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은주 기자]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과 안 보이는 ‘자외선’, 두 가지 빛으로 이중 자물쇠를 채울 수 있는 위변조 방지 기술이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총장 김무환) 연구팀을 통해 개발됐다. 이 기술은 빛의 성질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어 다양한 분야의 활용이 기대되는 ‘메타표면’을 이용한 것으로, 지금까지 자외선 영역에 작동하기 어려웠던 메타표면의 난제를 풀어내 더욱 의미가 있다.
POSTECH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 노준석 교수‧기계공학과 통합과정 김주훈 씨 연구팀은 자외선과 가시광선 영역에서 동시에 작동하는 암호화 디바이스 시스템을 개발해 미국화학회 국제학술지 ‘ACS 나노(ACS Nano)’에 발표했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지폐나 여권 등의 위조를 더욱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메타표면을 활용하려면, 메타표면을 구성하는 구조체 하나가 빛의 파장보다 작은 크기여야 한다. 그러나 자외선은 파장이 매우 짧아 이에 맞는 구조체를 만들기 어려웠다. 게다가 메타표면에 주로 사용되는 실리콘과 같은 물질이 자외선을 쉽게 흡수한다는 점도 한계로 꼽혔다.
연구팀은 자외선을 잘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 그간 가시광선 영역에서만 사용됐던 질화규소의 물성을 조절해 흡수를 줄였다. 그리고 이 물질로 자외선 레이저를 쏘면 이미지가 선명하게 보이는 메타홀로그램을 만들어냈다. 그 후 전자빔 리소그래피1) 오버레이 기술을 통해 각각 자외선과 가시광선 영역에서 작동하는 메타홀로그램 두 개를 합쳐 제품의 고유 번호를 나타내는 위변조 방지 장치를 만들었다.
이 위변조 방지 장치에 자외선이나 가시광선 레이저를 비추면 각각 다른 편광(polarization) 상태를 가지는 이미지가 보인다. 가시광선 레이저를 비추었을 때 나타나는 홀로그램은 열쇠 역할을 하며, 열쇠의 정보를 자외선 편광판에 입력하여 자외선 빛을 비추면 특정 숫자들이 사라진다. 이 숫자들이 바로 고유 번호가 된다.
이 암호화 시스템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자외선을 이용하기 때문에 해독이 어렵고, 위변조를 확인할 수 있는 고유 번호나, 비밀번호가 노출될 가능성 또한 줄어든다는 특징이 있다. 또, 두 개의 메타표면을 쌓음으로써 저장할 수 있는 이미지와 정보의 수도 크게 늘어났다.
노준석 교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자외선의 특성을 이용해 한층 성능이 높은 광학 암호화 시스템을 개발했다”며 “이 연구는 가시광선 이상의 긴 파장 영역으로 제한돼 있었던 기존의 메타표면 연구를 자외선 영역으로 넓힐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해당 컨셉은 지폐나 여권 등에 사용될 수 있는 미래 보안기술로 사용될 수 있도록 유관 기관들과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연구성과는 삼성미래기술육성센터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