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기업 수익률 ‘쑥쑥’
섬세하고 소프트한 감성이 장점
국내의 경제인구 증가율이 떨어지고 노령화사회가 되면서 대체인력이 절실한 실정이다. 여성인력은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실제 여성의 사회진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여성의 학력이 증가하면서 세계 146개국 가운데 29위로 남녀평등지수는 세계 상위권에
속한다. 하지만, 노동시장에서 여성지위를 나타내는 남녀권한 척도는 66개국 가운데 61위로 밑바닥에서 헤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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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인력을 활용하면 주주 총수익률이 늘어나는 등 기업성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여직원 한명 퇴사 ‘14만불’손실
여성관리직 비율이 높은 회사들이 낮은 회사들보다 훨씬 높은 주주 총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어 여성인력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미국내
10대기업 가운데 여성관리직 비율이 높은 상위 10개 업체의 평균 주주 총 수익률은 27.6%를 기록했다. 하지만 여성관리직 비율이
낮은 하위 10개 기업은 이보다 7%포인트 가량 낮아 여성인력이 기업의 경영성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LG경제연구원 김기승 연구위원은 “P&G의 경우 경력 7∼8년이 넘는 여직원 한명이 회사를 떠나면 회사는 약 14만달러 정도의
손실로 인식한다”며 “여성인력을 활용하는 노력은 지출이 아니라 값진 투자로 인식돼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시대라고 불리는 21세기에는 여성 인력의 섬세하고 소프트한 감성이 시대환경의 변화와 맞물려 더욱 필요한 때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
김 연구원의 견해다. 특히 여성들은 기존 산업구조에서 기득권층이 아니기 때문에 변화에 대한 저항이 남성보다 작아 기업의 혁신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확률이 높다는 것도 여성고용을 해야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선진기업 여성 끌어안기 박차
IBM이 대졸여성을 적극 채용한 것은 사내제도 변경과 함께 향후 여성소비의 성장이 증가할 것이라는 마케팅 전략에서 나온 것이다. 또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대규모 감원으로 종업원의 충성심과 대외적인 평가가 현저히 낮아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1994년
여성인력 활용을 강화하면서 새로운 도약을 시작했다. 특히 여직원 비율이 32%이고 임원급 가운데 여성이 2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여성인력의 활용에 적극적이다.
이러한 여성인력 활용의 가장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것이 글로벌 여성리더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한 것이다. 이 팀은 주로 직장·가정 양립
현실에 대한 전세계적 조사를 실시하고 탄력근무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 인력구조의 변화를 가져왔다. 또 ‘글로벌 여성리더쉽 회의’를
개최하는 등 지속적인 인력활용으로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여성 임원수가 175% 늘어났다. 특히 유색인종 여성 임원수가 235%
증가하면서 미국내 기업구조의 상당한 변화가 일어났다.
딜로이트사도 여성인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기업으로 꼽힌다. 미국 5대 회계법인 가운데 세 번째인 딜로이트는 ‘암닭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우리의 속담을 ‘암닭이 울면 알을 두 배로 낳는다’는 발상전환으로 성공한 케이스.
딜로이트는 과거 사내의 남성 우월적 분위기가 팽배해 여성들에게 회사의 비전은 꿈도 꾸지 못할 만큼 비관적이었다. 매년 연간 여성채용 계획과
목표치를 정해 발표하는 여성인력 유지와 승진(Women’s Initiative)이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여성 끌어안기에 나섰다. 딜로이트는
승진인사에서 여성인력을 한 부분의 전담임원으로 임명토록 하고 여성들이 무의식적으로 ‘차별 받는다’는 느낌을 갖는 사안에 대해 상시 점검하고
나섰다. 이로 인해 지난 10여년간 여성비율이 5%에서 14%로 두배 가량 늘어났고, 이직률은 25%에서 18%로 7%포인트 가량 떨어졌다.
여성 끌어안기로 인해 5년연속 미국내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 가운데 30위안에 선정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국내진출한 외국기업 가운데 여성을 적극 활용하는 곳은 홍콩상하이은행(HSBC)과 미국계 제약회사인 한국 MSD가 대표적이다. HSBC는
서울지점에 근무하고 있는 470명의 정규직원 중 여성이 무려 61%에 달하는 286명을 차지하고 있다. 임원 또한 40%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 MSD는 직원 230명 중 절반에 달하는 114명이 여성이고 이들의 노력으로 인해 2000년 680억원이었던 매출액이 2001년에는
두배 가량 늘어난 1,230억원을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 까르푸와 프랑스계 화장품 업체인 로레알 코리아, 컨설팅 업체 베인 & 컴퍼니,
프르덴셜 생명 등도 여성을 적절히 활용하는 기업으로 손꼽힌다.
이공계 쪽으로 눈 돌려야
여성인력 활용에 있어 사회인식과 함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이 전공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 졸업생 학과별 성별분포에 따르면 남성은
취업에 유리한 이공계가 53.1%에 달한다. 반면 여성은 취업이 어려운 인문사회에 46.1%에 집중하고 이공계는 26.9%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연간 대학졸업생이 남성 대 여성의 비율이 비슷한 것을 감안하면 전공선택 시점에서 이미 취업전쟁에서 밀린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우리나라의 대졸이상 경제활동격차(남성경제활동 참가율-여성 경제활동 참가율)는 무려 34.9%에 달한다. 남자가 1,000명이
경제활동을 하는 것으로 계산할 때 여성은 651명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이에 비해 선진국의 남녀격차는 4.3∼11.6%에 불과해 동등하게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전공문제와 함께 발목을 잡는 것이 결혼과 출산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출산·육아기간인 24∼35세에 경제활동 참가율은 상당히 떨어지고
있다. 특히 결혼과 출산 후에 취업확률이 미혼여성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낮아지는 현상은 여성취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여성은
약하다’ ‘여성은 보조역할을 하는 존재다’라는 편견이 기업들에게 팽배히 남아 있어 남자관리자 10명중 4명은 같은 능력이라면 남성을 채용하겠다고
답변하는 등 여성의 존재는 점차 좁아지고 있다.
신종명 기자 skc113@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