도 50만~80만원 올렸으며, 뉴EF쏘나타 테라칸 등 다른 차종도 18만~70만원 인상했다.
기아자동차는 오피러스와 세라토 등 올해 내놓은 신형 차량에 고급 편의장치를 기본 사양으로 적용하면서 차값을 올렸고, 리오SF와 리갈 등
2004년형 차종도 20만~30만원 가격을 인상했다.
GM대우는 라세티 신모델 가격을 대폭 인상했다. 동반석 에어백을 기본 사양으로 탑재한 라세티MAX 오토의 경우, 1,093만원으로 132만원이나
인상했다. 이 밖에 뉴칼로스와 L6매그너스도 20만~40만원 인상됐다.
쌍용차는 엔진과 변속기를 교체한 뉴렉스턴의 가격을 기존 모델 대비 80만원, 전체 디자인을 바꾸고 안전성을 강화한 뉴체어맨을 299만원
가량 인상한 것으로 조사됐다.
르노삼성은 2004년 SM5의 내ㆍ외장을 대폭 바꾸면서 가격을 43만원 인상했고 SM3는 에어컨을 기본 사양으로 채택해 값을 71만원
올렸다.
제작 결함 속출
가격인상에도 불구하고 품질은 수출차량에만 주력해, 내수차량의 품질은 떨어진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GM대우는 지난해 마티즈와
레조LPG차량 등 대규모 리콜 신청 접수로 브랜드 이미지가 추락해 차업계에서 내수시장은 꼴치로 추락했다. 실제로 지난해 연말, GM대우
자동차의 다마스 승합차와 라보스 화물차 8,047대의 제작결함이 확인돼 제작사가 자발적으로 리콜을 실시했다. 기아차도 비슷한 시기에
카렌스 II와 엑스트렉, 프런티어 1.3t 등 5만2,472대를 자발적으로 리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콜에 응해 결함을 수리하는 시정률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실시하는 리콜의 시정률은
당국의 명령을 받아 이뤄지는 강제 리콜 시정률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지난해 이뤄진 리콜은 모두 32건에 129만4,000대인데, 이 중
56만 4,000대만 리콜에 응해 시정률이 43.5%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방적 가격인상은 불합리”
가격 인상에 대해 자동차업체들은 내년부터 적용될 환경 규제로 엔진과 배기가스 부문의 부품을 고급화한 데다, 소비자 요구에 부응해 편의장치를
추가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한다.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해 추가 생산 비용이 들어갈 수 밖에 없어 신 모델이 나올 때마다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업체 관계자는 “갈수록 고급화를 원하는 소비자 요구와 환경 규제에 따른 신규 부품 적용 등으로 새 차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라며
“따라서 소비자 판매가를 올려도 수익성 개선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연식변경 허용시기가 전년 11월에서 7월로 대폭 앞당겨지면서 자동차업체들은 연식 변경 모델을 예년보다 1~2개월 앞당겨 출시해
가격인상에 따른 추가수익을 더 많이 얻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대차는 지난해 7월 21일 2004년형 베르나를 출시했다. 베르나 1.5GV 오토 모델은 올해 초 가격이 1,033만원이었으나 7월
중순 특소세 인하조치에 따라 1,008만원으로 내렸다. 하지만 가격인하 직후 2004년 모델을 출시해 가격을 1,047만원으로 인상했다.
현대차는 “2004년형 베르나는 신형 VVT엔진을 장착했고, 화장거울, 운전석 열선시트 등 옵션을 고급화해 가격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새 모델의 가격 상승 폭이 너무 높다고 불평한다. 업체들은 여러 가지 부문을 고급화했다고 주장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존 모델과 크게 다른 점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 일부 연식 변경 모델의 경우 인테리어와 외관을 약간 손질해 놓고 수십 만원씩 값을 올리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또 모델을 완전히 교체했다해도 가격을 높게 책정해 차량 개발비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도 있다.
‘자동차10년타기시민운동연합’ 임기상 대표는 “일부 차종은 판매규모가 100만대를 넘어설 만큼 국내 자동차 산업은 이미 규모면에서 국제
경제력을 갖춰 오히려 가격인하 요인이 많은데도 국내 업체들은 새차가 나올 때마다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면서 “직원의 임금인상 등 가격상승요인을
경영합리화로 해결하기보다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가격인상이 반복된다면, 국산차 구입이 곧 ‘애국심’이라는 등식이 무너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신차 개발 비용의 일부가 판매 가격에 반영되면서 새 차가 나올 때마다 값이 오르고 있다”며
“자동차업체는 무조건 제품의 값을 올리기보다 생산 효율성 등 다른 방식으로 가격 인상요인을 흡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경희 기자 khhong04@sisa-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