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23일 새 5만원권 지폐가 시중에 모습을 드러냈다. 1973년 1만원권이 발행된 이후 36년 만에 최고액 지폐의 세대교체가 이뤄진 셈이다. 유통첫날 5만원권 지폐 총 3292만4000장, 액수로는 1조6462억원이 시중에 풀려 폭발적인 관심을 반증했다. 새 고액권의 등장으로 사회, 경제적으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위조지폐와 자금세탁, 물가상승 등의 부작용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연간 3200만원 절감 효과
5만원권의 등장은 기존 10만원권 수표와 1만원권 지폐의 발행과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시중에 풀려있는 1만원권은 26조원이 넘는다. 이중 40%가 5만원권으로 대체될 것으로 기대된다. 1만원권 발행에서 400억원, 10만원권 자기앞수표 발행에 따른 비용 약 2800억원 등 연간 3200억원의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추산된다. 사용자 입장에서도 1만원권 여러장 보다 5만원권 사용으로 편리한 점이 있긴 하지만, 우려와 부작용이 더 부각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우선 디자인 자체가 5000원권과 비슷해 헷갈릴 수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늦은 밤 물건을 사고 팔 때나 택시를 탈 때 잘못 낼 수 있다. 이번에 발행된 5만원 짜리 지폐는 크기면에서 약 10mm가량 클 뿐 숫자 배치나 모양은 비슷하다. 주인공과 배경 그림만 다를 뿐이다. 이같은 혼란은 2007년 1000원권 지폐 발행 때도 있었다. 당시 붉은색 계통에서 푸른색으로 바뀐 1000원짜리 신권이 녹색 계통의 1만원권과 비슷해 혼란을 겪었다. 현재도 1만원권을 1000원권으로 알고 택시비를 내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상태다.
고액권 등장으로 비자금 등 ‘검은돈’의 전달이 쉬워질 수 있다. 기존 1만원권은 007가방에 1억원, 사과상자에 5억원이 들어갔지만, 5만원권은 007가방에 5억원, 사과상자에 25억원이 들어간다. 국민권익위원회(전 국가청렴우원회)는 고액권 발행이 뇌물수수나 비자금 조성, 범죄수단 등으로 사용돼 불법, 음성적 거래를 조장하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10만원권 수표보다 추적이 어려운 5만원권을 활용한 뇌물수수가 더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런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고액 현금거래 보고제도’를 보완하고 불법 정치자금에 대한 적발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액 현금거래 보고의무 대상은 지난 2006년 5000만원에서 작년 1월부터는 3000만원으로 조정됐다. 자금세탁 방지를 맡고 있는 금융정보분석원은 “5만원권의 부정사용을 막기 위해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며, 내년 1월부터 고액 현금거래액을 2000만원으로 하향 조정된다”고 밝혔다.
또한 금액 단위가 큰 만큼 위조시도가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비해 경찰은 5만원권 위폐 식별요령이 담긴 리플렛 2만부를 일선 경찰서에 배부하는 등 위폐 사건에 철저히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외환은행 최호상 연구위원은 “위조방지 기능이 강화되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위조기능도 날로 정교해지고 있어 초기 위조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제기했다.
물가상승 어쩌나
하지만 한국은행은 “다양한 위조방지책이 적용돼 한국판 슈퍼노트 발생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자신하고 있다. 신사임당 5만원권 지폐에는 총 16가지의 위조방지장치가 적용됐다. 칼라 복사기를 이용한 위조 가능성에 대해선 ‘지폐 위조방지장치 확인카드’ 4만개를 제작, 은행과 저축은행, 우체국 등에 배포했다.
실생활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물가상승’이다. 용량이나 새 기능을 추가하면서 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4만5000원 짜리 상품이라면 약간의 변형을 거쳐 5만원 짜리로 바꿀 가능성이 있다. 조재영 우리투자증권 압구정 PB부장은 “화폐가치가 떨어지진 않겠지만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가 겹치면서 금이나 원자재 등 실물에 투자하려는 고객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지난 1973년 1만원권이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 물가는 14배, 1인당 국민소득은 110배 이상 증가했다.
과소비가 조장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유통업계는 ‘5만원권 마케팅’에 돌입하고 있다. 기존에 ‘2만9000원’ 기획전 같은 것도 ‘전품목 5만원 균일가전’ ‘5만원 베스트 상품전’등으로 기획되는 식이다. 경조사비도 3만원에서 5만원으로 증가할 수 있다. 5만원권의 등장으로 3만원의 축의금은 상대적으로 적게 느껴지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런 우려에 대해 한국은행 이내황 발권국장은 “유로화 고액권이 나왔을 때도 물가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며 “5만원권 발행이 물가를 자극한다는 주장은 논리적 근거가 약하다”고 지적했다.
거스름돈의 규모가 커지는 것도 부담이다. 예를 들어 500원 짜리 껌을 사면서도 5만원을 내면 4만9500원을 거슬러 줘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효용성의 문제가 더욱 크다. 이런 여러 가지 혼란과 부작용의 우려 속에서도 카드 사용이 일반화 된 상태에서 5만원권의 사용이 얼마나 효율성을 발휘할 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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