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영업직 대폭 늘려
올해 인사의 특징 중 하나는 연공서열을 탈피하고 완전하게 실적위주에 입각한 승진인사를 단행했다는 점이다. 전무 승진자 51명의 65%에 해당하는 33명이 기술 영업 구매로 현장경험이 풍부한 분야별 전문가들이 대거 승진했다. 상무보 승진의 경우 역대 최대인 225명으로 삼성전자 등 경영실적이 우수한 회사들에 대하여 기술직과 영업직 중심으로 승진규모를 대폭 늘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경기침체 속에서도 10조3,000억원이라는 최대의 실적을 올린 것이 감안돼, 448명의 전체 승진자 중 무려 211명을 배출했다. 반면 지난해 다소 실적이 부진했던 섬유와 화학 등의 계열사들은 대부분이 2~5명 남짓한 승진자만이 나왔다.
해외부문의 승진자는 총 91명으로 작년(63명)에 비해 44%이상 늘었고, 신임임원 중 해외인력도 전년(37명) 대비 30%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인 48명이 승진했다. 특히 세계적으로 경제성이 커지고 있는 중국지역 임원의 경우도 작년에 11명에서 16명으로 늘리는 한편, 중국의 통신연구소장인 왕통씨를 상무보로 승진시켰다.
외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정규임원이 된 왕통씨는 중국 신식산업부(정보통신부) 산하 북경설계원에서 탁월한 업적으로 초고속 승진을 거듭, 34세의 나이로 부원장으로 발탁되고 당 부서기를 겸직한 통신 전문인력이다. 2000년부터 삼성전자 중국통신연구소에 근무하면서 특허 102건을 출원했다.
연구개발을 포함한 기술직 승진자는 총 승진자의 34.3%인 154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에 달했다. 특히 삼성전자 이철환 전무 등 발탁인사에도 연구개발에 전념해 온 인력들이 대거 포함됐다. 전무 승진자 51명 중 발탁이 25명으로 CEO 후보군인 전무 승진에 젊고 참신한 인물들이 대거 승진했다.
발탁인사 강세
전체 임원 중 40대 비율은 58%에서 67%로 대폭 늘어 삼성그룹의 주력계층으로 자리를 잡았다. 임원의 평균연령도 48.3세에서 47.4세로 젊어졌다.
한편, 석·박사 등 고학력 임원들의 비중이 크게 높아지는 등 삼성 임원의 인력구조도 고도화됐다. 승진자 중 석·박사 출신이 163명으로 전체의 36.4%에 달했다. 이는 핵심인력 양성을 위해 국내외에서 우수인력을 적극적으로 발굴, 유치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획기적인 업적을 거둔 임직원에 대해서는 ‘대발탁’을 실시하는 한편, 삼성 최고 권위 상인 ‘자랑스런 삼성인상’을 수상한 수상자들도 대거 승진시켰다. ‘대발탁’으로 평균 승진 연한에 비해 2~3년 앞서 전무로 승진한 대상자 4명이 모두 삼성전자에서 나온 것도 특징이다.
메모리사업부의 서강덕 전무는 단기적으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던 플래시 메모리 사업의 기반을 조성한 인물로 지난해 인텔을 제치고 플래시부문 1위를 달성하는데 기여했다. 통신부문의 신종균 전무는 GMS 휴대폰 초기부터 개발 리더로 참여하여 핵심적 역할을 수행해 온 GMS 전문가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카메라 내장형 GMS 단말기를 출시하고 상용화 개발시 소프트웨어 분야의 프로젝트 리더로 활약했으며, 캐나다·중남미향 카메라폰을 최초로 출시하고 CDMA 단말기에 신기술을 채택함으로써 북미향 CDMA 경쟁력을 높인 공로를 인정받아 승진됐다. 현광석 전무는 휴대폰 구매업무를 총괄하는 구매팀장으로서 시장환경, 생산물량의 급변에도 원가절감 목표를 초과달성, 회사의 수익성 개선에 크게 개선한 점을 인정받았다. 또 ‘자랑스런 삼성인상’을 수상한 박규찬 상무와 최민호 상무, 삼성전자 한기엽 상무보와 제일기획 김찬형 상무보가 ‘대발탁’ 승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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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수 부회장 | 서강덕 전무 | 신종균 전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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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광석 전무 | 이철환 전무 | 왕 통 상무보 |
구조본 출신 ‘앞으로’
삼성그룹은 올해 인사에서 총수의 친인척과 총수의 핵심보좌관 역할을 하는 구조정본부 출신을 중용, 친정체제를 강화했다. 이학수 구조본부장(부회장)과 김인주 구조본차장(사장) 승진을 계기로 차장제를 부활, 구조본 체제를 강화하고 나섰다. 7명의 사장단 승진 자 중 4명이 구조본 출신.
특히 불법대선자금 수사와 관련된 이학수 사장을 아직 수사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부회장으로 승진시킨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이는 이건희 회장의 친위대인 구조본 체제를 강화해 위기상황을 정면돌파한다는 복안으로 해석된다.
또 이건희 회장의 장녀 이부진 씨가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임원급인 상무보로 승진했다. 이는 지난 2001년 8월 호텔신라에 부장으로 입사한 뒤 약 2년반 만의 초고속 승진이다.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경영수업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삼성그룹에 근무중인 자녀 가운데 이재용 상무와 둘째 딸 이서현 제일모직 부장은 이번 승진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둘째 사위인 김재열 씨는 지난해 상무보로 승진한 지 1년만에 상무로 승진했다. 김 상무는 그동안 제일모직 경영기획 담당으로 일해 왔으며 이번 승진으로 보다 핵심적인 업무를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일모직에 이회장의 사위와 차녀가 근무하고 있고, 사위의 이번 승진으로 친정체제를 더욱 강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기아차그룹도 지난달 15일 현대차 68명, 기아차 38명 등 총 106명의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해보다 승진 규모가 10명 정도 줄긴 했으나, 역시 실적에 바탕을 둔 ‘보상인사'적 성격이 짙게 나타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